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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심심해하는 이유(의대중퇴 공학박사의 시각)

Relay Essay 제2499번째

필자는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을 1998년에 입학해 2001년 1월에 중퇴를 하고, 2001년 3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부에 재입학한 특이한 경력으로 학창 생활을 시작하였다. 의대에서 전공을 바꾸기로 결심한 것은 2000년 의약분업이라는 사태가 있었지만, 항상 공학에 대한 미련이 있었던 나를 생각해보면 아마도 언젠가는 그만두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필자는 2001년도 수학능력 시험을 보고 서울대에 입학하고 그해 군대에 입대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2007년에 학사학위를 받게 되었다. 이후 미국으로 박사 유학을 떠나 2014년에 메릴랜드 대학교에서 전기컴퓨터 공학박사를 받았다. 이후 삼성, 씨젠에서 직장 경험을 쌓은 후 2019년 항상 가슴속에 꿈꾸던 창업을 하여 지금은 스타트업의 대표가 되었다.

 

다이나믹한 삶이었다. 필자의 의사친구들은 이미 전문의를 취득한 지 10년이 지나 각 분야에서 대학병원 교수 및 개원의로 활발하게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의사친구 네트워크로 창업 초기 많은 도움(재무, 기술자문)을 받게 되었고, 사업을 통해 다시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

 

지난 3년간 의사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알게 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대부분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존경받는 위치에 있지만, 항상 진료실에서 심심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인들이 자주 심심하다는 표현을 하게 되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분야로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투자 분야로 많은 관심을 보여, 바쁜 진료 중에도 많은 기업을 만나 회사설명을 듣고 실제 투자까지 연결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우리 회사의 경우에도, 의사 친구들의 엔젤투자가 먼저 요청되었고, 나아가 의사들의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것에 깜짝 놀랄 정도이다. 개원의사들의 경우 직함을 하나 더 가질 만큼 두번째 직업에 열정적인 분들도 많이 있다. 더 나아가 본업을 버리고 새로운 직종으로 전업하는 경우도 많이 관찰되고 있다. 토스의 창업주가 치과의사 출신이라는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이렇듯 의사들의 심심함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이 과거에 비해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목격하면서 왜 의사들은 이렇게 심심해할까에 대해 나름 생각을 해보았다. 일단 의사들이 지식수준이 매우 높고, 학습에 대한 열망이 높은, 소위 말해 모범생 집단이다.

 

하지만 의사들의 진료행위는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흥미를 유발하지 않으며, 변화가 적다는 것이 배움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여 주지 못하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똑똑하고 열정까지 더해 독학으로 자본시장, 세계 경제, 투자 등의 분야로 지식의 범위를 넓히게 되고, 그로 인해 업을 바꾸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의사들이 심심하지 않게 많은 사회활동에 대한 자유도를 높여주는 진료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공학 분야는 항상 변화가 수반되기 때문에 의사들이 공학자들과 함께 협력하여 시너지를 내는 시스템이 확장된다면 상당한 경제적, 사회적 파급력을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100세 시대에서는 의사처럼 배움에 대한 열정이 높은 집단이 지속적으로 그 열정을 불태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찌 보면 새로운 성장동력의 확보라고 생각한다. 빠른 시일안에 의사들이 심심해하지 않은 세상이 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