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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00주년을 준비하는 대한치과의사협회에 권합니다

김여갑 칼럼

손녀가 다니는 어린이 집에서 할아버지가 치과의사라는 것을 알고 한 번 와서 치아에 대해 이야기 하며 놀아달라고 하여 갔었던 일이 있었다(사진). 아이들은 활달하였다. 오히려 필자의 손녀가 선뜩 다가서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눈이 말똥말똥해가지고 할아버지가 무슨 얘기를 할까 궁금해 하는 모습이었다. 필자가 누구의 할아버지라고 소개하고, 대학에서 형이랑 누나들을 가르치고 있다고도 이야기하였다. 이야기할 때 떠들지도 않고 진지했다.

 

필자가 원내생일 때도 아이들을 좋아하여 어린이 환자가 많아서 소아치과 case requirement를 제일 먼저 끝내기도 하였다. 소아치과를 전공할 뻔도 했었다. 질문하라고 하니까 매우 적극적으로 손도 번쩍 번쩍 들었다. 앞에 나와서 칫솔질에 대해 배운 것을 직접 해보기도 하였다. 주어진 시간이 끝난 후 사진을 찍을 때 필자의 무릎에 앉으려고 경쟁도 벌어졌다. 장난꾸러기 남자 아이가 먼저 내 무릎에 달려와 앉았다. 필자의 손녀는 오히려 뒷줄 왼쪽 끝에 서 있었다.

 

나중에 손녀한테 할아버지 잘했냐고 물으니 제일 재미있었다고 하였다. 아들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이지만 선생님들도 만족해 하셨다고 하였다. 정말 다행이었다. 처음에 강의(?)를 해달라고 부탁을 받았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먼저 손녀와 치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놀까 생각했었다. 오히려 필자가 필링 되는 것 같았다.

 

 

만약에 유치원에서 치아는 물론 치과의 역사에 대하여 알고 싶은데 어디를 가면 좋을까요? 했을 때 어디를 권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이빨, 이, 치아를 알고 있는 어린이나 어른도 마찬가지이고 어디로 가면 그 수준에 맞춰서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서울치대에 치의학박물관이 있고, 신흥(주)에도 박물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희치대도 우리 1기들이 졸업할 때 박물관 설립을 목적으로 당시 600만원을 기부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만들겠다고 필자의 아버지가 폐업하실 때, 쓰시던 펌프식 치과의자, X-선 장비, X-선 촬영 시 납덩어리가 들어있어 어깨에 걸치면 어깨가 쳐질 만큼 무거운 차폐 에이프런, 싼프라치(?) 치관을 만들 때 사용하였던 통나무, 납덩어리, 망치 그리고 갈아서 쓰셨던 자잘한 여러 가지 기구(꼬챙이) 등 몽땅 가져다 놨지만 아직 못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지방에서 후배가 치과를 통폐합 하면서 쓰던 장비들을 보내왔었는데 대학에서 박물관 만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다른데 먼저 만드는 곳에 보내겠다고 반환해 간 적도 있었다.

 

학장을 할 때 박물관 만들기는 어렵고 하여, 벌써 수십 년 전에 외국 치과대학에서 보았던 것처럼 신축 치과대학관 로비에 펌프식 치과의자와 X-선 장비를 전시해놓았었는데, 저녁 시간에 학생이 X-선 장비에 매달렸다가 장비를 부러트린 일이 있었다. 국가시험을 준비하던 학생이 스트레스가 쌓여 매달렸었는지 모르겠지만 만지지 말라는 안내문도 있었고, 경계표시도 해놨었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불문에 붙였었던 적이 있었다. 돈 주고도 구하기 쉽지 않은 오래된 장비였는데...

 

여러 곳에 크고 작은 치과 박물관이 있어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가서 볼 수 있어도 좋겠지만,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치과에 대하여 알고 싶은데 어디를 가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한치과의사협회로 가시면 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커피만 해도 커피 박물관이 있어서 커피에 대하여 알고 싶고, 자기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고 싶을 때 커피 박물관에 가면 된다고 한다. 그 지역에 관광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그곳을 꼭 방문하고 싶어 한다고도 한다. 그래서 항상 그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치과는 이빨만 보자나요? 이런 것도 해요? 하거나, 치과치료는 한 사람이 다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대학병원에서는 그래도 한 건물에 있으니까 각 과를 나누어 가도 되지만 개인 치과에 갈 때는 찾기도 힘들고, 귀찮게 여기저기 어떻게 다녀요.” 가끔 듣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대한치과의사협회에 권한다.

 

첫 번째로 치의학 도서관 만들기를 권한다. 각 치과대학의 교수나 개원의들의 논문을 포함하여 원저, 역서, 감수한 책들만 하더라도 상당한 수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대교출판에서 발간한 치과에 관한 어린이 교육용 독일 책(앞표지에 치실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도 있음)을 번역한 것을 감수한 일도 있었지만(사진), 국내 또는 외국에 나가있는 치과의사들의 도움을 받아 세계 구석구석 숨어있는 치과관련 재미있는 국내외 책들을 찾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치의학이 학문적으로도 간단한 학문이 아니란 것도 알려주고 싶다.

 

 

두 번째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차원의 치의학박물관을 만드는 것이다. 선배님들의 손때가 묻어있는 장비들이 폐기 처분 되기 전에 기증 받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구입해야 될 것은 구입해야겠지만. 또는 치과와 관련된 고전과 현대의 조각, 미술 등의 작품과 모형 등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와 함께 명예의 전당까지는 아니어도 자랑스러운 치과의사들을 소개하는 공간도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교육 자료의 제작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얼마 전에 구스타프 크림트 전시회를 가보았는데, 요즘은 전시회도 단순한 전시가 아닌 예술성을 강조하는 동영상을 상영하여(?) 또 다른 환상적인 공간을 연출하였다. 우선은 여건에 맞추어 준비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어려운 점 중의 하나는 공간 확보가 될 것 같은데,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 100주년을 준비하는 중요과제로 논의되면 좋을 것 같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