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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진화과학

배광식 칼럼

2014년 7월에 개봉한 영화 ‘루시(Lucy)’를 미국에서 보았다. 프랑스 영화 감독 뤼크 베송(Luc Besson)의 작품으로, 미국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이 주인공 루시 역을 맡았고, 최민식 배우도 주연급으로 마약조직의 보스 역을 맡았다.

 

루시가 강제로 엮여서 마약 배달책이 되었고, 기절한 상태에서 뱃속에 비닐 파우치에 든 마약을 품게 된다. 몸싸움이 있게 되고, 배를 걷어차이는 바람에 뱃속의 비닐 파우치가 터지면서 마약 일부가 몸속에 흡수되어, 뇌세포의 활성도가 차차 높아져 궁극에는 뇌가 100% 활성화된다. 그래서 전지전능의 초능력이 생기고 우주에 편재(遍在, Omnipresence)하게 된다. 그녀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녀의 휴대폰에 ‘나는 어디에나 있어(I AM EVERYWHERE)’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우주에 편재한 여주인공 루시는, 시공을 초월해 시간조절능력을 발휘하여 최초의 원인 ‘루시’도 만난다. 루시 종(Lucy’s speices)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의 별명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의 아파렌시스 종은 동아프리카(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케냐 등)에서 약 390만 년 전~290만 년 전에 번성했으며 직립보행을 했다. 루시의 화석은 1974년 에티오피아 북동부 하다르(Hadar)의 계곡에서 발견되었고, 발굴조사단 일행이 비틀즈의 곡인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반복적으로 들은 데에서, 루시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전신 골절의 흔적이 있고, 치유 흔적이 없어 높은 나무에서 자다가 떨어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호모(Homo, 사람)속에는 호모 사피엔스(Home Sapiens, 현생인류) 종만 남아있고, 현생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은 4촌격인 침팬지(Pan) 속의 침팬지(chimpanzee, 학명: Pan troglodytes)와 보노보(bonobo, 학명: Pan paniscus)이다.

 

사람과(Hominidae)에는 사람아과(Homininae)와 오랑우탄아과(Ponginae)가 있고, 사람아과(Homininae)에는 사람족(Hominini)과 고릴라족(Gorillini)이 있고, 사람족(Hominini)에는 사람속(Homo)과 침팬지속(Pan)이 있다. 고릴라는 사람의 6촌격, 오랑우탄은 8촌격 정도 될 것이다.

 

인간과 침팬지의 마지막 공통조상은 600만 년 전쯤이고, 25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호모속의 진화가 이루어지고, 최초의 석기 도구가 사용되었다. 200만 년 전에는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로 전파되었고, 다양한 인간종이 진화하였다. 50만 년 전쯤 네안데르탈인이 유럽과 중동에서 진화하였다.

 

20만 년 전쯤 호모 사피엔스가 동아프리카에서 진화하였고. 7만 년 전 인지혁명(cognitive revolution)이 일어나, 가상(상징) 언어가 출현하였고, 역사가 시작되었으며,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외로 전파되었다. 45,000년 전 사피엔스가 호주에 정착하였고, 호주의 거대동물이 멸종하였다. 16,000년 전 사피엔스가 미주에 정착하였고, 미주의 거대동물이 멸종하였다.

 

네안데르탈인이 약 3만 년 전 멸종하고,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약 12,000년 전 멸종함으로써 그 이후는 호모속에서는 호모 사피엔스 종만이 유일하게 생존하고 있다.

 

12,000년 전에 농업혁명이 일어나 식물 경작 및 동물의 가축화가 이루어지고, 영구 정착촌이 형성되었다. 5천 년 전 쯤 첫 번째 왕국이 생기고, 글자 및 화폐가 통용되고, 다신교가 생겼다. 4,250년 전 첫 번째 제국인 사르콘의 아카드 제국(the Akkadian Empire of Sargon)이 세워졌다.

 

2500년 전에 주화가 발명되어 보편적 화폐로 쓰이고, 페르시아 제국이 세워져 모든 인간의 이익을 위한 보편 정치질서가 갖추어졌다. 또한 인도에서 불교가 발흥하여 ‘모든 존재를 고통에서 해방시킨다’는 보편적 진리가 설파되었다.

 

2,000년 전 중국의 한제국이 일어났고, 지중해에 로마제국이 생기고, 기독교가 발생하였고, 1,400년 전에는 이슬람교가 발생하였다.

 

500년 전 과학 혁명이 일어났고, 인류는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유례없는 힘을 얻기 시작하였다. 또한 유럽인들은 아메리카와 바다를 정복하기 시작했으며, 행성 전체가 하나의 역사적 무대가 되었고, 자본주의가 부상하였다.

 

200년 전에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가족과 공동체는 국가와 시장으로 대체되었으며, 동식물의 대규모 멸종이 일어났다.

 

현재는 인류가 지구의 경계를 벗어나 우주로 향하고, 핵무기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유기체는 유전자 변이에 따른 자연선택보다는 점점 더 지적 설계에 의해 형성된다. 미래에는 지적인 디자인이 삶의 기본원칙이 될 가능성이 높고,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데우스(초인超人)로 대체될 것이다.

 

7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에게 인지혁명이 일어났는데, 인지혁명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첫째, 호모 사피엔스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이 생겨, 그 결과로 사자를 피하고 들소를 사냥하는 등의 복잡한 행동의 계획과 수행이 가능해졌다.

 

둘째, 사피엔스의 사회적 관계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이 생겨, 최대 150명 정도의 규모가 더 크고, 응집력이 더 강한 집단이 가능해졌다.

 

셋째, 부족정신, 국가, 유한회사, 인권 등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이 생겨, 대단히 많은 낯선 사람들끼리 협력할 수 있게 되었고, 사회적 행태의 빠르고 잦은 혁신이 가능해졌다.

 

개미, 꿀벌 등의 사회적 동물은 경직된 협업체제로 개체는 사회의 한 부속품일 뿐이고 철저히 유전자의 지시에 따른다. 반면에 인간의 협업은 인지혁명 덕에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유연하고 효율적인 협업이 되어, 유전자의 명령을 우회한 다양한 공동의 상상과 소통에 기반한 가변적인 사회, 곧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보장된 공동체 자유주의 사회가 되는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