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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된 치과 전문의 이대로 좋은가?

시론

지난 2004년 치과계의 오랜 난제 중의 하나였던 치과전문의 제도가 치과계의 합의와 정부, 정치권의 결단으로 시행이 되게 되었다. 이로써 그간 법적으로 인정 받지 못하던 많은 전문과목 수련이 공식화 되었고, 대국민 홍보 차원에서도 치과계가 다양한 영역의 학문을 다루고 있음을 비로소 알릴 수 있게 되었다. 치과 전문의제도 시행 이전에 수련을 받았던 사람들도 경과규정으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게 되었고, 전문의 제도 시행 이전 수련을 받지 않았던 사람들도 정부의 관리 하에 소정의 교육을 받고 난 후 응시자격을 부여받아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현재 활동하고 있는 치과의사 면허 부여자의 과반수에 이르는 15861명(2023.1.10. 현재)의 치과의사들이 전문의 취득을 한 상태이고 바야흐로 치과계도 의과와 마찬가지로 다수 전문의 시대가 되었다.

 

의과에서도 늘 지적되어 오는 문제이긴 하지만 일반의 보다 전문의가 과잉인 의료체계가 국민보건의 질 향상에 늘 유리한 것은 아니다. 치과계는 아직까지 전문의를 표방하는 치과의원의 숫자가 적고 근본적으로 진료영역이 의과보다 많이 제한적인 관계로 전문의 간의 구별이 크지 않아 당분간 치과전문의 표방이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을 듯하다. 하지만 의과에서 보듯 인기 전문과로의 쏠림 현상 및 이로 인한 전문과목간의 과열경쟁에 의한 치과계 내부의 분쟁 가능성은 상존하며, 이는 전문과간 진료의 차이가 적은 치과계에서는 더욱 심각해질 듯도 하다. 아울러 다수 전문의 시대에 더 많은 수련기회에 대한 요구, 통합치의학과전문의의 배출, 최근 4차 산업혁명기술에 의한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 분류된 세부 전문과목의 경계가 점차 무색해지고 있는 상황마저 목도하고 있노라면 미래 치과계를 위해 현재의 치과 전문의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한번 해볼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본 기고에서는 제일 중요하지만 당장 해결이 불가한 치과전문의의 재분류 문제는 논외로 하고 필자가 생각하는 현행 제도의 개선 방향에 대한 생각을 몇 가지만 공유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고민해야 할 문제는 배출되는 각 치과전문의 수의 적정성이다. 필자가 과거 치협 일을 하며 경험했던 놀라웠던 기억 중의 하나인데 당시 일부 치과 전문과에서는 자신들의 전문의 숫자를 어떻게든 늘리고 싶어 했었다(요즘도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달린다면 당연한 조처이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결국은 자신들 전문의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처사일 것이다. 의과는 오래전부터 각 전문의들의 개원가 혹은 공직에서의 수요 공급에 맞추어 숫자를 적정선에서 최소화 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렇기에 일부과의 수련의들은 치과계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과한 업무량으로 고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진감래일까? 그렇게 배출된 소수의 정예 전문의들은 이후 그간의 고생을 잊을 만큼 만족스런 대우를 받게 된다. 이러한 점을 참고해 볼 때 이제 치과도 각 과마다 적절한 전문의 숫자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있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과가 최소한 현재보다는 많이 줄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단순하게 생각해 본 필자 나름의 적정 전문의 숫자는 예를 들면, 치주과 전문의는 치주과 환자만 보고도 잘 살 수 있어야 하고, 보존과 전문의는 보존과 환자만 보고도 잘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것이 불가하여 치과전문의 취득 후에도 일반 GP같이 모든 진료를 하고 살 수밖에 없다면 이는 우리나라 치과 전문의의 구분이 지나치게 세분화된 것이거나, 해당과의 전문의 배출 숫자가 너무 많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통합치의학과의 경우에는 반대의 접근이 필요할 듯하다. 통합치의학과는 의과의 가정의학과와 마찬가지로 원래 치과환자의 진료 편의성을 높임과 동시에 치과의 1차 진료를 담당할 목적으로 설립된 전문과목이므로, 다수 치과전문의 시대에는 오히려 숫자를 대폭 늘려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너무 이상적일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에는 일반 GP 혹은 통합치의학과 전문의들이 1차로 진료를 보고 이들이 해결할 수 없는 고난이도의 치과 치료는 적정한 수가를 받으며 각 세부 전문과에서 시행하는 것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의료전달체계와 전문의 수가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지만 굳이 제도가 받쳐주지 않더라도 치과계 특성상 적절히 수요 공급만 맞추면 자연스레 정착될 수도 있을 듯하다.

 

두번째 고민해야 할 문제는 치과전문의 수련기관기준의 개선이다. 얼마전 이에 대한 공청회도 있었지만, 현재 치과대학병원 및 의과대학병원 등에서 치과 전문의가 배출되는데 치과대학병원의 경우 아직까지 통합치의학과에 대한 반대 정서가 남아 있어 아주 소수의 통합치과 전문의만 배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과대학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인턴 배출도 가능한 대형 병원인 경우 구강악안면외과 포함 5개과 이상이 개설되어 있어야 하며, 그것이 불가한 경우 구강악안면외과의 단과 수련만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의과대학 부속 상급 종합병원 치과의 경우 5개과의 규정을 맞추다 보면 병원 입장에서 볼 때 치과가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커져 병원 경영에도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중증질환 진료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의무규정상 거대한 치과는 오히려 방해가 되므로 수련치과 개설은 커녕 치과를 거의 폐쇄하는 것과 비슷하게 축소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이 된 지금 높은 수준의 치과의료에 대한 수요는 치과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 치과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높다. 따라서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각 치과 전문의들도 만족할 수 있는 대책은 다수의 통합치의학과전문의, 소수의 기타 치과전문의 제도를 확립하는 길뿐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하여 필자는 치과대학병원에서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과정을 하루빨리 개설하고, 기타 과의 수련의 숫자를 소수정예 개념으로 적절하게 줄이며, 의과대학병원의 경우 구강악안면외과 단과 수련 병원 유지가 도저히 힘든 경우 인턴이 필요 없는 통합치의학과를 적극 개설하고, 의료 공백을 피하기 위하여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가 있는 조건(필자가 구강악안면외과라서가 아니라 종합병원에서 구강악안면외과의 역할은 필수적이다)에 한하여 통합치의학과 단과 병원 개설을 허용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만일 이렇게 개설된 종합병원 치과에 환자가 많아지고, 다양한 치과전문과목을 소화할 여건이 된다면 병원 집행부의 동의 하에 필요한 치과전문과목을 적절히 늘려가면 될 것이다. 인턴 수련까지 가능한 5개과 이상의 치과 전문과목 개설이 가능한 극소수의 최상급 대형 종합병원의 경우도 현실적으로 병원내 치과의 존립이 점차 위태로워지고 있음을 감안하여, 예방적으로 구강악안면외과를 포함한 3개과로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이는 향후에 개설될 신규 상급종합병원의 수련치과 개설에도 숨통이 트이게 할 것이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앞으로는 더 빨리 바뀌어 갈 것이다. 과거와 같이 수련의가 더 이상 교수의 개인적 수발까지 드는 시대도 지났고, 수련의 숫자가 많아야 해당과의 파워가 강한 것도 아니다. 전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같은 치과의사이다. 좋은 치과의사가 되기 위한 더 많은 수련기회의 요구에 비해 치과계는 수련의를 배출할 기관도 지도의의 숫자도 적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엄중한 치과계의 현실을 명심하며 좁고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그저 우리나라 치의학을 발전시키고 훌륭한 미래의 치과전문의들을 배출할 생각만을 하며 전문의 제도를 돌아보고 개선해 나갔으면 좋겠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