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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은 인술’ 열정 봉사 앞장서는 치과계

치협 봉사 FDI서 지속 협력 모델 구축 호평 받아
전국 지부·분회 각 형편에 맞게 국내외 활동 전개
70년대부터 활동, 사회 귀감된 봉사 단체 많아

 

냉정하다, 계산적이다, 이기적이다… 치과의사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 이면을 한꺼풀 들춰보면, 수많은 치과의사들이 숱한 오해를 견디며 봉사에 묵묵히 매진하고 있다. 이들은 오늘도 의료인의 본령을 되새기며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힘쓴다.

 

# 지속 가능한 봉사 모델 만들다

치협은 지속 가능한 봉사 모델을 만들기 위해 씨름해왔고, 마침내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해 세계치과의사연맹 총회에서 ‘스마일RUN 페스티벌’로 ‘FDI 스마일 그랜트(Smile grant)’ 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스마일 그랜트는 국민 구강건강 향상을 위해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봉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FDI 회원국에게 수여된다.

 

‘스마일RUN 페스티벌’은 치협과 재단법인 스마일이 협력해 대국민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조성된 기금으로 구강암 및 얼굴기형 환자를 돕는 기부 모델이다. 특히 치협은 코로나19 확산 기간 중에도 봉사를 진행하기 위해, 어플리케이션으로 마라톤 진행 내역을 인증하는 비대면 시스템을 도입해 호평을 받았다. 실제 FDI도 수상자 선정 이유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추진력(inspiring initiative)을 높게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치협과 롯데제과가 협력해 진행 중인 ‘닥터자일리톨 버스가 간다’도 지속가능한 봉사 모델의 좋은 예다. 이들은 지난 2013년부터 이동 진료 버스로 전국 의료 취약지를 매월 1~2회 방문, 5000여 명의 구강건강을 돌봤다. 특히 지난해에는 역대급 산불이 발생한 경북 울진 지역 등을 앞장서서 방문, 국민과 정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10년 넘게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한 치과의사는 “봉사 비용을 특정 단체나 개인의 희생으로 감당하려면 상당한 부담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 윈윈 가능한 봉사모델을 만든 것은 굉장히 세련된 아이디어”라고 자일리톨 버스 사업을 평가했다.

 

# 지부 곳곳 활발한 봉사활동 전개

치협 각 지부·분회도 저마다 봉사에 매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중에는 정부 방역지침에 충실하기 위해 잠시 활동을 멈추기도 했지만, 방역 기조가 완화된 최근부터는 활발히 봉사를 재개하고 있다.

 

지부에서 직접 창설한 봉사단체를 통해 활동하는 곳도 있다. 경북지부는 ‘사회소통공헌단’을 창설, 지난해에는 관내 산불 발생 지역에서 진료봉사를 펼쳤다. 부산지부는 회원 후원금 등으로 운영되는 ‘나눔봉사단’을 발족하고, 치과 취약계층을 정기 방문하고 있다. 제주지부도 산하 봉사단체인 ‘제주영송학교 치과 진료봉사회’등을 통해 지역 장애인 구강건강을 돌보고 있다.

 

자체 봉사활동 센터를 마련한 곳도 있다. 광주지부는 지난 1994년부터 지부회관에 ‘장애인 무료치과 진료센터’를 개설하고, 현재까지 지역 내 장애인 등을 9000여 명 이상 돌봤다. 인천지부도 ‘인천장애인치과진료봉사회’를 운영하면서, 2009년 지부회관에 부설 장애인진료센터를 개설해 매주 주말 의료 취약계층을 돌보고 있다. 전북지부는 해외로 눈을 돌려, 해외 봉사단을 창설하고 지난 2020년 캄보디아 내 NGO 학교에 치과진료소를 개설했다.

 

관내 유력단체와 적극 협력하는 형태도 있다. 강원지부는 건강보험공단·의약보건 6개 단체와 공동 창설한 ‘강원도보건의료상생협의체’에 매년 참여하고 있다. 경기지부도 수도권 지역이라는 이점을 살려, 치협 자일리톨 버스와 건보공단 주관 봉사활동 등에 함께하고 있다. 경남지부도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내 덴탈클리닉에서 진료봉사를 진행한다. 군진지부도 국군수도병원이 있는 성남 인근 복지관 및 어린이집 등을 꾸준히 방문했으며, 공직지부도 특성을 살려 각 대학병원 단위로 활발히 진행되는 봉사에 매진하고 있다.

 

 

대구지부도 매년 겨울 쪽방촌·아동복지시설 등 관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연탄 나눔 및 후원금 전달 등의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서울지부는 회원수가 많아 각 분회별 활동이 활발하다는 이점을 살려, 구별 보건소 등과 연계해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지부도 관내 울산장애인복지관 내 치과진료실에서 진료 봉사를 진행했으며, 전남지부도 회원들로부터 기부금과 폐금을 수거해 기금을 조성, 관내 어려운 이웃에게 매년 상당액을 기부하고 있다. 그 외에도 대전지부, 충북지부, 충남지부도 각자 상황에 맞게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각 지부·분회는 여건에 따라 해외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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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만5000명 한센인 진료 신화

치협 바깥에서 마음 맞는 이들끼리 모여 만든 봉사단체도 셀 수 없이 많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그리 부유하지 못했던 수십 년 전부터 계속 활동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한국구라봉사회는 지난 1971년 서울치대 학생진료단체를 모태로 시작됐고, ‘나병환자를 구원한다’는 이름에 걸맞게 국립소록도병원을 포함 전국의 나병(한센병) 요양시설과 정착촌 등을 두루 방문하며 3만5000명이 넘는 한센인을 돌봤다.

 

대한여성치과의사회도 1973년 창단 이후 꾸준히 봉사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안양소년원)를 매달 한 번 방문, 수용 학생들의 구강상태를 검진하고 사랑니 발치 및 신경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녹야회는 1977년 창립 이후로 지역 양로원 등 의료 취약지를 방문했으며, 지난 1992년부터는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꽃동네를 주기적으로 들르고 있다. 지금도 회원 40여 명이 5개 조를 편성해 매주 마다 꽃동네 안에 마련된 진료실을 들르고 있으며, 최근에도 치과의사 회원 3명을 충원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도 1989년 창단 이래로 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산하 8개 지부가 관내 외국인노동자 등 의료 취약계층을 꾸준히 방문하고 있으며, 중앙 지부에서도 녹색병원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미등록 이주학생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건치 부산·경남지부 회원을 주축으로 구성된 ‘캄보디아의 친구들’이 ‘이태석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재단법인 스마일(스마일재단)도 지난 2003년 설립 이후, 장애인과 치과의료소외계층을 위한 진료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일재단은 치협과 ‘스마일RUN 페스티벌’을 공동 진행할 뿐만 아니라, 전국 장애인 치과진료 네트워크를 구축해 장애인의 치과 의료 접근성을 개선했다. 현재 서울 은평구에 장애인 치과 센터인 ‘더스마일치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종교적 신념을 앞세워 봉사에 매진한 곳도 많다. 대표적으로 지난 1982년 설립된 ‘치과의료선교회’가 있다. 이들은 선교사가 파송된 해외 각 지역에 봉사자를 연 2회 이상 파견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기독교학생회(DeCA) 등과 함께 활동하며, 캄보디아로 진료봉사를 다녀왔다.

 

그 외에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듯, 특정 단체에 속하지 않고 묵묵히 인술을 베푸는 개인·소규모 단체 치과의사들도 수없이 많다. 이들 중 일부는 치협과 재계 등에 의해 발굴돼 사회 귀감이 됐다.

 

치협은 2012년부터 동화약품 부채표 가송재단과 함께 ‘윤광열 치과의료봉사상’을 제정했으며, 현재까지 총 11곳 개인·단체 치과의사를 발굴했다. 범현대가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아산상 의료봉사상’ 수상자로 30년 가까이 한센인을 돌본 치과의사 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을, 대우재단은 ‘김우중 의료인상 의료봉사상’ 수상자로 송파구방이복지관 이웃사랑치과봉사회를 최근 선정한 바 있다.

 

한 봉사단체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활동을 재개했다. 올해는 그간 못했던 봉사활동에 전념할 예정이며, 이를 위한 여러 가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봉사상 수상자는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소리 소문 없이 봉사에 매진하시는 치과의사들이 매우 많다. 그런 분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면, 치과계 봉사활동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