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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박병기 칼럼

인공적으로 생명을 이어갈 뿐 다시 소생 가능성이 없는 혼수상태나 뇌사상태의 환자를 품위있게, 인간답게 죽을 수 있도록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해 사망케 하는 것을 존엄사(尊嚴死, death with dignity)라 한다. 존엄사는 환자 자신이 의식불명 상태라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안락사와 구별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환자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의료진이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법상 촉탁살인죄나 자살방조죄가 성립된다고 법원이 판결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존엄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존엄사 법률’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첫 ‘존엄사 인정’ 판결을 받은 김모 할머니(77·사망 당시)는 2008년 2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서 폐종양 조직 검사를 받던 중 과다출혈로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고 뇌사(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김 할머니가 평소에도 ‘정갈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길 원했다는 주장을 토대로 치료중단을 요청했지만 병원이 생명유지 의무를 이유로 이를 반대하자 소송에 나섰다. 가족들은 그해 5월 병원을 상대로 ‘치료중지 가처분’과 민사소송,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다. 결국 대법원은 존엄사를 인정하며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하였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저자:아툴 가완디, 출판사:부키)의 저자 외과의사 가완디는 척수 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외과의사인 자신의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하며 같이 이별을 준비하여 이 글을 썼다. 작가는 이 책에서 “의대교육의 목표는 생명을 구하는데 있지 꺼져가는 생명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알려주는데 있지 않다, 그러기에 의사는 나이 들어 쇠약해지다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거의 말해주는 것이 없다.”라고 말한다.

 

10년 전 이 책을 읽고 우리 가족과 나의 죽음에 관한한 의사가 아닌 내 스스로 죽음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가족과 함께 준비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와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이 언제라도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후부터는 연로하신 부모님, 배우자와 자녀들과 죽음에 대해 더 많은 대화를 시도하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2년 전 어머님과 이별을 맞이할 때 부모님을 포함한 형제들과 어머님의 임종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하였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책은 나에게 죽음과 요양 그리고 호스피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식사를 하지 못하시는 어머님께서는 극구 병원에 가시기를 거부하셨다. 평소 어머님께서는 가족에게 당신의 임종에 대해 말씀하시며 30여년을 생활하고 계시는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시기를 원하셨다. 마지막으로 호흡이 곤란해졌을 때 119에 전화를 하였다. 구조 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할 것인가에 대해 물어보았다. 심폐소생술을 하면 멈추었던 심장이 기능은 할 수 있지만 과정에서 심각한 외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어머님은 평소 임종을 맞이할 상황이 되면 생명 유지 장치를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삶의 마지막이 다가오면 요양병원에서 삶을 연장하기보다는 집에서 호스피스 도움을 받으며, 친근한 일상과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과 함께 하며 삶을 정리하고 싶다.

 

<같이 읽으면 좋을 책>

마지막 강의(저자:랜디 포시, 출판사:살림출판사)

카네기멜론대학의 컴퓨터공학 교수 랜디 포시는 6살 딜런, 3살 로건, 18개월의 클로이의 아빠이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랜디 포시는 대학에서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강의를 한다. 자라는 자녀들에게 조언을 할 수 없기에 마지막 강의를 통해 삶의 지혜를 남긴다.

 

더없이 홀가분한 죽음(저자:오가사와라 분유, 출판사:위즈덤 하우스)

저자는 의료법인 오가사와라 내과 원장. 일본 재택호스피스협회 회장이자 기후대학 의학부 객원교수이다. 전국에서 현직 의사들이 견학이나 연수를 위해 찾아가는 일본 재택의료의 일인자이다.

재택 호스피스 완화 케어: 재택이란 생활하는 곳, 호스피스란 생명을 돌보며 삶과 죽음 그리고 이상적인 임종에 대해 생각하는 것, 완화란 통증과 고통을 줄이는 것, 케어란 따스한 보살핌 속에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싹트고 몸에 생기가 돋게 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환자에게 진정한 재택 호스피스 케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저자:마이클 햄, 출판사:을유문화사)

저자 마이클 헵은 데스오버디너(Death over Dinner)의 창립자로, 테드메드(TEDMED)에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만찬에 관한 강연을 한 후, 미국 전역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이 책에서 수천 번의 죽음을 주제로 한 저녁 만찬회를 직접 주최하면서 배운, 삶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대화 주제인‘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방법(‘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꺼내기 좋은 질문’스물두 가지)을 소개한다. 죽음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 피해선 안 된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은 곧 삶과 연결되고, 관계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