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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쿼바디스(Quo vadis)?

시론

지구촌이 계속 시끄럽다. 냉전시대의 종식과 함께 불어온 자유주의 바람에 서로에게 관대하던 세계는 거대한 인구를 기반으로 급성장을 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전략으로 다시금 블록화 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이러한 추세는 자연스레 가속되었고, 설상가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제는 1970년대 서방과 사회주의 국가 간의 냉전시대와 유사한 상황으로까지 회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유세계 서방국가의 주요 일원이지만 1980년대 말 경제적 실리를 위한 소위 “북방정책”으로 공산권 국가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미-중 관계의 악화로 어쩔 수 없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주의 진영편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당연히 주요 교역대상인 중국과 러시아로의 수출은 급격히 제한되는 상황이다. 한술 더 떠 14억 인구의 거대한 자체시장이 있고 막대한 자본에 저렴한 인건비로 제작되는 중국산 물건들은 이제 품질까지 나아지며 우리의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한국 엔지니어들의 공(?)도 큰데 최근까지도 한국의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중국기업에 파격적 조건으로 이직하여 국가에서 기밀로 분류된 기술이전까지 하고 있다. 수년 전 한 언론에 중국의 대표적 LCD 기업인 BOE의 연구소는 한국어가 공식언어라는 기사가 났을 정도였다. 우리의 주요 수출상품인 반도체, 조선, 자동차 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인구학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의 리스트에 한국이 1위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국가 통계자료에 의하면 올해 예상 출산율은 0.73인데 이는 세계 최저이며, 작년 출산율이 0.78이었음을 감안하면 출산율 저하속도 자체가 심상치 않다. 주변을 보아도 결혼하려는 사람도 적고 결혼을 한 커플들도 아이를 원치 않는다. 필자가 25년 전 독일 유학 시 얘기를 나누었던 한 스페인 여학생이 자신은 결혼도 싫고 아이를 낳는 것도 싫다고 해서 역시 유럽인은 사고방식이 많이 다르구나 하고 느꼈었는데, 이제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그들보다 한술 더 뜨는 상황이다(참고. 스페인 출산율 1.23). 후세의 양육을 위한 희생보다 자신들의 행복 추구가 이해는 가지만 이러한 결과로 인구가 줄고 고령화된 국가와 사회는 필연적으로 국가 경쟁력이 상실되고 한 두 세대면 아무런 힘도 없는 약소국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출산율 저하의 또 다른 이유일까? 우리 젊은 세대들은 언젠가부터 “헬조선”이라는 말을 쓰며 우리 사회를 자조하며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어려서부터 비정상적인 교육열에 치이고, 평생 과도한 경쟁에 살면서도 기대보다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데서 기인한 생각일 것이다. 이러한 풍조는 우리 정치인들의 책임도 크다. 당리당략으로 우리 국민이 늘 불행하다고 조장하는 정치인들이 많고,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우리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상황이 되어가는 데도 조선시대 임진왜란, 병자호란 때에 그랬듯이 여전히 자기들 이익만을 위해 혹세무민하고 있다. 현명한 사람, 국가는 상황파악을 잘하고 요점을 잘 짚으며, 일 처리의 우선순위를 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 정치인들은 많이 아쉽다. 현재 정세에 가장 최우선에 있어야 할 고민의 주제는 자신들의 당리당략이 아니라 우리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한 대책마련과 국가경쟁력 제고이어야 할텐데 말이다.

 

무언가 좋은 해결책은 없을까? 필부에 불과하지만 나름 고민을 해본다. 우선 기술이 안보(national security)인 시대에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이공계를 더욱 우대하고 과학기술 계발에 예산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업들 역시 엔지니어들을 더욱 아끼고 성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으로 그들이 외국으로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론 국가와 기업차원에서 핵심기술보안에 대한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각국의 최고수준의 이공계 인재들의 귀화와 이민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이는 현재의 인구감소를 어느정도 보완할 수도 있다. 미국에 세계 최고의 IT기업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세계 최고의 이공계생들이 모여서 그런 것이다.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 모두 이민자 출신의 이공계생들이 세운 기업이다. 덤으로 자기보다 능력 있는 사람을 존중하고, 그런 사람들이 더 대접받고 잘사는 것을 인정하는 문화는 한국의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가 나오는데 또 다른 필수 조건이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는 출산율 증가를 위한 방안이다. 그간 여러 정부의 노력에도 별 효과가 없었으므로 현재의 위기상황임을 감안하면 보다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젊은 세대가 출산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는 자녀의 교육문제일 것이다. 어떻게든 현재의 과도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해야 할 텐데, 무리를 해서라도 아예 금지를 하던지 이것이 힘들다면 제한된 시간으로 공공 온라인 교육만을 허용하던지 해야 한다. 어차피 무얼 해도 줄세우기인 만큼 입시도 가장 단순하고 공정한 정시 100%가 나을 듯 하다. 필자도 아이 둘을 강남에서 키워 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학원문화만큼 그렇게 낭비적이고 쓸데없는 것이 없다. 경제적 부담도 크고, 부모도 아이도 행복하지 않다. 심리학자이자 생물학자인 피아제(Piaget)의 인지 발달론에 의하면 한 사람의 발달과정에서 아동기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그 발달과정은 단계가 있어서 단계에 맞는 적절한 놀이와 교육을 하였을 때 아이들의 인지능력과 두뇌 발달이 최고가 된다고 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우리 교육상황은 오히려 발달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자기가 흥미를 느끼는 것을 시도해보며 차곡차곡 성장해야 할 시기에 그저 답안 맞추기용 국어, 수학, 과학학원을 뺑뺑이 돌고 있으면 그 아이의 정신이 온전할 리가 없다. 더욱 안쓰러운 것은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친 어떤 아이들은 충분히 잘하고 있음에도 죄책감과 우울함으로 그 아름다운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학부모 역시 마치 자기 입시 준비를 하듯 아이 대신 학원가를 배회하고 있으니 역시나 행복할 리 만무하다. 이런 것을 직접 겪은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아 기를 용기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가와 기업의 보다 파격적인 육아 보조 정책도 필요하다. 지금의 어린이집 수준이 아닌 가장 최고의 시설에 최고의 선생님들로 부모대신 육아의 많은 부분을 대신하여 주는 것이다. 그 재원은 뉴스에도 나오듯이 엉뚱하게 줄줄 새는 세금만 잘 아껴도 가능할 듯하다.

 

그 다음은 보다 긍정적인 국가관의 확립이다. 필자의 해외생활 경험상 우리나라는 완벽하지는 않아도 살기에 꽤 괜찮은 나라이다. 안전하고, 깨끗하며, 서로를 배려하고, 정도 많고, 편리하기까지 하며, 최상의 의료수준에도 의료비도 싸다. 그간의 가열찬(?) 노조 운동의 결과인지 심지어 이웃인 일본보다도 근로자들의 급여수준이 높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종종 롤모델로 꼽는 독일, 북유럽 국가들조차 위에 언급한 어떤 사항도 우리보다 확실하게 나은 게 없다. 사실은 이러한데 왜 그리 우리는 스스로에게 부정적일까? 필자의 경험상 다른 나라 사람들은 우리보다 자신들의 삶에 보다 쉽게 만족한다. 우리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은근히 질투심이 많고 경쟁심도 세다. 따라서 충분히 만족스런 삶임에도 불구하고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인 불행을 느끼는 피곤한 DNA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국에 대해 좀 더 성숙하고 겸손한 매너도 필요해 보인다. 이는 저개발 국가와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는 인구와 시장이 작으므로 외국과의 좋은 관계는 필수이다. 따라서 우리의 국격에 걸맞는 겸손하고 좋은 매너는 관광지에서나 유튜브에서나 어디서든 우리 국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최근 유튜브에 익명성을 이용하여 다른 국가를 지나치게 비난하고 폄하하는 방송들이 종종 보이는데 그 천박함에 화가 나고, 무한 정보 공유시대에 국익을 해칠 수 있으므로 절대적으로 금기이다. 어느정도 제재도 필요할 듯하다. 모쪼록 위기의 시대에 우리 모두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 화이팅!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