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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데이터 시대

시론

바야흐로 지금은 데이터 시대입니다. 데이터는 개인 생활뿐 아니라, 정책과 행정, 산업과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인간의 삶으로 완전히 바뀌고 있는 것이죠. 여기서 데이터란 일반적인 자료라는 의미가 아니라, 컴퓨터에 의해 해석되어 처리될 수 있는 심볼을 의미합니다. 데이터는 20세기 들어 완전히 새로운 재화로 등장하는데요, 경제적 가치를 창출 능력이 뛰어납니다. 2022년 글로벌 데이터산업 시장은 약 660조 원 규모로 추정되며 5년만에 2배가 증가하였습니다. 또한, 인류는 종래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등장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2023년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세계 10대 기업 중 7곳이 거대 데이터 기술기업입니다. (표)

 

데이터 기술기업들은 제조업이나 에너지 기업들 보다는 상대적으로 신생 기업들입니다. 1975년 설립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1976년 설립된 애플(Apple), 1993년 설립된 엔비디아(NVIDIA) , 2004년 설립된 페이스북(Facebook, 2021년 현재의 사명인 Meta Platforms로 변경), 2015년 설립된 알파벳 등이 있으며,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네이버, 카카오 등이 약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데이터가 만들어내는 경제 성장이 자연스럽게 예측됩니다.

 

우리는 데이터 시대를 만끽하며 상상 이상의 생활의 편의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방대하게 축적되고 수집된 데이터는 고성능 컴퓨터 연산과 인공지능을 통하여 분석되고 처리되어, 인간에게 이전에 없었던 생활 속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죠. 전혀 다른 성격의 데이터간 결합도 가능해져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도 합니다. 가령, 개인의 위치정보와 소비정보가 결합되어, 해당 개인의 다음 소비를 예측하거나 해당 소비가 발생한 상점의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시기에 넷플릭스(Netflix)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접하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나와 비슷한 선택을 한 사람들이 다음 순서로 선택한 컨텐츠를 분석하고 클러스터링하여 볼 만한 리스트를 추천해 줍니다. 인터넷 광고창에는 한 번이라도 클릭했거나 구매했던 온라인 쇼핑몰이나 상품의 광고가 자동으로 나타납니다. 인간의 뇌는 기회가 되면 본능적으로 게으름을 피우려고 하기 때문에, 선택지를 자동적으로 권해주는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에 우리는 편리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데이터의 출처는 어디일까요? 맞습니다. 대부분은 개인이 생산한 데이터 또는 개인정보입니다. 전체 디지털 데이터 중에서 개인 데이터의 비율은 약 75%에 이릅니다. 전 세계는 현재 디지털 세상과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올리는 정보와 사진 자료, 카카오톡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 네이버나 구글 검색 내역, 스마트폰 사용 내역, 카드 결제 내역, 유튜브에 올라오는 동영상들이 모두 데이터로 수집·가공되어 테크기업을 운영하는 근간이 되고 나아가 개인 이용자에게도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법령 외에는 사실상 데이터 수집·관리에 대한 법과 제도가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2022년 10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을 겪어 보았습니다. 한 데이터플랫폼의 셧다운(shutdown)에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우왕좌왕 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죠. 데이터 관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리고 데이터의 분산저장 기술, 인공지능과 개인 프라이버시가 공존할 수 있는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기술의 혁신과 개발 역시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현재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2천달러 정도입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1953년 처음으로 집계된 1인당 국민총소득은 67달러였고, 70년이 지난 지금 무려 477배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노력과 헌신, 기업들의 개발과 혁신,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민주주의와 경제·사회적 발전을 이렇게 단기간에 이룬 비슷한 사례는 찾기 힘듭니다. 속이 쓰리지만 주요하게 보아야 할 점은 2020년 21년 연속하여 국내총생산 규모가 세계 10위에 진입하였으나 올해 13위로 밀려난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원자재의 수입 의존, 반도체 등 수출 항목의 쏠림 현상, 특정 수출국으로의 높은 수출 비율, 국외 요인에 의한 원화가치 급변 등이 위험요인입니다.

 

데이터 시대는 우리나라에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의 장을 열어줄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전통 산업들처럼 원자재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유형의 수출 품목을 항구나 공항을 통해 발송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간 대한민국은 선진국에서 100년 전부터 취한 발전 모형을 따라가며 근대 산업화를 압축적으로 달성하였습니다. 이러한 추격자 발전 전략은 실수나 실패의 확률은 줄여주고 반대로 성공에 대한 확률은 높여주지만, 그 한계 역시 명확합니다. 솔루션을 제공해 준 기존 선진국들을 앞서기는 쉽지 않은 것입니다.

 

개척자 발전 전략으로의 전략적인 전환이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개척자 이익(pioneer advantage)을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높은 교육 수준, 강한 IT 인프라,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 기업과 정부의 의지에 비추어 새로운 도약은 긍정적입니다. 물론 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데이터의 본질, 데이터 시대가 바꾼 인간의 삶과 사회·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모든 시대에는 명과 암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항상 인류는 기술에 있어 진일보해왔기 때문에,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대한민국 역시 긍정적 결과를 가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