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10월 추천도서 - 현실과 비현실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우리는 살면서 현실적이다, 혹은 비현실적이라는 경험을 합니다. 비현실적인 것을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을 보면 그 비현실이 현실에 나타난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합니다. 내가 살아내는 현실이 아무리 녹록지 않아도 흔히 ‘현타’라고 불리는 ‘현실 자각 타임’이 오지 않는 이상 비현실적인 세상을 현실적으로 모두 살아갑니다. 제가 소설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내용이 흥미롭고, 소설과 지금 내가 사는 현실을 비교해서 나 자신을 주인공이나 관찰자로 삼으면 더 박진감 넘치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서 현실을 깨닫는 것 못지않게 비현실적인 상상의 세계로 빠지는 것도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창의력을 키워주는 인간의 우뇌를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면서 책을 읽는 것은 이래저래 우리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현실, 병원경영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현 상황에 대한 ‘현타’가 우리를 힘들게 하더라도 끊임없이 비현실적인 상상을 해 보는 것도 새로운 창의적 병원경영을 위해 필요할 수 있습니다. 8월에 최고 매출을 찍고 9월에 최저를 찍었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조금은 비현실적인 책 읽기를 해 볼 타임입니다.

 

 

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하루키의 소설

사십 년간 묻어두었던 작품 새로 다듬어 완성 주목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문학동네, 2023

 

또 손이 갔습니다. 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하루키의 소설입니다. 하루키의 작품이라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어 사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렇게 읽어내려간 하루키의 소설과 수필이 수십 권이지만, 개인적으로 소설은 『노르웨이의 숲』, 수필은 『먼 북소리』를 넘어서는 작품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이 작품도 그렇습니다. 이번 작품은 집필과 발표에 얽힌 뒷이야기가 특별한데 제 소견으로는 일종의 마케팅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1979년 데뷔 이래, 무라카미 하루키는 각종 문예지에 소설을 비롯한 다양한 글을 발표했고, 대부분 책으로 엮어 공식 출간했는데 그중 유일하게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아 팬들 사이에서도 오랜 미스터리로 남은 작품이 문예지 ‘문학계’에 발표했던 중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1980)이었습니다. 하루키는 이 작품을 책으로 출간하지 않았지만, 작가로서 줄곧 마음에 품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벽(이 벽이라는 말조차 이 소설과 연관이 있음)이 세워지기 시작한 2020년, 작가는 마침내 사십 년간 묻어두었던 작품을 새로 다듬어 완성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삼 년간의 집필 끝에 나왔습니다. 이런 스토리가 있는 책을 하루키의 팬들이 놓칠 수 없겠죠.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특유의 하루키 소설은 이 책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하루키 책을 읽은 사람은 좀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늘 그렇듯 또 다른 ‘난해함’으로 무장한 이 책도 일독할만합니다.

 

 

많은 이들 마약에 노출되고 중독, 마약 팬데믹 시대

의사로서 마약의 정확한 정보·지식 갖는데 도움 추천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히포크라테스, 2023

 

얼마 전 천만을 돌파한 범죄영화의 소재는 마약이었습니다. 영화에서 마약을 하는 모습은 너무 쉽게 볼 수 있지만, 그저 영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영화 속의 그 모습과 아주 흡사합니다. 일상으로의 침투가 그 어느 때보다 빠릅니다. 아편, 코카인, 헤로인, LSD, 엑스터시, GHB, 야바 같은 불법 마약류부터 페치딘, 펜타닐, 졸피뎀, 프로포폴, 펜터민 같은 의학적 사용이 가능한 마약류까지 종류와 형태, 거래 방식 모두에서 진화한 마약은 사회 곳곳에서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유흥에 빠진 일부 사람만이 마약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고 ‘몸이나 마음이 아파서, 살을 빼려고, 일하려고, 친구와 어울리려고, 호기심에서’ 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이들이 마약에 노출되고 중독됩니다. 마약 팬데믹 시대가 본격화된 것입니다. 이쯤에서 마약에 대해서 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약을 취급하는 의사로서 더더욱 마약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과 몇십 년 전 마약 청정국이라고 생각했던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이제 세계에서 손꼽히는 마약 소비국이 되었습니다. 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정부의 마약 정책을 살피고 감시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올바른 마약 지식은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이 그 역할을 하리라 기대합니다.

 

 

까다로운 하버드식 교육 쉽게 따라 해보기

‘열흘 먼저 해치우기’만 적용해도 삶이 달라

『하버드의 달력은 열흘 빠르다』 센시오, 2023

 

‘하버드’가 제목에 들어가는 책들은 사실 조금은 뻔합니다. 잘 따라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말이 쉽지 하버드에서 행해지고 교육되는 것을 일반인들이 소화해 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까다로운 하버드식 교육 이야기 중에서 이 책은 다른 ‘하버드’와는 사뭇 다릅니다.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제일 좋은 자기계발서입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쉽고 잘 따라 해 볼 만합니다. 물론 쉽다고 실천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강조하기를, ‘열흘 먼저 해치우기’ 습관을 만들어 놓으면 차원이 다른 삶이 열린다고 말합니다. 이 비결을 우리의 일터와 일상에 접목한다면, 늘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처리하는 내 모습과 이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열흘 먼저 해치우기’ 방식 하나만 적용해도 나의 일 습관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시계를 10분 일찍 맞춰 놓고 살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새삼스럽게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