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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천천히 가자

시론

최근 턱관절 치료 분야에 있어 오랜만의 의료 신기술 승인이 났다. 오래전부터 다른 관절 부위에서 시행해 왔었던 소위 “증식치료(prolotherapy)”를 몇 가지 턱관절 장애 증상에 한하여 유효하고 안전하다는 기술로 신의료기술위원회를 통한 정부의 정식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 기술은 원래 치과 쪽이 아니라 일부 의과 선생들이 경추 및 후두부 쪽에 적용을 신청하며 슬쩍 턱관절을 포함시킨 것인데, 심사과정에서 근거가 많이 부족한 다른 부분은 제외하고 그나마 심사할 만한 논문이 있었던 턱관절 장애 부분만을 떼어내어 승인을 하게 된 것이다. 이 기술의 승인 후 기술이 비교적 쉽고, 또 개원가에서 보존적인 방법 외에 해결하기 힘들었던 턱관절 증상의 치료에 세정술과 아울러 추가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기에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승인을 위한 평가를 했던 필자의 관점에서 보면 솔직히 이 기술은 아직 좀 더 다듬어져야 하는 기술이다. 비유를 하자면 심증은 있는데 아직은 확실한 물증이 부족하다고 할까? 의과 쪽에서 이미 정식 의료기술로 시행이 되고 있는 일부 관절부의 증식치료 역시 신의료기술 평가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의료기술 등재가 되었던 터라 요즈음과 같은 엄격한 근거기반의 평가를 받지 않았던 것이기도 하다. 다른 관절분야 얘기는 차치하고 턱관절 분야에 있어 증식치료 역시 논문의 내용들도 일관된 프로토콜이 부족하였고 술자마다, 증상마다 다양한 치료 방법과 결과를 보고하고 있었다. 다만 몇 편에 있어 그나마 RCT(randomized controlled study)가 잘 되어 있었고, 의과에서 다른 관절부에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해 오던 기존 기술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어 승인을 해준 것이다. 여담이지만 신의료기술의 승인은 엄격한 근거기반(evidence based)에 의거하여 판단된다. 여기서 말하는 근거란 잘 계획된 임상연구 논문을 의미하는데, 증례보고나 임상연구 디자인이 부실한 논문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인체는 원래 복잡하고, 질병의 양상도 마찬가지이므로 어떤 특정 치료에 대한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치료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한 변수를 최대한 통제하고 평가되어야 하고, 그렇게 나온 결과만이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체계적 연구 없이 시술자들의 제한된 경험에 의한 섣부른 치료효과의 일반화는 가장 경계하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턱관절 분야에 승인된 증식치료는 비록 신의료기술 인증은 받았지만 정확한 주사 부위, 주사 횟수, 주사제의 성분, 적응증 등에 대한 보다 세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지금은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턱관절 장애에 대한 침습적 외과 치료를 해오던 숙련된 사람들이 잘 짜여진 임상연구 계획을 가지고 엄정한 심사에 의한 기관승인(IRB)을 얻은 후에 데이터를 모아가면서 정확한 치료 프로토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때인 것이다. 현재 승인된 턱관절 증식치료에 대한 적응증은 턱관절부 인대, 건 부위 파열, 이완 등에 의한 만성통증, 턱관절 내장증, 잡음, 탈구이고 허가된 치료제의 성분도 약간의 여지는 있지만 dextrose와 리도케인의 혼합물에 제한된다. 그리고 주사부위 역시 턱관절 주변의 인대에 주는 것에 한정된다. 턱관절에 세정술 조차 해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턱관절 주변의 늘어진 인대부위를 감으로 찾아 정확히 주사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그 부위는 안면신경, 두부로 가는 주요 혈관, 외이도, 두개저 등의 인접부위이므로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시술할 경우 자칫 큰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제대로 시술된다면 환자들에게도 좋고, 또 어려운 개원가 상황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개원가에서 광범위하게 시술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모두 알고 있겠지만 턱관절 장애 치료는 일반 치과치료와는 많이 달라서 한 두가지 치료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다. 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어떠한 치료 후에도 소멸되지 않으며, 단순히 육체적인 문제 뿐만이 아닌 생리적, 정신적인 원인도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 조차 동시에 지속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그 어떤 치료도 장기간에 걸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스플린트 치료도, 관절강 세정술도, 증식치료도, 물리치료도, 보톡스 치료도, 심리치료도, 심지어 관혈적 턱관절 수술도 그저 대증적인 치료일 뿐이다. 환자를 통해 짐작컨데 일반 치과에 턱관절 환자가 오면 스플린트 포함 기초적인 치료를 시행한 후 환자의 불평이 지속되면 대학병원으로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인 듯하다. 일반 치과에서의 기본적 설명으로도, 또 진통제, 근이완제 등의 기본 약제투여, 아니면 그저 환자 스스로가 치과에 내원하고 느끼는 심리적 placebo효과로도 약 30~40퍼센트의 환자들은 단기적으로 증상의 개선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개원가에서 세정술 및 증식치료가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된다면 환자들이 자신들이 시술 받은 병원에 기대하는 것이 더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주치의도 그 커진 책임만큼 치료 결과가 더 중요해질 것이고, 환자를 대학병원에 쉽게 보내기는 힘들어질 것이다.

 

턱관절장애는 보면 볼수록 정말 어려운 병이고, 많은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최근의 의료환경은 10번의 치료 중 9번의 좋은 결과를 얻는 것보다 10번 중 1번이라도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되었다. 조금은 다른 얘기일 수 있지만 최근 모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서 개인 치과의원에서 상악동 거상술 후 발생한 상악동 감염의 부작용으로 의뢰된 증례를 모아서 보고하고, 공중파 언론에까지 난 일이 있었다. 많은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를 포함하여 필자도 그간 개인병원에서 의뢰되어온 꽤 많은 수의 상악동 합병증의 치료경험이 있다. 우리나라 치과의사들이 기본적으로 우수하고, 합병증의 발생 빈도가 아무리 낮다고 하여도, 상악동 수술 포함 구강부위의 외과적 수술을 일반 치과의사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여러 번 받았다. 임플란트 수술이 기본적으로 septic한 환경인 구강에 시행된다고 할지라도 최대한 aseptic한 수술 원칙을 지켜야 하고, 수술 전 전신상태의 파악이나, 합병증 발생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 능력이 갖추어져 있어야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아마도 상업적인 이유이겠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상악동 연수회에서는 이런 부분이 종종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필자에게 의뢰되어 온 가장 극단적인 예는 상악에 골이식 후 농양이 생겼는데, 초기에 간단히 배농만 하였어도 될 것을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수주 이상 방치하여 농양이 뇌로 전이되어 환자의 생사가 위독했던 경우도 있었다. 잘 치유되었기 망정이지 만일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였다면 아마 주치의는 아주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것임은 자명하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이제는 과거와는 달라진 의료환경에서 의료진 스스로 더욱더 원칙에 입각하여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치과계는 우리나라 전체가 그래왔던 것처럼 숨가쁘게 달려왔다. 그렇기에 현재 치과분야에서도 많은 부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세계에서 임플란트를 시술하는 치과의사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고, 해외의 많은 치과의사들에게 임플란트를 교육하고 있으며, 치과 임플란트 수출을 제일 많이 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그간의 많은 치과의사들과 엔지니어들의 노력으로 현재 국산 임플란트의 성능이 최고라고 생각하기에 굳이 외산 임플란트를 찾는 환자들에게 애국심이 아닌 진심으로 국산 임플란트를 권하고 있기도 하다. 양악, 치열교정, 턱관절 분야 포함 전반적 치과치료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성취가 어느 부분은 우리나라의 “빨리빨리”문화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이제는 우리도 꽤 달려온 만큼 조금은 천천히 가도 될 것 같다. 다소 느리지만 차곡차곡 한 걸음씩을 내 딛는 치과계가 되었으면 바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