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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전쟁에 대한 단상(斷想)

시론

국가의 전쟁은 국가 사이의 폭력이나 무력을 사용하는 상태 또는 행동을 말합니다. 최근인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침공하여 최소 1300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습니다. 규모나 폭력 수위 면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라 합니다. 이스라엘 측도 즉각적으로 보복 공습을 단행하여 양측 사상자가 3000명에 달했고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그림 1). 전쟁터에서 적군을 직접 맞닥뜨렸을 때 방아쇠를 바로 당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적의 직접 사살에 참여하는 군인은 전체 군인의 10~15%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신 기술을 탑재한 공격 드론과 미사일 등은 인간과 인간의 직접 접촉 없이 공격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사상자는 현대전에서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팔레스타인의 공격은 수십 년간 이어져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종교적·문화적·정치적 긴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 종식 이후 1947년 유엔 총회는 영국의 위임 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을 강제로 분할하고, 유대인들이 그 곳에 이스라엘이라는 신생 국가를 건국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로마군에 의해 자신의 영토에서 쫓겨나 1900년 가까이 세계 각지를 떠돌며 핍박을 받아온 유대인들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역사이지만, 갑자기 집을 떠나 이웃 아랍 국가들을 떠돌며 피란생활을 하게 된 팔레스타인의 입장에서는 되돌리고 싶은 역사일 것입니다. 따라서 영국군이 철수한 1948년 직후부터 현재까지 근처 아랍 국가들과 팔레스타인의 무장 단체와 이스라엘 군은 끊임없는 충돌을 해왔습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에 속합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전에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패권의 견고함을 보여주고 우방의 힘을 과시하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면전을 막거나 지연시키면서 아랍권을 달래기 위함이겠습니다. 이스라엘의 경제력이나 군사력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를 압도하지만, 이스라엘이 위치한 곳은 아랍권 한 가운데이기에 매우 위협적인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우방 미국은 지리적으로 6700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것이죠. 이스라엘 국경을 마주하는 국가들은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입니다. 정치적 결정에 의해 이스라엘이 건국될 수 있었지만, 이스라엘이 뿌리를 내려야 하는 곳은 문화도 인종도 다른 척박한 곳입니다. 특히, 종교 관련하여 유대교와 이슬람은 모두 유일신 신봉을 교리로 하고 엄격히 지켜 나가고 있기에, 두 민족 간 이해와 평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2021년 내내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에 러시아군이 증강 배치되며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다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습니다. 분쟁이 전면전으로 격화되었습니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된 이후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었습니다. 앞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예처럼 인종이나 종교가 달라서 분쟁이 유발된 것이 아닙니다. 90년대 이후 몇 년간 동구권 국가들은 국가 단위의 안보 위협을 이유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하나 둘 가입하게 됩니다. 최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핀란드, 스웨덴, 우크라이나는 경제적·군사적 이유 등으로 나토 가입을 서둘렀습니다. 러시아의 지도층은 나토 경계선이 러시아가 위치한 동쪽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한 위협을 느끼게 되었고, 실질적인 영토 확장과 내부 결집, 그리고 정권 유지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된 것이죠. 두 나라의 군사력만으로 전쟁이 진행되었다면 전쟁의 결과는 어쩌면 금방 도출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의 전쟁은 세계정세를 고려하여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됩니다. 우방국에는 무기를 제공하면서 연합을 이루어 적국의 경제적 제재를 가하면서 정치적 고립을 유도합니다. 그렇지만 누가 우방이고 누가 적인지, 기준이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인류 역사상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매우 짧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문명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윌 듀런트(Will Durant, 1885~1981)는 본인의 저서 <역사의 교훈: The Lessons of History>에서 인류 역사에 기록된 3,421년 중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268년에 불과하다고 하였습니다. 총 인류 역사 기간의 7.8% 밖에 되지 않습니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1928~2016)도 “1945년부터 1990년까지 2340주 동안 지구촌에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단 3주일 뿐”이라고 한 바 있죠. 인류 역사상 전쟁이 존재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고, 지금도 우리가 알고 있는 두 지역의 전쟁 외에도 세계 각지에서 전쟁과 분쟁이 발발하고 있습니다(그림 2). 그러나 전쟁은 인간의 본성 보다는 권력의 속성에 기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민간인 사이의 충돌이 국가 간 전쟁을 촉발시키지 않습니다. 전쟁은 집단을 이루는 대다수의 동의와 지지, 그리고 참여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쟁 후 피해를 입은 개인의 참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전쟁의 참상은 최근 SNS와 동영상 플랫폼의 발달로 실시간으로 세계에 전달되고 있습니다. 인류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핵무기의 위력과 끔찍한 살상력을 경험했었죠. 전세계인들이 이때 전쟁의 처참함을 직면하고, 반성하고 성찰하였습니다. 그러나 역사가 반복되는 것처럼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이 연이어 발발했고, 그 뒤로도 걸프전,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라크 전쟁, 현 시점의 여러 전쟁까지, 전쟁은 인류 역사의 주요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Lev Tolstoi, 1828-1910)는 “전쟁은 가장 비열하고 부패한 인간들이 그 속에서 힘과 영광을 얻게 되는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전쟁처럼 악하고 소름 끼치는 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라고 하였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전의 역사에서 전쟁이 왜 일어나고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는지 분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대한 전쟁을 막기 위해 실천하는 것입니다. 전쟁은 인간이 일으키지만 중단시킬 힘을 모으는 것도 인간이니까요.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