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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시론

차갑고 이성적인 사람, 뜨겁고 감성적인 사람 여러분은 혹시 어떤 타입이신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다양한 성격과 성향의 사람들을 만나왔다. 아마 모두 비슷한 경험이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도저히 이해도 안되고 이유도 모르게 나와는 맞지 않아 피곤했던 반면, 반대로 아무 이유없이 편하고 잘 통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든 면에 계산이 한층 빨라진 신세대들이라서 일까? 요즈음 젊은이들은 처음 만날 때부터 서로의 성격부터 확인한다는데 이를 위하여 보통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라고 하는 성격유형검사를 이용한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최초의 MBTI는 1962년 처음 소개되었으며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것은 1998년에 수정된 것이라고 한다. 성격을 파악하는데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MBTI에 대하여 모르면 요즘 젊은이들과 대화가 힘든 상황이니 나이가 지긋하신 독자를 위하여 간단히 소개한다. MBTI는 네 가지 지표로 사람의 성격을 구분하는데, 각각의 지표는 두개의 극이 되는 성격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4개의 지표에서 2개의 세부지표를 선택하여 조합을 만들면,  으로 총 16개의 성격유형으로 구분된다. 네 가지 지표는 내향적(Introversion)-외향적(Extroversion), 직관적(Intuition)-감각적(Sensing), 감정적(Feeling)-사고적(Thinking), 인식적(Perceiving)-판단적(Judging) 이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면, 우선 자기 스스로가 내면 지향적(I)인지, 혹은 외부세상 및 타인 지향적(E)인지를 나누고, 인식선호형태에 따라 실제 너머로 추상적인 것을 선호하는지(N) 아니면 실제적인 상황에 기반한 인식을 선호하는지(S)를 나누며, 가치 판단기준에 따라 사람과의 감정적 관계를 중시하는지(F), 아니면 사실과 진실을 중시 하는지(T)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생활양식에 있어 즉흥적인 방식을 선호하는지(P), 아니면 계획적인 것을 선호하는지(J)를 나누는 것이다.

 

정해진 설문에 따라 답을 하고 나면 16개의 조합 중에서 자신의 성격유형이 나오는데, 예를 들어 ENTJ라고 나오면 이는 외향적이고, 직관적이며, 사실에 입각한 판단으로, 계획성 있는 행동을 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이용하여 시중에는 각각의 MBTI 유형에 따라 적절한 직업, 궁합, 직장에 대한 추천을 하는 재미있는 상업적 아이템들도 유행이다.

 

여하튼 이렇게 성격은 다양하고, 이는 기본적으로는 타고난 유전자에 의하여 결정이 된다. 하지만 후천적인 환경에도 영향을 받으며,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누적되면 유전적으로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비슷한 유전자와 비슷한 후천적 환경을 공유하는 한 국가의 국민들은 개인차는 있겠지만 각 나라마다 어떤 특정한 성향을 보이는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어떠한 성격일까? 최근의 유전자 연구에 의하면 우리 민족은 주로 북방계일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북방계 유전자와 남방계 유전자가 비슷한 비율로 섞여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북방계는 농사에 적합하지 않는 날씨 탓에 목축과, 수렵을 위주로 살아온 전통이 있으며, 따라서 일정한 곳에 오래 머무르기 보다는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특성이 있다. 남방계는 상대적으로 곡식을 잘 자라게 하는 날씨 덕에, 수렵보다는 농업에 주로 종사하며 이를 위하여 주로 한 곳에 머무르고, 조금은 더 느긋하게 사는 경향이 있다.

 

과거 세계사를 돌아보면 대부분의 수렵위주의 민족들은 대체로 육체적으로 좀 더 강하며, 호전적이고, 전투력이 강했다. 반대로 정주하며 농사를 짓던 민족은 늘 수렵민족에게 정복을 당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과 문화수준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DNA 구성에서 보듯 양쪽의 특성을 비슷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북방계 수렵민족의 특성을 보자면 소위 “삼국시대”까지는 매우 호전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주변국들과 전쟁이 일상이었고, 성인남자들은 늘 칼을 차고 다니며, 무술을 연마하는 것이 미덕이던 시대였다. 또한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는 특성으로 우리가 배운 엉터리 국사에서는 정확히 얘기하지 않지만 한 때 중국대륙 중심부까지 진출하고, 일본 열도를 개척한다. 이후 지나친 유교화로 이러한 특성은 많이 약해졌지만 현재에도 그런 DNA는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하다.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아무것도 없었던 시절에도 다른 나라가 보기에 무모해 보일 정도로 도전하는 기질이 있었고, 그렇기에 자원도 별로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아시아의 국가로서 세계적으로도 어필하는 최근의 K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기도 하다.

 

한편 우리 농경의 역사(벼농사)가 오히려 중국에서 발굴된 고고학적 증거보다 오래된 만큼 당연히 정주형 농경민족의 특성도 많이 있다. 세계에서 청동기시대 고인돌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우리나라인데, 이는 매우 일찍부터 강력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정주 문명을 이루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 수준도 높아서 같이 발굴되는 유물에는 지금의 기술로도 재현하기 힘든 정교한 청동세공물이 많이 출토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농경민족의 특성 중 특히 자랑할 만한 것은 구한말 외국의 선교사들이 증언하였듯 망해가는 가난한 나라에 다 무너져 가는 어느 집에서도 늘 다수의 책이 있었다는 것이다. 고려시대에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가 우리나라에서 발명된 것도 책을 좋아하던 이런 농경민족의 DNA가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통일된 중국(수, 당)이 총력을 기울인 수차례의 전쟁에서 고구려가 승리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당시로서는 최고의 기술을 이용하여 만든 첨단의 무기와 장비들도 큰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첨단 무기와 장비의 제작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고도의 지식의 산물이기에 차분하게 공부하고 연구하는 농경민족의 특성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당시 전장에서 현대의 탱크와 같은 역할을 하였던, 고구려 벽화에서도 실체가 확인되는, 고구려의 무력의 상징인 멋진 철갑기병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이는 당시 최고의 철 제련 기술과 조립기술의 산물이다. 이후에도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병력상 심각할 정도의 수적인 열세에도 결국 수십만의 당나라군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신라의 쇠뇌(현대의 기관총 같은 기계)였다고 한다. 당 황제가 얼마나 이를 탐냈으면, 가까스로 신라 쇠뇌 기술자를 납치해서 그것을 만들라고 하였으나 이 기술자는 이를 거부하고 결국 자결을 하였다는 얘기가 중국의 사서에 남아있다. 여담으로 중국사람들에게는 좀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 속담에 한심하고 규율이 없는 군대를 일컬어 “당나라 군대 같다”라고 하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중국에서는 중국한족의 왕조 역사상 최고의 무력을 가졌던 군대를 “당나라 군대”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이미 문약해 지던 조선 세종 때 조차 화약을 이용한 세계최초의 다연장 로켓포인 신기전을 만들었고, 임진왜란 때는 비차라고 해서 현재 실물은 남아있지 않지만 아마도 세계 최초의 행글라이더를 이용한 공중 정찰 및 폭격을 시도했던 기록도 있다. 임진왜란에서 결국 일본을 물러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세계최초의 철갑을 두른 거북선의 발명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중세 일본을 세계적인 은과 도자기의 수출국으로 만들어 근세 일본이 부강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주었던 것도 우리나라에 대대로 내려오던 당시 세계 최고 은 제련 기술자 및 도공들을 잡아가서 시작된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가 참으로 야속하다. 이러한 자세로 유럽 어디 한가운데 즈음에 있었으면 세계사에도 좀 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우리보다 더 구석이었던 사촌인 일본도 20세기 와서는 꽤 이름을 알렸으니 우리도 만족하지 말고 더 노력해 봤으면 한다. 이렇듯 우리는 DNA부터 밸런스를 잘 갖춘 민족이다. 너무 차갑지도 말고, 또 너무 뜨겁지도 않게 모든 부분에서 균형있게 잘 대처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국내외 어수선한 상황과 을씨년스러워지는 날씨에 치과계 모든 분들이 조금은 기분이 좋아지시라고 “국뽕” 주스 한 사발 드린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연말 되시길 바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