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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더불어 이웃 사랑 ‘바우지움’에서 꽃 피우다

7000평 규모 조각미술관 개관까지 20년 걸려서 탄생
관람객의 웃음, 진료 후 환자의 만족 모두가 큰 보람
사회공로·문화예술부문 안정모 전 부의장

“여러 예술 방면에서 뛰어난 활동을 하시는 치과의사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 데 제가 수상하게 돼 기쁘면서도 송구스럽습니다. 많은 치과의사들이 사회와 예술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기회를 더 자주 갖기를 바랍니다.”


안정모 원장(전 치협 부의장)이 2023년도 ‘치의신보 올해의 치과인상’ 사회공로·문화예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안 원장은 지난 2015년 6월 강원도 고성군에 조각미술관 ‘바우지움’을 설립, 미술관 이사장으로서 아내이자 유명 조각가인 김명숙 관장과 함께 지역 문화 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또 치협 대의원총회 부의장, 서울지부 의장, 서울치과의사신협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치과의료계 발전에 크게 기여해 온 공이 인정돼 이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바우지움은 멀리서 설악산이 내려다보는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여러 예술 작업과 전시, 지역 주민과 여행객들과의 소통을 통해 강원도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또 자연을 배려한 낮은 건축, 조각을 배려한 거친 벽 등 건축학적으로, 예술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9년에는 한국문화공간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바우지움은 총 7000평 규모에 달하며, 2개의 상설 전시장과 1개의 기획전시실 등 120평 정도의 3개 전시관 외에 세미나실,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체험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 등 여러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물의 정원, 소나무 정원, 돌의 정원, 잔디 정원, 테라코타 정원 등 5가지 테마를 가진 정원은 미술관의 주요 볼거리다. 그중 네모난 부지에 채워진 고요한 수면이 인상적인 ‘물의 정원’은 구름의 이동, 저녁 노을, 바람의 움직임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이 수면 위로 비치는 하나의 커다란 자연의 캔버스다.

 


고성군 유일 제1종 등록 미술관이기도 한 바우지움이 이처럼 지역 명물이 되기까지는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 기여하고픈 안 원장의 인생 계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했다.


그는 아내인 김 관장과 은퇴 후 정착지를 찾는 과정에서 산과 바다가 조화로운 고성 풍경에 매료됐다. 특히 학창시절 미대 진학을 꿈꿨을 만큼 미술에 대한 애정이 높았던 안 원장과 김 관장이 오래전부터 여러 작품을 수집해 온 것도 미술관 설립이라는 꿈에 불을 당겼다.

 

“예술 작업과 전시, 지역 주민과 
여행객들과의 소통을 통해 
강원도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이웃과 환자와의 만남을 통해 
인생도 배우고 있죠”


“강원도는 빼어난 자연환경에 비해, 문화와 예술을 경험할 장소가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아스팔트에서 예술이 나오기 어렵지 않겠어요? 특히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에게는 일찍이 예술의 한 장르를 보여줘 잠재적인 능력 개발과 인식 제고를 돕고자 했습니다.”


안 원장의 고등학교 동기이자 유명 건축가인 김인철 아르키움 대표의 손을 거친 바우지움은 터를 닦는 데만 25톤 트럭 1300대 분량의 흙이 투입, 부지 매입부터 개관까지 약 20년이 걸려 탄생했다.


그렇게 바우지움이 탄생한 후에도 안 원장은 쉬지 않고 서울과 고성을 오가며, 새벽 3시 반부터 저녁 늦게까지 직접 정원에 꽃을 심고 나무를 다듬고 풀을 뽑는 등 미술관 대지 7000평을 직접 가꾸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특히 5가지 테마 정원의 최고로 꼽는 물의 정원이 선사하는 아름다움, 그 뒤편에는 하루종일 무릎 장화를 신은 채 정원에 낀 이끼를 고압 세척기로 씻어내고 수생식물을 건져내며 물을 채우는 등 고된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 그의 땀이 서려있다.


“미술관 이사장으로서 작품집도 많이 보고, 특히 일본 전역의 미술관을 탐방하는 등 작품을 고르는 안목을 기르는 데도 힘쓰고 있어요. 바우지움이 워낙 커서 정원관리, 수선유지비, 냉난방비, 인건비 등이 걱정되지만, 사람들에게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일상에서 즐기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지자체나 중앙정부에서도 미술관에 대한 지원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안 원장의 보살핌 덕에 현재 바우지움은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견학, 지역 주민, 여행객 등 많게는 하루 700명이 찾는 강원도의 살아있는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실력은 좋은데 형편이 어려운 젊은 예술가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는 따뜻한 공간이기도 하다.


안 원장은 소외계층, 농어촌주민, 장애인 등을 위한 진료 봉사, 장학금 기부 등 다방면의 사회적 기여를 통해서도 온정을 나눠왔다. 이러한 그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기인할까? 그는 더불어 살라는 모친의 가르침을 언급했다.


미술관 이사장이면서 치과의사로서도 아직 현역인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진료를 계속 볼 것이지만, 시기상 다음 행보로 미술관 이사장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콩 한 쪽도 나눠 먹으라던 어머니의 가르침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미술관에서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일하며 관람객들의 웃음을 보는 것, 진료를 마친 후 환자의 만족하는 모습을 보는 것 모두가 큰 보람입니다. 두 가지 모두 아름다움에 대한 안목과 섬세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이웃과 환자와의 만남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하시고 싶은 일에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