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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추천도서 - 번아웃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번아웃 증후군은 2019년 WHO 제11차 국제질병분류(IDC-11)에서 ‘구체적으로 업무 환경에 국한되어 나타나며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만성적인 직장 업무 스트레스’로 정의했습니다. 공식적인 질병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수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있는 만큼 중요한 현상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런 번아웃 증후군은 소진(exhaustion), 냉소주의(cynicism), 비효율(ineffectiveness)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진은 지침, 에너지 고갈, 쇠약, 피로로 좀 다르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냉소주의는 부정적이거나 부적절한 태도, 짜증, 이상의 상실, 거부 또는 회피라는 단어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비효율은 개인적 성취감 감소, 생산성 저하, 낮은 사기, 대처 불능으로 표현됩니다.

 

이런 번아웃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인 업무량의 과다, 통제감 상실, 보상 불일치, 불공정, 커뮤니티 단절, 가치 결여 등입니다. 우울증과 겹치는 것이 많아서 정확하게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의사들에게 특히 잘 나타난다고 하니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하겠습니다. 잘 쉬면 될까요? 업무량이나 효율에 대한 시스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적절한 휴식이 중요하겠죠. 저처럼 독서가 휴식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잘 쉬는 휴식은 ‘비워내는 것’에 그치면 안 됩니다. 다시 잘 ‘채워내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잘 쉰다는 것이 잘 채우는 것이라면 우리는 무엇으로 잘 채울 수 있을까요? “독서”만큼 우리를 다시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번아웃인 당신이라면 진정한 휴식을 위한 독서를 권합니다.

 

 

번아웃 포함 인생의 문제 바라보는 길잡이 역할

전문 직업인의 삶, 정신·육체적 소진 상태 진단

『의사의 번아웃』 청년의사, 2023

 

의사들은 이 세상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부를 축적하면서 또 어느 정도 존경받는 전문직으로 인생의 어느 단계에 있든지 의사로서 이룬 것이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의사가 행복해하지 않습니다. 뭔가를 이루고 나면 허전하고 또 이루면 될 줄 알았는데 역시나 공허합니다. 이 여정의 끝은 어디일까요? ‘번아웃’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프로이덴버거는 번아웃에 대해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삶으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소진 상태”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 정의를 통해 번아웃의 원인은 지금 번아웃과 분투 중인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하는 억압적이고 파괴적인 환경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저자는 의료 분야에서 자율성, 소속감, 역량을 경험하는 자기결정성이 높은 의사를 양성하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는 이 일이 제도적인 차원에서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다 같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야만 의료 분야에서 의사의 번아웃을 일으키는 전반적이고 체계적인 요인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번아웃을 경험했고 그것을 극복하는 데 ‘코칭’이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 그 방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방법은 단순히 ‘마음먹은 대로 하면 번아웃에서 빠져나올 것이다’라는 틀에 박힌 주장은 아니다. 영혼을 파괴하는 번아웃을 포함하여 인생의 문제를 다르게 바라볼 길을 찾게 해주는 것이다. 탈진해가는 당신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정보 제공, 위로, 불편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이야기들

어머니 돌보면서 겪게 되는 의료시스템 등 문제 환기

『어머니를 돌보다』 돌베개, 2023

 

원제가 “Mothercare”입니다. Child-care가 아이돌봄이듯 그런 의미로 정한 것 같습니다. ‘아이돌봄’과 ‘어머니돌봄’이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주 다릅니다. 아이의 돌봄에는 교육의 과정이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실제적 돌봄은 줄어듭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교육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더 소통이 어려워질 수도 있고 심지어 아이의 돌봄처럼 ‘졸업’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끝은 죽음이고 졸업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것을 기다릴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처음 어머니를 돌보면서 겪게 되는 의료 시스템, 노인 환자들, 말기 환자를 위한 캐어의 문제점들이 많이 쓰여 있어서 일종의 의료시스템의 비평서 같은 느낌도 초반에 있기 때문에 의사의 시선에서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당신이 이 책을 만약 읽게 된다면 저자의 말처럼 “아직 부모를 돌봐야 하는 상황을 겪지 않은 자녀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상황을 마주할 일이 없을 자녀들, 즉 행운아들”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저처럼 그런 행운아들이 아니시라면 저자의 목표대로 “당신에게 도움이 되거나 정보를 제공하거나 위로를 건네거나 당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이야기”일 겁니다.

 

 

정세랑 작가의 첫 역사소설이자 첫 추리소설 시리즈

작가 상상력 더해져 먼 과거 살아간 사람들 살아움직여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문학동네, 2023

 

늘 재미와 따뜻한 감동을 주는 글이어서 제가 신간을 꼭 사서 보는 정세랑 작가의 책입니다. 저의 휴식 시간을 오롯이 상상의 시간으로 만들어주는 책을 써주시는 고마운 작가지요. 첫 역사소설이자 첫 추리소설, 그리고 첫 시리즈인 ‘설자은 시리즈’의 1권입니다. 앞으로 계속 시리즈가 출간될 예정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도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더더욱 책으로 먼저 읽어보고 싶은 시리즈입니다.

 

작가는 통일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을 구상하고 경주로 첫 조사 여행을 떠난 것이 2016년이라 밝혔습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금성의 흔적을 찾아 경주로 수차례의 답사를 다녀오고, 수년간의 자료 조사를 거친 뒤에야 시리즈의 첫 권을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먼 과거를 살아간 사람들이 우리 앞에서 생생히 살아 움직이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의 시리즈가 기대됩니다. 그리고 사서 읽으신다면 신중하게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읽게 되면 앞으로 몇 권이 더 나올지 모를 시리즈를 기다리고 또 구매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