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하악 과두부 골절과 고마운 후배님

Relay Essay 제2589번째

2022 카타르 월드컵 TV 중계 화면에 비친 손흥민 선수의 페이스 마스크를 보고 떠오른 단상. 

내내 그 페이스 마스크가 눈에 띄었다. 시야를 가릴 것처럼 불편하게 보이는 그 마스크는 그의 안와골절 수술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착용한 것이었다고 한다.
 

안와골절. 예전 군의관을 끝내고 근무했던 준종합병원 시절 생각이 났다. TA(교통사고) 환자분들이 더러 있어서 안와골절 외에도 안면부 골절은 그때 거의 다 해본 것 같다. 그중 가장 어려웠던 증례는 하악 과두부 골절(Condyle neck or High condyle fx.) 2건이었는데, 이때 수술을 도와주러 온 ‘고마운 후배님’ 두 명은 아직도 참 감사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하악 과두부 골절 수술을 위해선, 전이개부 접근(귀 앞  절개 및 접근 Preauricular approach) 및 골절된 과두부 정복(골절편 맞춤 Reduction or reposition)시 숙련된 제 1보조자(1st.assist)의 손길이 절실했었기 때문이다.
 

난 수련의 때 전이개부 접근(Preauricular approach)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해본 적이 없었다. 기회도 거의 없었지만, 어쩌다 한 번 잡은 기회에서 버벅거리다(제대로 하면 얕게 느껴지는데, Or not 깊은 굴, 수렁 느낌) 펠로우 선배님이나 교수님께서 칼(메스)을 다시 가져가시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악 과두부까지 도달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해보지 못한 게 아쉬웠었다.
 

대학 병원에선 내가 못하면 펠로우 선배님이나 교수님이 계시지만, 필드(페이닥터 또는 개원)에 나오면 내가 끝까지 책임지고 해야 한다.
 

그래서 그때 교수님이나 펠로우 선배님이 하셨던 그 손길들을 최대한 기억해내려 애썼고 또 그 기억을 바탕으로 ‘고마운 후배님’ 도움의 손길을 받아 수술을 진행했다.
 

지금은 평범한 개원의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 ‘고마운 후배님’들은 그 당시 촉망받는 구강악안면외과의사였고 난 그들의 뛰어난 조력 덕분에 어려운 수술 2건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20년 너머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도 참 고맙다.

 

..(..)..


요즘은, 어쩌면 더 오래전부터, 근처에 후배가 개업해도 선배인 자신들을 찾아오는 그런 후배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시대가 변해서일까. 잘못 훈수를 두거나 한 마디 던지면 바로 꼰대(?) 취급받을지도 모른다. 물론, 예의가 없거나 이해타산적 안하무인인 후배들도 있겠지만, 선배인 나 자신에게도 그 이유들이 있을 것 같다. 가까이 있는 안면 있는 후배가 선배인 자신을 찾아오지 않거나 연락조차 없다면 평소 내가 그 후배들에게 제대로 대해주었는지 또는 관심을 가졌었는지를 먼저 둘러보아야 한다.
 

그 선배가 불편하거나 또는 평소 사소한 것이라도 챙겨줌이 없었다거나 하면 후배들은 선배들을 찾지 않을 것이다. 다 자기 살기 바쁘고 챙겨야 할 가족들과 일상사 그리고 일터(치과) 식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후배가 먼저 인사해주고 찾아와주면 참 고마운거고, 반대로 그렇게 안 한다면 그 후배에게 또는 내 자신에게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고(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게 맞다.
때로는 선배가 먼저 연락하고 먼저 밥 사고 먼저 선물하면 안 되나?

 

2022.12.31 ~ 2024.1.5 CaDiZ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