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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치과계는?

이석초 칼럼

십여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의료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던 한국, 이제 그동안 어찌어찌 덮고 끌고 왔던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미국의 높은 의료비, 서유럽의 긴 대기 시간에 비해 저렴하고 빠른 진료가 가능했던 이면에는 국민, 의사,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를 틈탄 의료이용량 폭증, 비급여의 폭풍 성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아과 오픈런, 필수과 붕괴(응급 중증질환), 지역의료 붕괴가 현실로 나타나자 의료현장의 심각성에 다급해진 정부는 타개책으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주지 하다시피 ▲의료 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 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다.


그럴 듯 해보이고 적절한 해법으로 보이나 디테일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어느 하나 간단치 않은 정책을 해외 여행 비행기 시간에 쫓겨서 여행 준비물을 슈트케이스에 부랴부랴 쑤셔 넣는 것처럼 치밀하지도 정리되지도 않은 미봉책이다. 포퓰리즘에 취약한 국민 여론을 활용해 공교롭게도 총선을 앞두고 전격 공표했다. 지난 26년 동안 누적돼 왔던 정책 실패에 대한 한 가지 확실한 2000명 의대 증원 정책은 이 또한 얼마나 무책임한 짓인가?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세밀한 인력 충원 추계도 없이 한꺼번에 60%증원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깨진 독을 고치지 않고 물을 왕창 퍼부으면 독에 물이 채워지는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정책과 면허취소, 징역 겁박에 반대하는 전공의, 학생들의 저항 수단인 집단 행동에 찬성한다. 최선책은 양측 모두 강대강을 철회하고 급하고 중요한 대책을 먼저 세우고 의료개혁은 차근차근 단단하게 해나가는 투트랙으로 가면 된다.


만약 의료인이 공무원 신분이면 의료인력 충원을 의료인들이 먼저 요구할 것이다. 왜냐하면 일은 적게하고 급여는 동일하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형식은 공공의료이되 실상은 거의 민간병원인 한국의 의료계에서 대폭 증원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전문직들이기 때문에 경상의료비 폭증은 명약관화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인 동물이다. 밥그릇 지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대표성도 없는 모대학 교수들이 중재를 하겠다고 자임하며 사회적 협의 도출을 위해 주체적으로 나서겠다고 하지만 자칫 의사들의 균열에 촉진제가 될까 우려된다.


시스템(제도)이 무너지고 왜곡된 상황에서 공립 병원을 더 짓거나 의료 인력을 대폭 늘려서 낙수 효과를 기대하여 특정 진료 과목의 공백 문제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도 순진한 생각이다. 악순환이 심화되고 건보 재정 파탄 및 경상의료비 폭증 그리고 후세들의 부담만 가중되는 최악의 정책이다.


정부는 28번의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통해 나온 결과라고 하지만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임상을 해 보지 않은 교조적인 책상머리 의료관리 학자와 더 탁상공론자인 공무원이 밀어 붙인 졸속 정책 그 자체다.


그 놈의 OECD 평균 수치 좀 그만 들먹거리자.


OECD는 선진국과 비선진국 38개국으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기반 나라들이며 정치구조, 문화, 경제력, 지리적 환경은 천차만별이니 수치는 참고만 하면 되고 우리 실정에 맞는 구조(의료 공급 소비문화) 개혁과 아울러 우선적으로 긴급하게 응급 중증 질환 치료 시스템 회복을 해나가야 한다. 1998년 전에는 중진료권 제도가(의료 전달 시스템) 작동하여 수도권 빅5에 몰리지 않고 지역 거점 병원에서 해결 되었었다. 좌우 정치인들은 13만 의사를 찍어누르면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수가를 억제하고 보장성 강화(국민의 의료 이용 자유도)를 확장해 왔다. 이에 영리한 의료인들은 허용된 비급여 진료를 십분 활용하였고 응급·중증은 고사상태에 이른 것이다.


의사가 부족한게 아니라 시스템과 의료 문화가 망가졌기 때문에 이 사단에 이른 것이다.


이제 불편한 현실에 마주할 용기가 절실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비급여를 억제하지 않고는 필수 진료과 위축 및 경상의료비 폭증을 컨트롤 할 수 없기 때문에 개혁을 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고 의무다.


저출산 고령화로 성장이 정체될 것이니 한정된 재화를 합리적으로 절제해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치는 포퓰리즘이 아닌 합리적 시스템을 만들고 정부는 치밀한 정책을 통해서 의료계를 설득해 나가야 한다. 의료계도 지대추구 집단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불 제도 개선을 통해서 적정부담, 적정이용 의료 소비문화를 정착시키고 전달 시스템을 원복하며 전략적 정부 투자를 지속하여 지역의료 및 바이탈과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내년이면 치과 협회 창립 100주년이다.


마냥 축하하고 기뻐할 일 보다 걱정이 앞선다. 각 지부에 맡길 일이 있고 협회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초과 공급되고 있는 치과의사수로 인해서 개원가는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변했으며 이에 편승한 일부 개원의는 초저가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치과계도 의료계와 큰 틀에서는 괘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사태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특히, 보장성 강화로 임플란트와 틀니가 급여에 들어 온 마당에 향후 있을 지불제도 개편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비급여수가 의무게시의 파장, 혼합진료 금지, 개원 면허 관리 등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치과계의 치밀한 연구, 대책이 필요하다.


치과의사 출신 정치인의 충북대 치과대학 신설 같은 류의 시도는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행정규제, 직역 갈등, 불법 광고, 내부 거버넌스 등에 대해 해결책을 연구하고 대응 논리를 개발해 나가며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회원·협회가 단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치과계 문제는 치과의사들이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