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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의 의무도 소통

시론

실종 사고 뉴스가 경종을 울리는 이즈음, 어머니를 모시고 실종 예방을 위한 인식표ㆍGPS추적 시계ㆍ인식 팔찌 등 서비스를 받기 위하여 치매안심센터에 들렀다. 가족관계증명서, 처방전 등 미리 준비한 서류를 챙겨갔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등본을 추가로 요구받았고,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아오더라도 11시 30분까지는 다시 도착해야지 그 시간이 넘게 되면 점심시간이라 오후 1시 이후에 와야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스멀스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을 모두 준비하여야 한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꼭 필요하다면 그동안 여러 번의 전화 통화나 문자에라도 미리 알려주었다면 좋았을텐데, 거기에다가 점심시간을 고수하기 위해 11시 반까지 오도록 압박을 받으니, 민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도대체 미리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는 없었을까? 치밀어 오르는 화를 느끼며, 혹시 내가 그동안 환자분들께 설명을 잘해야만 했던 상황에서 설명을 듣는 상황으로 바뀌게 되자, 센터 직원이라면 설명을 잘해야 한다고 단정 짓고, 환자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전이시켜, 화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문하며 설명의 의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의료인에게는 환자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야 할 주의의무와 환자 스스로의 자기결정권(自己決定權)을 확보하기 위하여 설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환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진료행위에 있어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 행사를 위하여, 질환의 증상과 원인, 진료방법과 이에 따른 부작용과 예후 등을 설명하여야 할 의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설명의 의무는 충분한 설명을 통하여 환자의 동의를 구하고 승낙을 받음으로써 환자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중요한 책임 중 하나이다. 

 

설명의 의무는 의료인에게 뿐만 아니라, 공직자에게도 마찬가지로 부여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선출되는 공직자는 그 행위에 있어서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국민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하고 답변하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는 지난 2월 6일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여 연간 총 5058명을 선발하겠다는 방안 뿐만 아니라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네 가지 의료개혁안을 추진하여 왔다. 최근에는 의과대학 증원 규모를 자율 조정하도록 해달라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는 2천 명에서 1천 명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하며,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필수·지방의료를 살리기 위한 실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겠다고 하였다. 

 

의대증원 규모를 대학에 위임하여 현실성 있는 절충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타당성 있는 근거에 따른 설명 없이, 의과대학 2000명 증원을 고수하여 오다가 그 수를 줄이는 방안만으로는 설명의 의무에 민감한 의사들과 국민을 설득하기가 수월하지 않을 전망이다. 대학병원 적자가 늘어나며 교수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환자들은 진료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결심으로 충분한 설명과 대화를 통하여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소통을 해나가기를 바란다.   

 

이번 의과대학 정원사태를 보며, 설명의 의무에 대해서 다시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환자와 충분한 소통을 위해서 질환의 증상과 원인, 진료방법과 이에 따른 부작용과 예후 등을 미리 자상하게 설명하고 환자 스스로 자기 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우리의 사명이라 하겠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