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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의 질 향상은 진료지 기록부터

김여갑 칼럼

요즘 의과계가 어지럽다. 이번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다른 것 같다. 그 불똥이 우리한테도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던데, 그래도 우리는 많은 자료들을 갖고 있다고 하니 든든하게 생각한다. 

 

오늘 아침 SRT를 타고 내려오는데 주요 일간지 1면과 2면 전면에 걸쳐 의사사직서 제출을 반대하는 지방대학 소아암 전공 교수의 기사가 났다. 필자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환자 곁을 떠나는 파업은 반대한다. 의학한림원 의학용어개발 및 표준화위원회 회의가 있었는데. 부산에 있는 의과대학 교수가 교수들 사직서 받느라고 바쁘다고 하면서 의사파업 이야기를 하였다.

 

의사파업 얘기가 나오다 보니 마침 집사람도 파업 때문에 진료가 3주 연기 되었고, 옛날에 나태한 의사 때문에 마음에 걸렸던 점도 있었고 하여 의견을 주고받게 되었다. 2000명이 늘면 뭐가 문제냐 부터 시작해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의사협회나 그 누구도 적정한 의사 수에 대한 자료도 제시하지 못하고 2000명이 많다면서 어디서 그런 숫자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만 한다. 의사 정도 되면 우선 2000명의 근거가 된 자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종합된 의료계의 案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닌가? 前 정부에서 400명 늘리겠다고 했을 때도 파업으로 막았고, 이때 “정부도 의사는 이길 수 없다”는 명언도 남겼다. 증원문제만 나오면 바로 투쟁을 시작하니 정부도 의사하고 열린 토론을 해서는 어렵겠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정부는 2000명을 반박할 타당한 자료를 가져오면 언제든지 대화하겠다고 했지만, 나서는 의사단체는 없다. 해결책이 뭐냐고 했더니 시민단체와 환자단체까지 포함해서 위원회를 만들어 원점 논의하자고 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제일 가치 없는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의학한림원에서는 의사증원의 근거가 되었던 3가지 연구서를 검토하여 의견서를 냈는데, “정부-국민-의료계가 구성하는 거버넌스에 의하여 결정하기를 촉구한다”고 하였다. 역시 의견이 없었다. 훈수는 누구나 둘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생사가 달린 돌을 정해진 시간 안에 누가 먼저 어디에 놓느냐 하는 것이다. 평론 원고 마감 날인 오늘까지도 근거 없는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고, 더욱이 이제는 정치화까지 되어 가고, 막말까지 하고 있다. 제사보다 제사상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학생 數가 늘면 의사의 質이 떨어진다고 반대하고 있는데, 교수들은 걱정했을까? 지금까지 어떤 전공의가 의사의 질에 대해서 걱정했는지 궁금하다. 필자는 대학에 있을 때 담임교수를 한 적이 있었다. 4학년 때 임상성적이 모자란 학생들을 유급시킨 일이 있다. 매년 일어나는 일인데 말로만 열심히 하라고 해서는 소용이 없었다. 이것을 3년만 이어갈 수 있다면, 다음 학년부터는 임상실습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해에도 임상성적이 부족한 학생들이 있었지만 그냥 다 졸업시켰다. 완전 도루묵이 된 것이다. 필자는 그때 교수회의에서 말했다. 우리 대학 임상교육은 이제 끝났다고. 혼자 죽일 놈이 됐다. 요즘은 면허시험 중에 임상시험이 있다. 하지만 정말 기본적인 것 아니겠나? 그래도 떨어지는 학생들이 있단다. 우수한 머리로 치대 들어와서 낙제 걱정하는 학생이 있는 것처럼. 

 

대학에 있을 때 의대 친구들이 너희는 무슨 연수회가 그렇게 많으냐고 물었다. 필자의 대답은 간단했다. “다 내 잘못이다.” 새로운 지식도 있을 것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난 대학에서 무엇을 가르쳤나하고 반성한다. 1~2년도 못 써먹을 걸 가르쳤나? 

 

필자는 생업에 종사하시다가 재해를 당하신 직장인들의 재해 보상 청구 심사를 하고 있다. 직접 재해자를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진료지를 포함한 임상사진, X-선 사진, 진료계획서 및 소견서 등 기타 자료를 가지고 심사한다. 치과의사는 심사를 통해서 공단에서 적절한 치료비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재해자에게도 불리하지 않게 하고, 치과의사도 자신이 치료한 만큼 돈을 타내야 하는 것 아닌가? 심사를 하면서 느낀 점은 이렇게 부실하게 하면서 어떻게 돈을 청구하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첫 번째는 진료지 기록이 부실하다. 재해로 발생된 치아 및 구강 내, 외의 임상소견을 정확히 기록하여 재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아예 개념이 없는 것 같다. 진단명이 없는 경우도 많다. 치료에만 관심이 있다. 치료비 내용만 쓰여 있었다. 답답한 것은 손으로 기재한 진료지가 있는데 뭐라고 썼는지 읽을 수가 없었다. 


두 번째는 임상사진 및 X-선 사진 등의 자료가 없거나 부족하다. 자료가 미비하면 신청된 상병을 확인 불가로 하거나, 재해와의 인과관계를 확인 할 수 없다고 의견을 낼 수도 있다.

 

그러면 재해자에게 손해가 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아도 다쳐서 불편하신 재해자들에게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치료 전, 후 모든 근거를 남겨 놓아야 한다. 의료사고에 대처하는 준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치료에 대한 자긍심도 없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예를 들어서 외상으로 많이 발생될 수 있는 치아아탈구의 경우, 특히 전치부인 경우 파노라마 X-선 사진 한 장 밖에 없다면 확인이 불가할 때도 있다, 치근단 X-선 사진 한 장 더 찍으면 훨씬 도움이 되지 않겠나? 심지어 바로 지난 주(04-03) 심사에서 치아가 파절되었는데도 손상이 작다고 X-선 사진을 한 장도 찍지 않았다. 치근이나 치근주위에 손상이 있다면 놓치는 것 아닌가. 앞서 말했듯이 진료지라도 명확히 기록했다면 치과의사를 믿고 인정할 수도 있겠지만 진료지도 미비하다면 인정할 수 없다. 아래 사진은 실제 심사와 무관한 사진들이다.
    
치아 파절이나 보철물의 손상이나 탈락 또는 치아 및 구강주위 연조직 손상이 있는 경우 항상 가지고 있는 핸드폰으로 임상사진을 찍어 첨부해놓으면 도움이 될 텐데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진료지에는 진단명 기록이 없는데, 소견서나 진단서에는 진단명이 있다. 무엇을 근거로 작성한 진단서인가? 진단서의 진단명에 치식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물론 잘 작성된 진료지도 있다. 신청한 내용을 무조건 다 인정해줘도 좋을 것 같은 마음이다.  

 

환자는 물론 치과의사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환자 검진부터 제대로 하고, 제대로 자료를 남기자. 교육의 질 향상은 기본을 잘할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