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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에 빠진 국가고시 준비생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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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치과의사 국가고시 준비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제가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2018년 가을을 기억해보면, 공부할 양은 많은데 머리에 든 것은 없으니 책상 앞에 앉더라도 휴대폰만 붙잡고서 웹툰부터 뉴스까지 온갖 잡념에 시달렸던 것 같습니다. 잡념에 길 잃은 누군가 치의신보에 도달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 이번에는 강릉에서의 인턴생활을 고민하는 누군가에 혹여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조금 적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임상분야의 예방치과 수련이라는 특수한 목표가 있었기에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강릉에서의 수련을 결정했지만, 막상 인턴 생활을 시작해 보니 통상적으로 알고 있던 인턴의 근무환경과 많은 차이가 있어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선 퇴근시간부터 이야기하자면 과별 차이가 존재하지만 야간까지 이어지는 잡무가 거의 없었고, 오히려 인턴이 준비하여 발표하는 세미나가 모든 턴마다 존재하여 이를 충실히 준비하는 데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금요일이면 칼퇴근 후 18시40분 KTX를 탈 수 있었고, 주말을 서울 본가에서 잘 지내고 돌아가는 일정이 가능했습니다. 


앞서 말한 세미나 준비를 비롯한 교육환경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마뜩잖게도 나쁘지 않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팔이 안으로 과도하게 굽어지는 느낌을 덜어보고자 하는 것일 뿐, 사실 꽤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진료의 측면에서 궁금한 재료나 술식을 직접 술자인 교수님들께 물어보고 상세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는 사람입니다. 교수, 선배, 동료, 원내생, 환자, 직원까지 어울려 지내기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물론 교수님들은 대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나 있는 숫자에 미치지 못하고, 그 정도도 심하지 않습니다. 선배, 동료, 원내생 중 나랑 잘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나랑 잘 맞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는 점입니다. 잘 맞는 사람 찾아서 잘 지내면 그만입니다. 의료진을 존중해주는 환자, 직원들까지 생각하면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좋은 점만 언급했으니 이제 단점을 몇 가지 꼽아볼 줄 알았다면 오산입니다. 이제부터는 휴양도시인 강릉에서 생활하는 데에 일반적인 장점을 말해볼 차례입니다. 우선 카페가 무척 많고 어디를 가던 중간 이상은 한다는 점입니다. 저처럼 커피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특히나 큰 장점인데, 좋은 원두를 쉽게 구해 홈카페를 즐기는 데까지 연장해볼 수 있겠습니다. 인턴 시절 제 자랑거리 중 하나는, 병원 구내식당에서 저녁밥을 먹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로 이동하여 세미나에 필요한 저널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주거비용이 저렴하고 주거환경도 좋습니다. 일단 바퀴벌레가 없습니다. 학생 시절 동대문구에서 자취하며 트라우마를 얻었던 것을 생각하면, 간혹 나오는 돈벌레(그리마)는 애교로 봐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리비를 포함한 주거비용 역시 저렴한 편이지만 부동산은 역시 발품을 좀 팔아본 사람들이 좋은 집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수련을 계획한다면 일주일 정도 동네를 탐방하고 부동산을 돌아볼 것을 권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운전만 할 수 있다면 영동지역 구석구석을 누비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면허가 없거나 장롱면허라고 하더라도 강릉지역 운전이 워낙 쉬운 편이라 큰 문제는 없습니다. 위로는 양양, 속초, 고성 아래로는 동해, 삼척, 정선, 태백 옆으로는 평창까지 남들은 휴가철에나 꿈꿔볼 동네를 마음만 먹으면 주말마다 놀러 다닐 수 있고, 보통 수도권에서 오는 차량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도로가 막히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각 도시마다 아이덴티티를 갖는 굵직한 축제들과 5일장까지 즐길거리가 아주 많습니다.


작정하고 강릉에서의 생활을 추천한 이번 원고 내용이 낯부끄럽지만, 어쩌면 지방에서 생활하셨거나 지금도 지방에서 생활하시는 선생님들께도 비슷한 감성이나마 떠오르신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극소수나마 이 글을 읽는 국가고시 준비생이 있다면, 강릉을 비롯해 어떤 지역이건 막연한 타향살이가 두려워 좋은 선택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맺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