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기간이니까 그냥 내보내면 되지 않나요?”, “유니폼 비용, 퇴사하면 공제하기로 했어요.”
근로계약서를 법적 방패로 여기며 관행적으로 작성하는 사례가 느는 가운데 이처럼 불완전한 조항이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만큼 보다 세심한 계약서 작성이 요구된다.
최근 SIDEX 2025에서 최신 인사·노무 이슈에 대해 강연한 김건우 노무사(노무법인 가을 대표)는 “계약서에 조항을 써뒀다고 해서 자동으로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며 “특히 인사 담당자가 따로 없는 소규모 치과일수록 근로계약서에 대한 오해가 크다”고 꼬집었다.
대표적인 오해는 수습 기간이다. 가령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 수습 3개월을 설정하고, 이 기간 안에는 자유롭게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습 기간 중 계약 종료는 ‘해고’로 간주되며 정당한 사유와 절차가 갖춰져야 한다. 때문에 1~3개월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한 뒤 계약 기간 종료로 자연스럽게 마무리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김 노무사는 “평가 기준, 피드백 기록 등 해고 사유를 뒷받침할 자료가 없다면 부당해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흔한 실수는 포괄임금제다. 연봉에 연장근로수당·야간수당·퇴직금을 모두 포함했다고 명시하더라도, 그 안에 수당별 기준 시간과 계산 방식이 명확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무효다. 대법원은 포괄임금 계약의 유효 요건으로 ‘각 수당의 구체적 산정 기준’을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기준이 빠진 계약서는 임금체불로 이어질 수 있다.
유니폼 비용 공제 역시 자주 문제되는 조항 중 하나다. 1년 미만 근무 시 유니폼 비용을 공제하겠다는 조항을 넣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병원이 지출한 금액만큼만 공제할 수 있다. 영수증 등 실비 정산 근거가 없다면 일정 금액을 일률적으로 공제하는 것은 임금체불로 간주될 수 있으며,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퇴직금을 분할로 나눠 지급하는 방식도 실무에서 종종 등장하지만 무효로 간주될 수 있다. 퇴직금은 근로자가 퇴직한 시점에 일시불로 정산해야 하며, 이를 분할하기로 한 약정은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경업금지 약정’은 개원가에 자주 등장하는 조항이다. 직원이 퇴사 후 일정 지역 내에서 일정 기간 개원이나 취업을 금지하는 내용인데, 일반적으로 반경 1~2km, 1년 정도의 제한은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반면, 2년 이상 또는 과도한 거리 제한은 무효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 밖에 근로계약서에 갑작스런 퇴사 예고 의무를 명시할 필요도 있다. 비록 민사 규정이기에 처벌 규정은 없지만, 최소한의 심리적 억제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건우 노무사는 “요즘 직원들도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법률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는 시대다. ‘계약서에 썼으니 괜찮겠지’ 하는 생각은 이제 위험한 착각”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법적 조건을 충족하는 계약서를 바탕으로 직원과 신뢰를 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