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무엇을 쉽게 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고수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많은 치과계 사람들이 힘든 기억으로 둘째로 꼽으라 하면 서러워할 원내생 생활을 시작한지 3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 나는 이 말을 몸소 깨닫고 있다. 아직은 석션도 그리 시원치 않고, 세컨어시를 설 때도 귀가 안좋은 바람에 엉뚱한 걸 갖다 드린 적이 있는 사고뭉치지만, 진료의 흐름을 실제로 옆에서 보며 술식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생기기도 하고 어려운 진료를 루틴하게 척척 쳐내시는 레지던트 선생님들에게 같은 업종 후배로서 약간의 선망심도 생겨났다.
특히 얼마 전 영상치의학과 원내생을 돌 때의 일인데, 환자분의 악궁이 크지 않아 스탠다드 엑스레이 촬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호기롭게 도와주러 오신 인턴 선생님도 같이 애를 먹는 난처한 상황이었는데, 방사선사 선생님께서 무심하게 오더니 슥슥슥 순식간에 그 좁은 환자 입에 필름과 관구를 정확히 맞추시더니 촬영을 끝내셨고 결과물도 원하는 구조물을 잘 확인할 수 있게 명확하게 나와 깜짝 놀랐다. 그 순간 방사선사 선생님이 2초정도 차은우를 닮아 보이는 기이한 경험을 했는데, 애먹던 부분을 별거 아니라는 듯이 쉽게 해결하신 모습이 굉장한 고수처럼 느껴졌고 그러지 못하는 어리숙한 내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다음 환자가 왔을 때는 어깨너머로 본 그 방사선사 선생님께서 환자의 입을 벌리고 필름을 넣는 방식을 조악하게나마 따라해 보았는데, 실제로 더 쉽고 정확하게 촬영을 할 수 있어서 신기했다. 역시 머슴도 대감집에서 하는게 좋다는 말처럼, 벤치마킹도 훌륭한 선생님을 따라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고, 원내생 생활을 하면서도 넋을 놓은채로 시간아 흘러가라 고사 지내는 것보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좋은 진료를 눈으로 따라가고 담으려 하는게 중요함을 알게 됐다.
같은 원내생을 돌고 있는 동기끼리도 보면 좀 더 빛이 나는 친구들이 있다. 원래부터도 원체 똑똑하고 성실한 동기들이지만, 처음 배우는 일에 당황할 법 할텐데도 내용을 최대한 잘 숙지하고 있고, 다음 술기가 무엇일지를 예상해 기구를 준비하고, 남들이 허둥지둥 하는 와중에도 차분하게 다른 동기가 빠뜨린 일을 대신 해주곤 한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 눈빛이 살아있고, 예민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데 그런 동기들이 시간이 흘러 가장 먼저 고수가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반짝거리는 동기들과 선생님들을 보며, 누군가 쉽게 해내는 것처럼 보이는 일이 실은 얼마나 많은 반복과 관찰의 결과였을지를 생각하니 나 역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를 매일 고민하며 치열하게 한 해를 보내야겠다고 다짐하며 낯선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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