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원이 고난도 환자를 치과대학병원 등 상급기관에 자발적으로 의뢰하는 비율이 90%를 넘는 반면, 치료 종료 후 다시 치과의원으로 회송되는 비율은 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없이 치과의사의 자발적 선의에만 의존하는 현행 구조상 지속성이 낮고 환자 관리의 연속성도 위협받고 있는 만큼 필수·중증 치과의료 분류, 공식 의뢰·회송을 위한 수가·제도 개편 등 치과계에도 공식적인 의료전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의뢰하고 서울대치과병원이 주관한 ‘치의료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의료·회송 운영(안) 마련 연구’에 따르면, 서울대·부산대·경북대·강릉원주대치과병원 등 4개 국립대치과병원의 외래 진료 1만5911건 중 약 92%가 치과의원에서 직접 의뢰된 사례였다.
반면, 동일 분석에서 회송된 사례는 930건으로 전체의 5.8%에 불과했다. 병원별로는 강릉원주대치과병원이 8.9%(129건)로 회송률이 가장 높았고, 부산대치과병원 8.1%(340건), 서울대치과병원 6.2%(388건), 경북대치과병원 1.8%(73건) 순이었다.
연구에서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치과의료 전달체계가 부재한 환경에서도 환자 안전과 치료 성과를 최우선시해 자발적으로 전원하는 ‘선의’가 작동하고 있는 반면, 의료전달체계의 기본인 양방향 진료 흐름은 사실상 작동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고난도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치료 종료 후에도 여전히 상급의료기관에 머물면서 지역 치과의원의 유지·관리 기능은 사라지고, 상급의료기관은 경증 환자 진료를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치과의 경우 공식적인 의료전달체계가 부재해 상급의료기관 이용에 아무런 진입장벽이 없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건강보험 체계상 의과는 상급종합병원 이용 시 하위 의료기관의 의뢰서가 있어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치과는 의원과 병원이 모두 1단계 요양급여에 속하기에 국립대치과병원을 포함한 치과병원의 이용에 있어 치과의원의 의뢰서가 없어도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구에서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치과의료 특성을 반영한 의료전달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필수·중증 치과의료 항목 세분화 등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치주·보존·보철 등 상병코드만으로 난이도 판별이 어려운 과목은 임상지표(치조골 소실, 근관 만곡도 등)를 반영한 세부 코드를 마련하고, 구강악안면외과·구강내과 등 중증도를 상병명 자체로 식별 가능한 분야는 의뢰·회송 프로토콜을 공식화할 것을 제안했다.
또 ‘치과 의뢰·회송료’ 신설 등 재정적 보상을 통해, 치과의원이 중증 환자를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하고 치료 완료 후 다시 환자를 회송받는 ‘순환형 진료 체계’를 제도적으로 안착시키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 밖에 연구에서는 향후 치의료협력체계 개편을 위한 발전 방향으로 ▲국립대치과병원 내 진료의뢰·회송 전담 부서 설치 ▲정부·치협·치병협으로 구성된 치의료협력체계 개편 TF 구성 ▲국립대치과병원의 역할 재정립 및 진료 비중 목표 수립 ▲치과의료전달체계 운영 위한 진료의뢰서 및 회송 의무화 ▲필수 및 중증 치과의료서비스 항목에 대한 보상 수준 현실화 등을 언급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개선을 통해 중복 진료를 줄이고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해 초고령사회에서 건보 재정 안정, 치아 상실 억제 등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