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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영 교수 30년 교직 마무리 “홍매 향기처럼”

정년 퇴임식서 제자·동문 다수 참석, 헌신 기려


연구·교육·행정·공공의료를 넘나들며 활약해온 구 영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가 ‘홍매 향기처럼’이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남기고 30여 년 정든 강단을 떠났다.


구 영 교수 정년 퇴임식이 지난 8월 28일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대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교수, 제자, 동문들이 함께 모여 축하했다.

 

이날 퇴임식에는 박영석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장, 이용무 서울대치과병원장, 김용호 서울치대치의학대학원총동창회장, 김명주 치의학대학원교수협의회장 등 내빈이 참석해 구 교수의 학문적 성취, 후학 양성 등 업적과 헌신을 기렸다.


구 교수는 1996년 치과대학에 부임해 치주과학 분야 연구와 교육에 매진해 왔다. 학생부처장, 서울대치과병원장, 대한치주과학회 회장, 대한치과병원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학계와 임상, 정책 현장에서 폭넓은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해에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옥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박영석 대학원장은 축사에서 “무릇 가르치는 자의 본분을 몸소 알려주고, 멋진 삶을 통해 남겨준 가르침은 후학에게 모범으로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용무 병원장은 “연구와, 진료, 행정, 공공의료 현장 등 치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셨다”고 했다.

 

김용호 동창회장은 “따뜻한 선배, 소통하는 지도자로서 동문 사회의 귀감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퇴임식에서는 학교, 병원, 동창회, 치주과학교실에서 각각 공로패와 감사패를 전달했으며, 제자들과 동문들이 준비한 영상과 깜짝 이벤트도 이어졌다.

 

구 교수는 소회에서 자신이 가졌던 두 가지 ‘벤티지 포인트(vantage point)’로 서울대에서의 교직 생활과 뛰어난 학생들과의 만남을 꼽았다. 그는 “학생들이야말로 대학병원의 경쟁력”이라며 “마지막까지 교과서적인 진료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매가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꽃을 피우듯, 학교 구성원 모두가 곱고 향기롭게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인터뷰 - 구 영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

 

 

“안주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삶 꿈꿔”
진지한 열의 학생들과 함께 했던 시간 보람
한국형 임플란트 개발, 생체모방학 연구 성과

 

“학교에서 일을 하거나 학회 활동을 할 때 늘 새로워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前)과 동(同)’은 편하기는 하지만 발전이 없기에, ‘벽을 넘어 하늘로 웅비하자(破壁飛去)’고 강조해 왔습니다. 동료 선후배, 교직원 여러분이 격려해주고 힘을 모아준 덕분에 많은 성과를 이루고 무사히 정년에 이르게 됐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구 영 교수는 “전공인 치주치료는 노력에 비해 보상이 턱없이 부족한 진료 분야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교과서적인 진료 원칙을 고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 학생들 덕분이었다”며 “학생들에게 누가복음의 한 구절처럼 ‘너희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너희도 가서 치주치료를 하여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노력해 왔다.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학생들의 맑고 진지한 눈빛과 함께한 시간이야말로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구 영 교수는 치의학자로서 남긴 대표적인 업적에 대해 한국형 임플란트 개발을 주 내용으로 하는 G-7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꼽았다. 당시의 연구 성과들이 오늘날 우리나라 임플란트 분야의 학문적 기반과 산업 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는 설명이다. 또 짧은 아미노산 서열을 이용해 생체재료의 표면을 개질하는 이른바 ‘생체모방학(Biomimetics)’ 분야의 성과와 최근 ‘K-절개법’, ‘GTR/GBR coexist’ 개념을 제안한 것도 주요 업적이다.


구 영 교수는 “10년 전 치과병원 앞뜰에 홍매 세 그루를 심었다. 홍매는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나무로, 불의에 굴하지 않는 의연한 선비정신을 상징한다. 우리 치과인들의 몸과 마음이 그윽한 홍매 향기와 더불어 한층 맑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제가 홍매를 심은 뜻”이라며 “제 한문 스승인 한송 성백효 선생께서 제게 ‘인술보국(仁術報國)’이란 휘호를 써 주셨다. 앞으로도 인술로 사회에 기여하는 길을 계속 걸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