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치매 없는 나라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치매 발병을 늦추고 돌봄 부담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이 치매안전국가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예방과 돌봄의 치매 안전벨트를 채워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그 목표를 위해 ‘치매 발병을 3년 늦추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30% 줄인다’는 구체적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일본이 국가정책으로 치매 발병을 1년 늦추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대한민국은 더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발병을 3년 늦추면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사회 전체의 돌봄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30% 부담 경감은 가족과 사회 모두에게 현실적 희망을 주는 약속이다.
이때 핵심 중의 핵심은 구강관리다. 치주질환 원인균이 치매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이미 다수 축적되어 있으며, 자연치아를 20개 이상 지킨 노인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치매 발생률이 크게 낮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씹는 힘을 지키고, 뇌를 자극하며, 치매를 늦추는 힘이 바로 치아에서 나온다. 다시 말해 ‘치아 보존 → 씹는 힘 유지 → 뇌 자극 → 치매 예방’이라는 연결고리가 명확하다. 따라서 치매 발병을 3년 늦추겠다는 국가적 약속 안에는 반드시 구강건강이 포함되어야 한다. 구강관리 없는 치매 예방은 반쪽짜리 안전벨트일 뿐이다.
치과계의 역할은 여기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난다. 고령 환자의 자연치아를 지켜내는 예방치료, 요양병원과 시설에서의 정기적 구강관리, 치과의사·치과위생사·돌봄 인력이 함께하는 통합적 관리체계가 실현될 때 치매 안전벨트는 제대로 작동한다. 치과계가 주체적으로 나서야만 발병 지연과 돌봄 부담 경감이라는 목표가 현실이 된다.
대한민국은 이미 K-방역으로 세계의 모범이 된 경험이 있다. 이제는 ‘치매 발병이 가장 늦는 나라, 돌봄이 가장 튼튼한 나라’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그 길의 맨 앞에는 치과계가 서 있어야 한다. 부모 세대의 존엄을 지키고 자녀 세대의 미래를 열기 위해, 구강건강을 통한 치매 예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요건이다. 건강수명 5080 국민운동본부는 국회와 정부, 시민사회와 함께 치매안전국가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다. 치매는 결코 안심할 수 없지만, 치과계가 앞장선다면 우리는 충분히 늦추고, 함께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