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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K-pop demon hunters) 신드롬

시론

최근 지방행사 참석차 KTX를 타러 서울역에 간 적이 있었다. 아니 웬걸 이게 우리나라 역인지, 외국역인지 모를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이 역사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타고 가는 좌석 앞뒤 옆자리 모두 외국인 일색이었다. 뒤에서는 러시아말도 들리고, 옆에서는 영어, 기타 정체불명의 언어도 들린다. 부산행 열차이고 필자는 경주에 내리는데, 경주역에서 새로 탑승하는 사람의 대부분도 외국인인 듯 싶었다. 아마 서울을 거쳐 경주를 여행하고 부산으로 향하는 길 이었으리라. 필자 기억상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외국인이 넘쳐나는 풍경은 거의 처음인 듯 하였다.


이는 최근 십 수년간 K-culture유행을 필두로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좋아진 탓도 있지만 최근의 급격한 해외 관광객수의 증가는 분명히 연일 해외 가요계와 영화계의 모든 기록을 경신중인 글로벌 메가히트 Neflix 애니메이션 “케데헌” 때문인 듯 하다. 필자도 이게 왜 그리 인기가 있나 싶어 늦게나마 보았는데, OST도 빌보드 차트를 휩쓸고 있는 곡들 답게 중독성도 있고, 스토리와도 잘 어울렸으며, 영화의 메시지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우리 한국의 전통을 거부감 없이 적절히 융합하였고, 외국인들의 관점에서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실제 서울의 주요 지역을 배경으로 사용하였는데, 아마 영화에 나온 장소를 실제 확인하고 싶은 전세계 케데헌 팬들이 위 서울역 상황에 일조했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최근 유튜브에는 케데헌의 해외팬들이 자신들의 실시간 시청반응이나, 코스튬플레이를 하고 찍은 사진, 영상들을 많이 게시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그 중 독일과 인연이 있는 필자의 눈에 띈 것 중 하나는 20대 정도의 독일 팬들이 한명은 어디서 구했는지 우리의 전통 무녀 복장(케데헌 초반에 나옴)을 하고, 한명은 사자보이즈(케데헌의 보이밴드 이름)의 검은 갓, 두루마기 차림에, 나머지도 예쁜 한복을 입고 베를린의 어느 광장에서 코스튬플레이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25년전 독일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잘 알고 있는 필자의 상식과 많이 대비되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였다. 당시는 조금 깨끗하게 입고 나가면 일본인으로 오해하여 밝은 모습으로 다가와서 카미가제, 스시, 카라테, 망가, 야동(?) 등 자기는 일본을 너무 좋아한다며 신나서 얘기하다가, 막상 필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뻘쭘하게 차붐, 올림픽, 개고기(친해지면 얘기함) 정도로 대화를 얼버무리며 머쓱하게 떠나던 일이 많았었다. 그런데 이런 시대가 오다니…특히 한국 남자들의 인기는 아주 최고라는데 2-30년만 늦게 태어날 걸 하는 아쉬움도 든다…^^


해외 교민 사회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다고 한다. 특히 외국의 젊은 세대들은 한국을 아주 “힙”한 나라로 생각하고 있고, 학교에 한국계 학생이라도 전학 오면 서로 친해지려고 경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한국인 학부모 역시 외국인 학부모들이 먼저 접근하며 한식을 배우고 싶다고 하거나, 적극적으로 집에 초대를 하는 등 필자의 독일 경험과 마찬가지로, 과거 비인기 국가 출신으로 소외당하던 설움(?)에서 벗어나 현재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인기 외국인으로서 행복한 해외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준 게 너무 감사해서 BTS노래도 모르면서 아미(BTS 팬클럽 이름)에 가입하고 열심히 굿즈를 사준다는 한 미국교민의 말을 직접들은 적도 있다.


어찌되었든 우리가 단기간에 글로벌 인기순위 “을”에서 “갑”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은 참으로 행복한 변화이긴 한데…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좋은 시선과 주목(?)을 계속 유지하긴 해야 할 텐데,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고, 이를 시기하고 또 자기들 문화를 훔쳤다고 황당하게 거짓 폄하하는 일부 이웃국가의 경계도 만만치 않다. 다행이 우리의 좋은 이미지가 꼭 k-drama, k-pop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기에 그리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옛 속담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이 있듯이 이렇게 해외의 좋은 관심이 집중될 때 이를 우리의 긍정적 변화의 에너지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태도와 자세를 주변의 기대와 평가에 맞추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모범생이 더 모범생이 되고, 문제아가 더 문제아가 되는 이유이다.


최근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시각은 세대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선진사회, 친절, 정직, 청결, 안전, 첨단, 전통과 현대의 조화, 따뜻한 정 등 다행이 매우 긍정적인 듯하다. 물론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하고, 어디나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듯이 모든 한국인이 위에 열거한 좋은 특성과 태도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이미지는 우리가 강요한 것이 아니고, 지난 시절 극한의 어려운 시절을 겪어내고 우리 국민 한 명 한 명이 열심히 노력해서 이루어 낸 결과를 가지고 외국인들이 내린 자연스럽고, 객관적인 평가이므로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이미지가 충분히 좋은 것이라면, 이러한 외부의 시선을 적극 의식하고, 나의 이전 생활은 설령 그렇지 않았더라도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자세와 태도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은 전혀 손해 될 것이 없다. 어려서는 다소 불량하게 살던 사람도 어느 날 인기 연예인이 되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점점 모범적이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변해가듯이, 우리도 이런 긍정적인 기대를 이용하여 우리의 부족함을 보충하고 우리 자신과 사회, 국가를 발전시켜 나가는 좋은 기회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심리학적으로도 자신에 대한 근거 있는 자부심은 자기발전의 근간이 된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도 이러한 개인의 자부심이 사회와 국가로 확장되면 오래도록 세계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이 우리는 그간 너무 잘해왔고, 이제 우리 국민들은 제2의 도약을 위해 어느 선진국민 못지 않은 자신감과 자긍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아직 완벽하지는 않은 만큼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우리의 좋은 특성은 잘 유지하면서, 해외 선진국에 비해 우리가 부족하고, 꼭 배워야 할 것들은 또 열심히 우리것으로 받아들여서 한국인의 이미지와 특성을 계속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꼭 고치고 바뀌었으면 하는 점들이 몇 가지 있지만 “국뽕” 가득찬 이번 기고 분위기상 다음으로 미뤄본다. 다가올 우리의 밝은 미래를 기원이라도 하듯 케데헌 헌트릭스의 노래가 귓전을 맴돈다.


“We’re goin’ Up, Up, Up. Gonna be, gonna be golen !” 대한민국 화이팅.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