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의 스포트라이트를 단숨에 독차지한 이벤트는 단연 앤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발표한 대규모 GPU 공급 소식이었다. 삼성, 현대, SK,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과 정부 기관에 GPU 26만 장을 공급한다는 이 발표는 단순한 기술 공급을 넘어, 대한민국이 AI 특급 열차에 올라탈 수 있는 결정적인 신호탄이다. 독일 한 해 GDP를 뛰어넘는 시가총액을 경신 중인 엔비디아의 GPU가 전 산업의 명운을 결정짓는 핵심 자원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초고령화, 한국성장 패턴의 한계, 국제 무역 질서의 변화 등으로 잠재 성장력이 약화된 한국에게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이며 AI의 파고는 우리 치과계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대규모 GPU 공급이 가져올 치과계의 혁신은 무엇일까?
GPU(그래픽 처리 장치)는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구동하는 데 필수적인 핵심 엔진인데 이번 26만 장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공급은 국내 AI 기술 개발 속도와 깊이를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치과 임상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진단 정확도와 효율성 극대화를 가져올 것이다. 초거대 AI 모델은 치과 방사선 사진(X-ray, 파노라마 등) 분석에서 인간의 눈이 놓치기 쉬운 치아 우식(충치)이나 치주 질환을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것입니다. 복잡한 교정 세팔로 분석을 단 몇 분만에 완료하는 것은 이미 현실화된 좋은 예다.
환자 개개인의 구강데이터를 기반으로 교정, 임플란트, 보철 등 모든 임상 분야에서 최적의 치료 경로를 시뮬레이션하고 맞춤형 보철물을 설계하는 AI 기반 솔루션이 고도화된다. 또한 환자 및 경영관리에서 AI베이스의 소프트웨어가 출시되고 있어서 만성적 보조인력난에 시달리는 개원가에 도움이 되고 있다.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AI가 분석하여 새로운 치료법이나 예후 예측 모델을 도출하는 연구가 활발해지며, 치과대학 교육에서도 디지털 트윈 같은 가상 환경을 통한 실습이 보편화될 것이다.
치과의료산업계의 재편도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K-culture 붐을 탄다면 한국산 치과 소재, 부품, 장비의 품격을 높여 글로벌 유통을 확산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AI가 진료를 돕고 질을 높이는 ‘도구’가 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우리 직업의 역할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필요하다. AI의 정확도가 높아질수록, 치과의사가 AI 결과를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AI 의존성’이 커질 수 있으나 최종적인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의 책임은 여전히 치과의사 전문가에게 있으며, AI는 그 판단을 지원하는 도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AI 기반 솔루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치과의사 스스로 디지털 치의학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를 높여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접목하는 것을 게을리 하는 개원가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어버렸다.
젠슨 황의 대규모 GPU 공급은 한국 치과계가 AI 선도형 치의학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므로 기술 변화를 수동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치의학적 전문성을 AI와 융합하여 환자 진료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며 AI를 악용하여 치과 개원가 및 산업계의 건전한 생태계를 교란하는 세력이 활개를 치지 않도록 제도 수립에도 선제적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