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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구시(實事求是)의 원팀으로

Editor Column

2025년 을사년(乙巳年)이 저물고 있다. 올해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운 기념비적인 해였으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축배를 들기엔 너무도 엄혹했다. 밖으로는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전례 없는 의·정 갈등의 블랙홀이 모든 보건 의료 이슈를 집어삼켰고, 안으로는 당선 무효 1심 판결과 직무정지 가처분 인용이라는 초유의 사법 리스크가 리더십의 공백을 불렀다. 안팎으로 몰아친 거친 파도 속에서 치과계의 목소리는 묻혔고, 상처는 깊었다.


연말이면 으레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지만, 올해만큼 이 네 글자가 뼈아프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복합 위기’ 속에서 개원가의 경영 수지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인건비와 재료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반면, 건강보험 수가는 물가 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실질 수가 마이너스’ 시대가 고착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비급여 진료비 보고 의무화 등 정부의 ‘통제 만능주의’ 정책은 전문직의 자율성을 옥죄었고,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DB 마케팅 업체와 연계된 불법 덤핑 치과들의 ‘저가 미끼 영업’은 의료를 쇼핑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며 개원 질서를 뿌리째 흔들었다. 실로 2025년은 3만 치과의사들에게 있어 ‘생존을 위한 처절한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간이었다.

 

냉철하게 올 한 해를 복기(復棋)해 보자. 우리 내부는 과연 건강했는가. 외부의 위협이 거셀수록 내부는 단단해져야 했으나,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저수가 덤핑 치과의 난립이 대다수 선량한 회원의 진료 의지를 꺾어놓는 동안, 협회는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었다. 소송과 비방이 난무하는 동안 대관(對官) 업무의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회원들이 그토록 바라던 ‘든든한 울타리’로서의 역할은 미흡했다. 의사 결정 구조가 마비된 사이, 임플란트 건보 진료 보장성 확대 등 민감한 현안에서 치과계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은 뼈아프다. 이는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 모두가 성찰해야 할 집단 지성(集團 知性)의 부재였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반전의 씨앗을 품고 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국민 구강건강을 수호한다는 사명감으로 묵묵히 유니트 체어를 지켜온 3만여 회원의 저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치의신보 주관 ‘올해의 치과인상’ 후보들의 면면을 보라. 국내외 소외된 이웃을 찾아 인술(仁術)을 펼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치과의사의 본질적 가치를 재확인한다.


또한, 치과계에 도래한 AI(인공지능)와 디지털 덴티스트리의 혁명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진료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미용치과, 기능치의학, 전신치과 진료 영역 확장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파이오니아들의 노력과 2026년 3월 시작되는 통합돌봄시범사업은 우리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이는 위기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증거다.

 

이제 우리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2025년의 갈등과 반목을 2026년까지 짊어지고 갈 것인가, 아니면 이를 비옥한 거름 삼아 새로운 도약을 시작할 것인가. 다가오는 2026년 3월에는 제34대 집행부를 선출하는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집행부 교체가 아니라, 치과계의 ‘생존 전략’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되어야 한다. 계승할 것은 계승하되, 구태와 악습은 과감히 도려내는 혁신이 필요하다.

 

다가오는 병오년(丙午年), 치협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에 있다.


첫째, 강력한 자정작용을 통한 대국민 신뢰 회복이다. 사무장 병원과 덤핑 치과에 대한 단호한 법적 대응과 윤리 의식 강화 없이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둘째, 철저한 ‘실리 중심’의 회무다. 거창한 정치적 구호보다는 건강보험 파이 확대, 새로운 진료 영역 및 기술개발, 과도한 행정 규제 철폐, 보조 인력 구인난 해결 등 회원의 피부에 와닿는 성과를 내는 ‘일하는 집행부’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대관 업무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대화합’이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네거티브 공방과 고소·고발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승자는 패자를 포용하고, 패자는 결과에 승복하여 오직 ‘치과의사’라는 이름 아래 ‘원팀(One Team)’으로 뭉쳐야 한다.

 

2025년의 시련이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담금질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본지 역시 정론직필(正論直筆)의 자세로, 때로는 회원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고 때로는 집행부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등불의 역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힘겨웠던 을사년을 뒤로하고, 역동적인 기운이 솟구치는 ‘적토마’의 해, 병오년을 맞이할 채비를 하자. 지금 이 순간에도 진료 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리고 계실 전국의 모든 회원님께 깊은 존경과 위로, 그리고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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