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내장산 첫 인연후
생태보존연구회 결성
등산객 위해 약수터 건립
토끼 500마리 방사키도
등산객 자연사랑
발벗고 적극 동참 땐
가슴 뿌듯 힘솟아
기쁨·보람 두배
성봉을 비롯해 까치봉, 연지봉, 망해봉, 불출봉, 서래봉 등 9개의 봉우리와 능선을 따라 계곡 산폭에 자리잡은 내장사, 벽련암, 원적암 등 45개의 암자터, 그리고 서래약수, 까치약수, 구암약수터 등과 여기저기 펼쳐진 이름난 바위들이 있는 천혜의 대공원 내장산. 이 산자락 곳곳에 李基永(이기영·서울치대 61년 졸) 원장의 30년 넘은 내장산 사랑의 숨결이 베어 있다.
내장산 생태보존연구회를 10여년간 이끌어오고 있는 李 원장.
내장산 생태보존연구회는 내장산의 자연보호와 함께 내장산의 생태계를 보호, 보존하기 위해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지난 93년 1월 자발적으로 결성됐다. 여기에는 이기영 회장을 비롯해 대학교수, 치과의사, 공무원, 사업가 등 6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李 원장은 지난 68년부터 내장산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내장산은 단풍이 유명하며 이런 유명세를 타고 사계절 많은 등산객이 찾는 곳이다. 사람이 많이 찾다보면 자연히 생태계가 무분별 훼손되기 쉽고 자연보호는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평소 이점을 안타깝게 생각한 李 원장은 내장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내장산의 멋드러진 자연풍경에서 안식과 힘을 얻도록 하고, 또 내장산을 자연상태 그대로 보존함으로써 다음에 또 다음해에 내장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아름다운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결국 자신이 직접 내장산에 버려진 휴지를 줍고, 등산객들에게 산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줘 자연보호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장산 생태보존연구회를 만들게 됐다.
이렇게 시작한 이기영 원장과 내장산과의 인연은 그를 누구보다도 내장산 예찬가로 만들어 놨다.
사람이 얼굴과 체격, 말소리 등이 각각 다르듯이 내장산도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색색의 옷을 갈아입으며 내장산은 무엇보다 춘하추동 4계절의 뛰어난 풍치를 으뜸으로 꼽을 수 있다고 한다. 봄에는 산수유를 포함해 봄꽃이 만발하며 여름에는 하청음이라고 불리는 녹음이 일품이며, 가을에는 색색의 단풍과 함께 겨울에 산을 가득 덮는 눈이 내장산의 매력이라고 한다.
이렇듯 아름다운 내장산을 지키기 위해 李 원장과 내장산 생태보존연구회 회원들은 산불예방활동과 입산금지 준수계몽, 자연보호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등산객들의 무분별한 야외취사행위의 억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李 원장의 내장산 가꾸기는 생명의 소중함을 배려한 자상한 마음과 산과 등산객을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李 원장은 물이 적은 내장산의 특성상 지하수가 흐르는 물줄기 9군데를 찾아 약수터를 만들고, 오가는 등산객들이 목을 축일 수 있도록 했다. 또 내장산의 생태보존을 위해 토끼 500여마리를 길러 방사한 적도 있다.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내장산에서 한겨울 동안 먹이를 찾지 못해 굶어죽는 야생 조류와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매년 겨울 모이주기에 나서고 있으며 12월 초순경에는 식수활동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李 원장은 내장산의 산세를 그대로 지점토로 옮긴 모형을 제작, 사진을 촬영한 후 복사해서 내장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준 적도 있다. 李 원장은 내년에 내장산의 자연생태계와 야생 동물의 분포현황을 담은 책자를 발행해 내장산을 널리 알림과 동시에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내장산 파수꾼을 자청하면서 시작한 일이지만 가끔 언짢은 일을 당하기도 한다.
한번은 내장산 자연보호 활동에 나섰다가 꽃나무의 가지를 마구 꺾는 일행을 발견한 적이있다. 李 원장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필름이 들어있지 않은 빈 사진기로 나무꺾는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들의 반항이 시작됐고, 급기야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결국 李 원장은 빈 사진기였음을 보여줬고, 이들도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연보호에 동참할 것을 다짐하고 하산한 적도 있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곳에서 밥과 찌개를 해먹는 불양심의 등산객이 공교롭게도 이를 목격한 등반객 중 검찰 관계자가 포함돼 있어 결국 당국에 고발조치되는 일화를 목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년 봄 어린 학생들이 찾아와 고사리 손으로 산불예방캠페인과 함께 휴지줍기, 새 모이주기 등을 펼칠 때면 주변의 등산객들도 적극 동참해 자연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뿌듯해 하기도 한다.
또 종종 입산하면서 자신들의 쓰레기를 모아오기 위해 봉투를 받아가는 사람들과 하산하면서 자신의 쓰레기와 함께 산에 방치된 오물들을 모아 오는 등산객들을 볼 때 힘이 솟는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