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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고 받는 상” 개원가 점령…‘가짜 권위’ 민낯

한 업체 1년에 15회 이상 시상식 진행…마케팅 유혹
‘OO대상’ 최대 수백만 원, 유료 기사 패키지도 '다양'

 

한 치과 로비 또는 홈페이지에 ‘소비자□□지수 1위 치과’, ‘ESG ◯◯대상’, ‘△△닥터 선정 임플란트 부문’ 등 공신력 있어 보이는 기관으로부터 받은 듯한 상패들이 화려하게 걸려 있다. 환자에게는 신뢰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이 상패들 상당수가 돈만 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상업용 마케팅 패키지’다.


치과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마케팅에 힘을 쏟게 되면서, 일부 마케팅 업체와 언론사가 이처럼 도 넘은 마케팅으로 치과병·의원을 유혹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팩스, 이메일, 유선 전화, 우편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치과에 접근해 “홍보 효과가 탁월하다”, “귀 치과가 뛰어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식의 사전 수상 통보서를 활용해 유혹의 손길을 보냈다.


이들은 상장 제공을 핑계로 수십~수백만 원의 금액을 받고 있으며, 이와 함께 수상자 기사·인터뷰가 더해진 언론보도 패키지도 판매하고 있다. 수상 기준이 전문가의 심사나 공적 검토가 아닌 ‘결제 여부’가 되는 셈이다.


일례로 A업체는 한 해에만 무려 15종 이상 시상을 진행하며 상을 남발하고 있었다. ‘대상’, ‘1위’ 등 각종 그럴싸한 명칭을 내세워 상 자체를 일종의 광고 수단으로 활용했다.


특히 이들은 ▲대상 엠블럼 ▲실물 상장 ▲실물 상패 ▲시상식 ▲온라인 수상 기사 ▲온라인 후속 기사 ▲수상내용 홈페이지 등록 등의 홍보 상품을 ‘풀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고 있었다. ‘첫 회 진행 할인’, ‘1+1 할인 행사’, ‘신청서 우선 접수 기준’ 등 공신력 있는 시상이 아닌 ‘하나의 상품’임을 실감케 하는 행사도 다수 발견됐다.


실제로 일부 치과의 경우 이러한 마케팅 시스템을 통해 얻은 수상 이력을 내세우고 있으며, 이를 치과 홈페이지나 로비에 진열하는 식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 환자 기만, 의료법 위반 ‘주의’
이 같은 마케팅은 개원가의 경쟁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환자의 신뢰를 악용하는 기만 행위로 우려가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비윤리적 진료와 홍보로 구설수에 오른 치과의 이미지 세탁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A업체 관계자는 “부정 이슈 등 결격 사유가 있으면 진행이 불가하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해당 마케팅을 진행한 치과의 화려한 수상 이력에 속아 치료를 맡겼다가 피해를 입은 환자도 존재했다.


한 30대 환자 김은미(가명)씨는 “‘OO의료인 선정’ 등의 문구가 신뢰감을 줘 안심했다”며 “무의식적으로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선정한 것이라고 믿게 되기 때문에 나중에 광고인 것을 알았을 때 더욱 상처받았다”고 밝혔다.


돈을 받고 기사를 작성해주는 일명 ‘유가 기사’ 거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기사 한 건당 적게는 3만5000원부터 많게는 37만 원까지, 언론사 규모에 따라 A~C등급으로 분류돼 가격이 책정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의료 분야는 일반 업종보다 평균 1.2~2배가량 높은 가격에 송출되고 있었으며, 게다가 400만 원 이상을 지불하면 이 중 10%를 추가 적립해 기사 송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충전 패키지’도 판매하고 있었다.


이러한 마케팅 행위는 의료법 위반 소지도 있다. 실제 의료법 제56조 제14호에 따르면 각종 상장·감사장 등을 이용해 광고하는 행위 또는 인증·보증·추천을 받았다는 내용을 사용하거나 이와 유사한 내용을 표현해 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받은 의료기관 인증 ▲중앙행정기관·특별지방행정기관 및 그 부속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인증·보증 ▲다른 법령에 따라 받은 인증·보증 ▲세계보건기구와 협력을 맺은 국제평가기구로부터 받은 인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에 한해서는 사용할 수 있다.


또 동법 제10호에 의하면 신문, 방송, 잡지 등을 이용해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 관련 정보를 포함한 기사, 방송 등도 금지하고 있다. 더불어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 관련 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의료인 등이 기사 게재의 대가로 언론 매체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는지 ▲기사의 전체적 취지가 의료인 등의 기능 또는 진료 방법을 광고하는 것인지 ▲의료인 등이 기사를 통해 광고 효과를 의도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법 여부가 결정된다.


박찬경 치협 법제이사는 “의료 광고는 국민의 신뢰와 직결된 문제로, 상장이나 수상 경력처럼 겉보기에 화려한 문구는 환자에게 막연한 우수성과 신뢰를 심어줄 수 있지만, 실상 ‘금전거래’를 통해 임의로 획득한 것이라면 의료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치협은 의료 광고 심의 대상 항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회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유사 수상 이력 활용에 대한 엄정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