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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치과의사문인회)-시-]접시꽃 그리움/김영훈

이삿짐 꾸리기에 바빴던 젊은 날
접시꽃 심어 정까지 묻어두고
햇볕이 쉬어가는 토방에서
난 이웃들과 빗장 나누며 살았었다

 

개발의 속도와 높이에 따라
즐겨 높은 곳에 살며 굳게 문을 닫자
배란다의 꽃들은 병색 짙어
얕은 담장을 그리워했다

애띤 달빛들 다 가시고
접대부의 얼굴로 달은 뜨더니
헛웃음으로 속삭여대지만
꽃은 시들어 달랠 길도 없었다

 

빌딩 사이 시멘트 길
몇 계단 올라선 지금의 내 방
창가에서 꽃분을 놓고 손질하며
난 접시꽃 그리움을 쓰다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