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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시]강둑을 걸으며/김영훈

어디쯤 샘물로 눈을 떠
실개천은 꿈으로 흐르고
상류에서 하류로 떠가는
강물은 둑을 키우며 간다

 

강물은 바다로 모이고
모래알 잠긴 여울
내 가슴도 앙금을 삭히는
침전의 바닥이 되어 산다


저 하늘과 강이 한빛 되듯
구름처럼 흘러가서
생각의 언덕에서 한 곳에 몰리고
빈 그릇에 잠긴 순한 물이 되리

 

땀으로 피어오르는 꽃들의 생명
한 그릇의 물로 버틸 수 있으랴
아득히 펼쳐지는 강둑에서
내 마음 다시 추스르며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