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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기획시리즈2] 내과같은 치과…보험 환자가 “성공 효자”

■ 탐방 기획시리즈 2   불황없는 잘나가는 치과  그들만의 경영 비결은?

 

내과같은 치과…보험 환자가 “성공 효자”

 

“지방 소도시 B치과의원
 전국치과 급여청구 13위
 연매출 10억“성공 경영”

 

전체 요양급여비용 중 치과 건강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 환자를 통해 높은 병원매출을 유지하는 치과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방소도시의 B 치과의원은 전국치과 급여청구 13위. 경기에 상관없이 연 수익 10억여원 정도인 소위 ‘잘나가는 치과’다. 그러나 치과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평범한 인테리어에 아무리 점심시간이 막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환자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더욱이 페이닥터를 따로 두지 않고 있었으며, 4명의 치과위생사들과 직원들은 통일된 색상에 깨끗하고 깔끔한 위생복이었지만 치마, 바지 등 각자 편한 스타일의 위생복을 입고 있어 서울시내 중심가의 치과위생사들이나 직원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화려함이나 정형화된 친절함 등의 ‘격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B치과의원 L 원장은 이같은 평범함 속에서도 많은 환자를 볼 수 있는 이유를 기본진료와 급여환자진료에 충실한 덕분이라고 밝혔다.

 

 

급여환자진료에 충실하면 “수익은 따른다”

L 원장은 연매출 10억여원의 노하우를 묻자 “기본 매출은 문제삼지 않지만 보험환자가 줄면 ‘환자 풀’이 줄어드는 것 같아 가슴이 철렁한다”며 보험환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로 개원 만 14년차인 L 원장은 임플랜트, 심미치료 전악 보철수복 등을 과감히 버리고 잇몸, 충치, 근관 등 기본적인 보험환자위주의 진료에 매진하며, ‘내과같은 치과’라고 스스로 표현한다.
보험진료대비 비보험진료를 비교해보면 55:45 정도로 보험진료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했다.
L 원장은 되묻는다. “치과는 원래 병을 고치기 위한 곳으로, 출혈, 통증, 충치 등 일반적인 보험치료를 원하는 환자가 더 많다”며 “이런 보험환자 진료만 잘해도 ‘치료 잘 해주는 치과’로 입소문이 나고 많은 환자를 부를 수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역설했다.
특히 L 원장은 개원이후 스케일링을 직접 한다. “스케일링이 보험진료는 아니지만 환자구강 상태를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본진료라는 것이 L 원장의 생각이다. 직접 스케일링을 하다 보면 환자는 몰랐던 환부를 찾아내 부가적인 보험진료가 가능하다”며 이로 인한 수익도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뿐만 아니라 대화 시간이 늘어 신뢰감도 더 형성된다고 덧붙였다.
비록 수익률이 낮은 보험환자도 주치의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진료하며 환자와 신뢰 관계를 맺으면 환자는 역시 진료수가가 비싼 비보험진료도 자신의 병원에서 한다는 것이다.
또 L 원장은 보험환자의 중요성에 대해 “사람들은 갈비보다는 갈비탕을 많이 먹는다. 같은 이유로 임플랜트나 미백환자는 수요도 적을 뿐 해줄 진료도 많이 없지만 일반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의 수는 90%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을 교육시켜 덴탈 IQ를 높이면 자연스레 비급여 환자수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사도 그만인 일반 가게와는 달리 의료는 꼭 이용해야 하는 분야기 때문에 흔한 구강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확보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것.

 


철저한 습관이 매출을 부른다

L 원장도 처음부터 환자가 많지는 않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L 원장은 주변의 치과의원에서 넘어오는 환자를 철저히 관리하는 ‘이삭줍기’ 방법을 택했다.
“잘되는 치과는 손님이 미어질 것 같지만 동네 치과의원은 환자 수용 능력이 한정돼 있다. 다른 치과에서 넘어 오는 환자를 놓치지 않았고 환자 수가 늘기 시작했다.”
L 원장은 개원초기부터 보험환자 위주의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생각으로 기본진료를 제외한 장시간이 소요될 것 같은 보철과 수복 환자의 경우 타 치과에 의뢰했다.

 

 

"개원 초기부터 기본환자에 집중
장시간 소요환자 타 치과에 소개
대기시간 짧아 환자 회전율 빨라
공단실사 경험·성실납세자 표창"


L 원장은 개원초기부터 보험환자 위주의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생각으로 기본진료를 제외한 장시간이 소요될 것 같은 보철과 수복 환자의 경우 타 치과에 의뢰했다.
치과 개원의라면 누구나 익숙한 근관, 충치, 잇몸 등 기본진료에 매진하니 자연스레 진료에 속도가 붙었고 환자회전율도 빨라졌다. L 원장이 70여명 이상의 환자를 볼 수 있는 이유다. 환자회전율이 빠르다 보니 환자들의 대기시간도 길지 않아 내원하는 환자를 모두 진료할 수 있다.
이에 대해 L 원장은 “순간적인 임기응변보다 습관이 중요하다. 나도 원내생시절 스케일링에 30분 이상 걸렸지만 지금은 5분이면 충분하다”며 “일단 습관이 몸에 배이면 손, 발이 빨라지고 많은 환자를 볼 수 있다. 어떤 치과의사나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하루 평균 7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L 원장의 진료 모습은 일사불란하다. 한 환자가 마취되는 동안 다른 환자를 진료했으며, 어린 환자의 치수치료 도중 지혈되는 시간동안 보호자에게 양해를 구한 뒤 다른 환자를 살폈다. 오랜 진료시간을 요구하는 환자는 소수였다.


낭비되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치과위생사들과의 호흡도 맞았다. L 원장은 이 시스템을 확립하기까지 수년이 걸렸고 쉽지도 않았다고 털어놨다.
건강보험환자가 많다 보니 건강보험공단의 실사도 많이 받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정직한 진료를 원칙으로 한만큼 모두 무혐의 처리됐으며, 성실납세자로 장관 표창도 받았다. 또 L 원장은 환자와의 신뢰와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방 소도시의 특징을 십분 활용한 것.
“아파서 방문한 환자가 많고 그들의 경제력과 요구에 맞춰 진료를 해주면 대기환자가 많아도 자기 일을 본 뒤 다시 내원할 정도로 ‘충성환자’가 늘어났다”며 “개원 초에 내원한 중·고등학생 환자들이 성인이 돼 아이들을 데리고 내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환자 대하는 솔직함 신뢰 최대 무기

L 원장은 ‘솔직함’을 노하우로 꼽는다. 우선 L 원장은 ‘못 한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한다. 기본 진료 외에 임플랜트나 미백, 전악보철수복이나 교정치료를 원하는 환자는 정중히 다른 병원을 권유한다.
기본 진료를 정성껏 해주고 환자와의 신뢰를 쌓은 뒤 좀 더 고가의 진료를 권하면 환자는 흔쾌히 응하는 방식으로 진료동의율을 높인다.
또 L 원장은 그 흔한 디지털 파노라마를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다. L 원장 또래의 개원의들이 치과기자재에 적잖은 돈을 투자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최신 기자재에 관심이 많지만 의료분야에서 최신은 최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료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좋은 유니트체어나 양질의 재료구입에 더 신경쓴다”며 기본진료를 원하는 환자가 많은 자신은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된 고전적 스타일을 선호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사람냄새가 나는 치과

자연과 사람이 좋아 지방을 선택한 L 원장은 특별한 마케팅 노하우도 갖고 있었다. ‘마우스 마케팅’이 그것.
치과의원에서 10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는 재래시장이 있고 L 원장은 이곳이 최적의 홍보장소이자 환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마케팅의 장이라고 소개했다.
“시장에서 환자를 만나면 가볍게 인사하고 진료 후 건강상태를 묻습니다. 또 진료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없는지 시장조사를 하다보면 주변 환자까지 소개받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밝혔다.
진료실 외에도 수시로 환자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환자가 자연스럽게 많은 얘기를 하도록 유도한다. 모든 것이 환자와 신뢰를 쌓기 위한 준비작업이며 환자에게 만만한 치과가 되자는 것이 L 원장의 철학이다.
자칫 단순해 보이는 치과의원실 내부도 비밀이 숨어있다. 진료실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대기실에는 놓여있는 낡아 보이는 소파는 개원당시 L 원장이 발품을 팔아 튼튼한 제품임을 확인하고 구입한 가구다.


L 원장은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개원 당시에는 아이들이 뛰어놀아도 문제없는 제일 튼튼하고 푹신한 결코 싼 가구가 아닌 것으로 샀다. 그래서인지 망가지지 않고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아이들이 뛰어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소아치과전공인 L 원장은 아이들이 치과를 무섭다는 고정 관념없이 편하고 즐거운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대기실에 탁자들이나 다른 인테리어를 없애고 편안하고 큰 소파를 이어 붙여 넓은 공간을 제공했다.
또 L 원장은 ‘직원관리’라는 단어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직원들이 치마, 바지 등 다양한 복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최대한 개인의 개성을 존중해 주기 때문이며 직원은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가는 동반자 관계라고 밝혔다.
“최소한의 규제와 규율, 교육을 통해 직원의 개성을 존중하려고 노력합니다. 환자, 직원과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을 존중하는 습관이 몸에 배서인지 경기가 어려워지자 직원들이 먼저 월급 안 올려주셔도 된다며 자신들이 몸담은 직장을 배려했다.
L 원장은 끝으로 “성공적인 개원은 자기만족이 전제가 돼야 한다. 수입을 증대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많으면 삶이 불행해지고 결국 진료활동도 오래 못하게 된다. 금전적인 이익만 쫓는 개원입지를 찾을 것이 아니라 유행을 타지않는 기본진료에 매진하고 정부의 정책에 관심을 가지면 잘나가는 치과가 되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병원 경영을 하라고 조언했다.


정일해 기자 jih@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