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제1539번째) 구강보건 정책 변화의 필요성

구강보건 정책 변화의 필요성


‘갈관지’에는 중국 전국시대의 명의 편작(編鵲) 삼형제에 대한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위나라의 왕이 당대의 유명한 의사인 편작을 불러, 의사인 편작의 삼형제 중에서 누가 가장 훌륭한 의사인가에 대해 물어보자 편작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큰형은 환자의 얼굴만 보고 병이 날것을 예상해서 원인을 제거해 줍니다. 둘째형은 환자의 병세가 미미할 때 알아채고 치료를 해줍니다. 하지만 본인은 환자의 병세가 심해져서야 치료를 해주기 때문에 세상에 명의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큰 형님이 가장 훌륭하고, 그 다음이 작은형, 본인이 가장 낮은 수준의 의사입니다.”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구강질환의 특성상, 현대의 치과의료에서도 예방이 가장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치료라는 것은 여러 연구결과로 증명되어 있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질병의 원인을 조기에 제거하거나 질환의 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했다가는 환자에게 과잉진료로 비난을 받게 되고, 정확한 진단을 위한 추가적인 검사와 방사선 촬영은 건보공단으로부터 삭감을 피할 수 없다. 구강건강관리의 홍보나 치과 예방치료를 위한 정책적인 준비가 타과에 비해 미미하고, 치과 예방치료 수가 역시 비상식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대한민국 의료체계상 치과질환의 중증질환(치아생활력상실, 치아상실 등)으로의 진행은 다분히 정책적인 결과인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도 구강질환의 예방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치과진료를 받는데 단지 두세대 전의 비용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치질을 하는 귀찮음보다는 보건소의 공짜진료나 수천원에 불과한 신경치료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환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합리적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구강질환 예방과 관련된 사업을 전담할 수 있는 구강건강 전문가는 치과 공중보건의사들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무의촌이라는 의료접근 취약지역이 대부분 사라진 현재에도, 공중보건의사 대부분이 일반 치과진료에 우선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당장 결과가 드러나지 않는 보건사업보다는 무료에 가까운 치과진료가 지역주민들의 즉각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일부 지자체는 ‘도시형보건소’를 운영하면서 개원치과와 경쟁을 하고 있다.


 치과 공중보건의사의 수는 치전원 전환으로 인해 재작년 천여명에서 벌써 700여명으로 감소했으며, 향후 500명 미만으로 감소할 예정이다. 과거처럼 전국의 모든 오벽지에서 진료를 담당하기에는 확실히 부족한 숫자가 된다. 하지만, 각 지역의 구강보건사업을 기획하고 지휘하는 지역 구강보건사업의 책임자로서 기능한다면 결코 부족한 숫자가 아닐수도 있다.


 지속적인 구강보건사업과 교육으로 구강질환의 발병을 줄이고, 정기적인 검진으로 구강질환이 진행되기 전에 치과에 내원해서 치료를 받도록 안내하는 것이 치과 공중보건의사의 주요 업무가 돼야 한다. 또한 정책적으로도 검진과 구강건강교육, 예방치료의 수가를 현실화하고 정확한 진단을 위한 행위들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더 이상 국가 정책의 결과를 치과의사들이 책임지게 해서는 안된다. 더 늦기 전에 구강질환의 예방을 위한 국가적인 노력과 치과 공중보건의사의 역할에 대한 정책적인 시각의 변화가 절실하다.

 

김 진 구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

관련기사 PDF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