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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4번째) 그림과 나 (상)

제1544번째


그림과 나 (상)

 

창밖에 싸락눈이 내린다. 입춘이 지나고 내일모레면 구정이 돌아오는데 아직도 겨울날씨는 차갑고 쌀쌀하다. 세월은 정말 빠르다. 뒤돌아보면 엄청나게 먼 길을 돌아와 버린 느낌이다.
저무는 고갯마루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무엇을 하고 살아왔는가. 현실에 질척거리며 따라 오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훌쩍 떠밀려 와 버린것이다.


나는 숨을 쉬고 있는 것인가? 내 심장은 뛰고 있는 것인가? 아직도 나는 향기를 갖고 있는 것인가? 청춘은 나이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가 갖고 있는 마음이라 했다. 희망, 꿈, 용기와 도전정신 이런 것이 있으면 그는 청춘인 것이다. 나이가 10대라하더라도 가슴속에 그런 게 없으면 그는 늙은이인것이다.


나에게는 내 나름의 위안이 있다. 내 인생에서 나와 함께  해온 그림은 내 꿈과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해준 유일한 나의 위안이요, 행복이었다. 나의 어렸을 적 꿈은 화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치과의사란 엉뚱한 길로 들어서서 지금까지 치과의사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살아왔다. 후회는 없다.


화가가 되면 배고플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선택의 길이 달라졌지만 내 가슴속에는 항상 고향을 그리는 마음처럼 그림에 대한 연민, 향수 이런 것을 떨칠 수가 없었다. 우리는 눈앞에 나타난 하나의 풍경이나 현상에 대해서 단순한 느낌을 전달받기만하고 그 이면에 숨어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간과 하는 수가 많다.


눈앞에 보이는 자연은 매우 부정확하고 난립된 것 같지만 부조화의 조화가 있다. 그 무질서속에도 질서가 있는 것이다. 회화라는 것은 사진과는 또 다르다. 물체와 대상간의 어울림말고도 있는 그대로의 구도를 떠나서 화가의 의도대로의 의도적 변화, 색깔과 색깔끼리의 어울림, 그래서 생기는 또 하나의 이미지,… 화가의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이다.


소소밀밀(疎疎密密)이란 말이 있다. 빽빽할 때는 한없이 빽빽하고 여유가 있을 때는 말이 달리는 광야처럼 여유를 두란 말이다. 막힘과 트임의 어울림, 그것이 또한 회화이다. 인간세상의 일도 마찬가지이다. 변화가 없는 생활은 죽은 생활이고, 또 바쁠 때는 한없이 바빠도 여유를 가질 때는 한없이 넉넉함을 가져야 된다는 이야기다. 그림은 테크닉이 아니고 마음의 표현이다. 그래서 작가의 마음이 화폭에 담길 때 감상하는 사람은 작가의 마음을 읽게 마련이다. 그것이 긴 여운을 남기는 깊은 감동으로 전달이 될 때 예술은 위대한 힘을 갖는 것이다. 산행을 할 때 숲, 나무, 바위, 다람쥐, 광활한 하늘, 흐르는 구름, 모두가 위대한 감동이다. 그냥 보이는 그대로 말고 그들 나름의 이야기에 열중하다보면 위대한 변화의 세계에 도달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치과진료로 어느 정도 자립의 기반이 생겼다고 시작했을 때, 지금부터 15년 전 그림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내 가슴속에 흐르는 고향으로의 회귀본능이랄까. 그림에 대한 진한 향수 같은 매력에 다시 끌려 들어간 것이다.


표현방법은 고독한 길이다. 그 첫째 표현자체가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그림을 시작할 때 많은 동료가 같이 그림공부를 시작했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업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이 선망하는 좋은 취미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두 사람씩 떨어져 나갔다. 마음먹은 대로 표현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손에 명령하나 손은 마음대로 따라 주질 않는다. 그러나 부단한 노력은 성취하는데 시간차가 있을지는 모르나 결국 불가능을 극복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유 태 영
서울 유태영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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