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상상(想像)
박 선 재
미술관치과의원 원장
가끔 난 길을 걸을때 산을 오를때 무심히 떨어진 나뭇가지와 나뭇잎에서 새로운 모양을 발견하곤 한다.
강변을 거닐때 눈에 띄는 돌맹이에서 예쁜 여인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길에 떨어진 철사조각에서 성화(聖火)모양을 발견하곤 즐거워 하기도 한다.
한번은 가족모임으로 임진강가를 간 적이 있다.
눈에 띄는 예쁜 돌이 있어 처음 장가든 조카사위에게 즐겁게 내밀었다. 헌데 조카사위는 이 예쁜돌을 슬며시 땅에 버리는 것이 아닌가 내가 예쁘다고 준 물건을 바로 버리다니….
내심 섭섭해 했지만 이렇듯 모든 물건은 나에겐 보물이요,남에겐 한낫 돌맹이일 뿐이다.
가끔 오르던 대모산에서 난 곧잘 무얼 주워온다.
벌레구멍 숭숭난 낙엽, 쭉정이 밤.
아내는 이런 날보고 왜 하필이면 알밤도 아니고 쭉정이밤이냐고 빈정대지만 난 이런 사물에 새로운 모양을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왜냐고? 그냥 즐거우니까….
애지중지한던 많은 물건들을 두고 떠나시던 장모님 생각이 난다.
평생 아까워 잘 입으시지 않던 옷들, 잘 닦아두고 쓰시지 않던 그릇들… 결국 그 아끼시던 옷들이 간병 아줌마 손에 넘어가지 않는가?
소중했던 것들이 돌아가신 후에는 남에게는 아무것도 소중하지 않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나에겐 소중한 것이, 남에겐 쓰레기일 뿐이란 것을….
아내가 장모님 물건들을 처리하는데 너무 힘들어 하는 것 을 봤기 때문이다.
내가 보는 사물과 남이 보는 사물은 이렇듯 엄청 다르다.
다시 나의 경우를 얘기해 보자.
조그만 나의 방, 난 길에서 주운 철사 조각, 강가에서 주은 돌맹이, 선릉 거닐다가 나무에서 발견한 매미껍질 뿐만아니라 손때묻은 어버지 영어사전, 할머님이 창호지, 뜯어 만드신 바가지, 세상에 내놓아 아무 가치 없는 물건들로 가득하다.
나에겐 다 사연있고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내 방은 바로 고물상점 같은 곳이다. 내가 버리는 물건이 남에겐 또 필요한 물건이 되기도 하는 곳.
남이 버린 물건이 나에겐 보물이 되는 곳.
어느날 문득 난 바나나를 벗기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껍질을 양쪽으로 벗기니 새 모양이다.
노란 알맹이가 몸통이 되고 꼭지는 머리가 되고 두 눈이 보인다. 난 이걸 들고 또 상상의 나래를 편다.
이 새를 날려보내자.
부리에 쌀을 가극 담고 멀리 날려보내는거다.
마치 산까치가 입에 도토리를 잔뜩 물고 날아다니듯이….
멀리 있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거다.
멀리 멀리 날려보낸다
가득가득 싣고 날려보낸다
내 몸도 붕~뜨는것 같다.
새처럼 가볍게~~ 행복한 마음으로~~
나를 반기는 그네들의 환하게 웃는 얼굴을 생각하면서…
난 이 새가 영원히 죽지 않는 새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내 자손들이 영원히 사랑을 펼 수 있는 그런 새로 말이다.
이렇듯 상상(想像)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