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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5번째) 선배님, 어떤 인생을 살아가는 치의가 돼야 합니까?

 선배님, 어떤 인생을 살아가는 치의가 돼야 합니까?

 

 여기 두 개의 사진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진이 바로된 또는 제대로 된 사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후지산 연못에 비친 반영을 찍은 것인데 위 아래를 바꾸어도 보는 시각에 따라서 각각의 사진이 되는 그런 구도입니다.


이 사진을 어떻게 보는 것이 맞는가? 에 대한 질문처럼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에 대한 질문에 딱 정해진 답이 없다는 걸 느끼고 살아갑니다.
제가 공보의때부터 시간나면 선배님들 치과를 찾아가 observation하며 점심 저녁도 얻어먹고 치과 이야기는 물론 인생에 대해서도 선배님들께 항상 조언을 구하며 해결책을 얻기도 했습니다.


연수회에서 알게된 원장님의 살아가시는 스타일이 아주 쿨하시고 본받고 싶어 그 분을 알고자 부산사는 제가 천안까지 병원 구경겸 원장님 뵈러 간적도 있을만큼 여러 선배님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느끼고 배우는 걸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항상 인생 선배님들로 그분들은 저에게 많은 걸 일깨워주시기도 하고 많은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하십니다.


매번 느끼는 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생태계 종의 다양성 만큼이나 무척이나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치과의사로서의 인생으로 국한했을때 생각보다 많은 원장님들이 치과가 잘되면 소위 성공한 병원이고 성공한 원장이고 금전적으로도 넉넉한 것이 성공한 치과의사이고 그렇게 사는 인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꼭 성공한 인생을 살아야한다는 게 아쉬운 점이기도 하지만 개개인의 가치는 다양하므로 그것 또한 뭐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선배님들께 그럼 어떻게 하면 성공한 치과의사가 됩니까? 하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각양각색입니다. 친철해야해! 실력이 우선 갖춰져야해!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해! 직원 관리를 확실히 해야해! 환자의 요구를 다 들어줘야해! 환자에게 끌려가지말고 원장 뜻대로 밀고 나가야해! 자기 외모에 신경 써야해! 설명을 최대한 많이 해줘야해! 진료할 때 말많이 하지말고 묵묵히 조용히 진료만 해야해! 치과 자리를 잘 잡아야해! 원장 성격이 제일 중요해! 배포가 있어야해! 다 자기 타고난 그릇이 있어! 그러니 니가 노력한다고 되는게 아니야! 등등.


정말 상반되면서도 다양한 답이 있습니다. 그래도 그 분들이 한 말씀이 전부다 옳은 말씀입니다.
제가 아는 모 원장님은 환자에게 불친절하고 윽박지르고 심지어는 환자 앞에서 observation하는 제 머리도 때리시고 직원들을 항상 호통치시기도 합니다. 그럼 환자가 없는 치과일까요? 아닙니다. 잘하기로 소문난 치과입니다. 항상 붐비죠.


또 모 원장님은 옆에서 듣고 있으면 어찌나 사근사근 한지 제가 막 치료 받고 싶을정도로 말씀도 잘하시고 엄청 친절하시고 직원들한테도 매너있게 행동하시고 그럽니다. 이 치과는 어떨까요? 이 치과도 잘 됩니다. 또 어떤 원장님은 실력이 뛰어난 편은 아닌데도 환자들은 최고의 실력자로 알고 찾아와서 잘 됩니다.


또 다른 원장님은 제가 볼 때 임상포럼에 자랑하셔도 될만한 탄탄한 실력을 갖추셨는데도 불구하고 환자가 없어 경영난에 시달리시는 분도 있습니다.
 소위 ‘대박 치과’라고 소문난 원장님들은 자기 치과가 잘되는 이유를 대부분 잘 알고 계십니다. 자리가 좋기 때문에 내 실력이 뛰어나서, 친절해서, 직원관리를 잘해서, 원리원칙을 지켜서, 항상 착하게 살아서, 항상 환자 편에서 생각해서 등등.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무뚝뚝한 스타일로 진료하는 원장님은 말이 많으면 치과가 잘되기 어렵다고 생각하시며 환자에게 정말 친절한 스타일로 진료하시는 원장님은 환자에게 불친절 하면 그 병원은 잘되기 어렵다고 생각하시며 실력이 출중하신 원장님은 실력이 떨어지는 치과는 절대로 대박 치과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하시더군요.


그 말은 즉, 자기가 이런 스타일로 잘되고 있기 때문에 나와 다른 스타일, 특히 나와 상반된 스타일로 한다면 잘되기 어렵다라는 사고를 가지고 계신거죠.
본인이 경험해왔고 그 경험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었기에 그 경험 이외의 다른 경험으로는 내가 만든 결과물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사고하시는 거죠.
논리학에서 이것도 오류겠죠?


분명 불친절해도 실력이 부족해도 자리가 안 좋아도 원리원칙을 꼭 안 지켜도 직원관리가 허술해도 잘되는 치과가 있거든요.
여러 병원을 보고 여러 선배님들과 얘기해 본 결론은 원장님의 인생 스타일대로 그 병원을 이끌 수 있는 치과가 잘되는 치과인 것 같았습니다. 인생에 답이 없는 것처럼 잘되는 치과가 되기 위한 답도 없는거죠.


친한 선배님께서 세상엔 세 종류의 병원이 있다고 하더군요.
환자에게 좋은 병원, 원장에게 좋은 병원, 환자·원장 둘다에게 좋은 병원. 제 주위에 존경받는 선배님들을 보면 환자에게 좋은 병원 또는 둘다에게 좋은 병원입니다. 두 마리 다 잡기는 정말 힘든 것 같아도 가능한 일인건 분명합니다.
저도 앞으로 개원할건데 존경하는 선배님처럼 환자에게 또는 둘다에게 좋은 병원을 만들고 싶네요.


다시 인생 얘기로 돌아와서 제가 본 선배님들 연령이 주로 30대 40대라서 그런지 성공에 관심이 많으셨고 그래서 그런지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좋다고 보는 분이 많았습니다.
성공한다는 건 상당히 주관적인 개념이므로 결국은 행복과 마찬가지로 자기 만족일겁니다.
바람직한 인생은 어떻게 살아가는 겁니까? 라고 선배님들께 묻는다는 것 자체가 우문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보편적인 가치관만 지키면서 자기가 가진 스타일대로 물이 흐르듯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 것 같습니다.
공보의 생활을 섬에서도 해보고 최근 4년동안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굉장히 심도깊게 생각을 해봐도 명쾌한 답안이 안 나오지만 그래도 대충 윤곽은 잡힌 느낌입니다. 윤곽이라도 잡힌 느낌이 들어 제가 인생을 상당히 많이 알게 된것 같아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이게 다 인생 선배님들 덕분입니다.
이 지면을 빌어 항상 제 정신적 멘토이신 유종환 선배님, 박태근 원장님과 존경하는 동인고등학교 동문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박종환
울산 치과의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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