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58번째
‘덴타폰’ 30주년 공연을 자축하며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었을 법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흠모하는 대상이라고나 할까.
각 치과대학에도 하나쯤은 결성이 되어있고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는 그룹들이 많은 걸로 안다.
덴타폰! 부산치대생과 졸업한 치과의사들로만 구성된 동아리!
치과 신문에 치과의사들로 구성된 밴드가 있다고 한번씩 기사거리로 나온다. 하지만 여기 우리 덴타폰은 별난 사람들이 좀 더 많이 구성되어 있어서 소개를 드리고자 한다. 덴타폰이 창단된 것은 81학번 선배들의 의기투합으로 이뤄졌다. 창단된 후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애착을 가진 멤버들의 노력으로 명맥이 유지되고 발전해 왔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30년의 세월을 더해오는 동안 회원수도 120명을 넘어서고 현재 연주하고 활동하는 졸업생들만 50여명에 이른다.
2000년에 20주년 기념 공연을 계기로 졸업생 팀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그 이후로부터 매년 2회 봄, 가을로 꾸준히 오비 밴드들만의 공연을 해오고 있다.
2001년에 전용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연습해오다 재작년에 한층 업그레이드 된 스튜디오로 리모델링해서 우리만의 보금자리를 꾸몄다. 사실 세월의 경과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 싶다. 그동안 많은 회원들이 이토록 오랜 세월을 같이 부대껴 오면서 아직도 덴타폰이란 구심점 아래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대견스러울 뿐이다.
덴타폰에는 학부생과는 별개로 졸업생들로 구성된 8개의 오비팀들이 있다. 주로 개업의나 졸업한 치과의사를 주축으로 비슷한 기수였거나 잘 어울려 다니던 멤버끼리 각기 다른 이름의 팀을 결성해서 학생때의 추억과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공유하고 있다.
이번에 30주년 공연을 하는 팀을 살펴보면 ‘R.O.V"는 1.2 기 선배님들이 주축이 되어서 결성된 팀으로 당연히 최고령 밴드팀이고 우리 덴타폰의 모태 밴드이자 정신적 지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뱀파이어"는 3기가 주축이 되서 만들어진 팀이고 ‘REST" 는 4, 5, 6, 7, 10기 멤버가 주축이 되서 결성된 팀으로 최다의 멤버수(10명)를 자랑하며 중간 보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 이하로 장전동밴드, 이카루스, 20세기소년, TIM, 공보의 밴드 등의 팀이 있으나 지면 관계상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실력이야 언더그라운드 밴드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자기 팀별 나름대로의 색깔을 가지고 연주를 하고 있다. 앞으로 세월이 흐르면 더 많은 오비 밴드가 생길 것이고 치과전문대학원이 되면서 치과생들이 전국에서 모이다 보니 타 지역에도 지부가 생기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도 하게 된다. 치전원으로 학제가 바뀌면서 밴드동아리가 고사되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지만 졸업한 선배들의 왕성한 활동에 자극을 받아서 그런지 오히려 더 많은 멤버가 지원을 해 와서 자부심이 느껴지는 반면 한편으로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특히 지금 치전원생들은 한 학년 당 인원을 초과해서 모였고, 현재 2학년은 너무 많이 지원(11명)을 해서 두 팀을 꾸리는 실정에 이르렀다. 사실 치과의사란 직업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지만 밴드라는 탈출구로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어서 우리 멤버들 모두는 연습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연주 후에 이어지는, 연습시간보다 더 긴 술자리 회식. 우리팀(REST) 같은 경우 연주보다는 잿밥(술자리?)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이런 것도 밴드의 일상이라, 모임의 중요한 부분이라고나 할까.
밴드가 주는 연주의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마음 맞는 사람끼리 같은 추억을 공유하면서 함께 늙어간다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지 싶다.
“미친 짓도 거들면 낫다? " 뭔가에 하나 미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같이 할 수 있는 멤버가 있다는 것도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동년배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젊은 후배들과 함께하며 같이 호흡할 수 있어서 맘은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덤이라고나 할까.
요즘은 소원했던 회원들도 이런 향수를 느끼고 싶은 지 하나둘씩 다시 나타나는 일이 생겨서 마음이 즐겁기도 하다. 다음 공연에는 어떤 곡을 어떻게 연주하지… 의상은 어떤 것을 입을까… 이런 행복한 고민 속에 벌써부터 30주년 행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맘이 설렌다.
송현수
부산 미치과의원 원장
추신: 8월 14일 6시 부산 MBC 아트홀에서 30주년 공연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