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6번째
병무 전선 이상무!
천안함 사건으로 국내외가 시끄러웠다. 46명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많은 국민들이 같이 슬퍼하며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함께 조속한 후속 조치를 요구하였다. 북한이 배후에 있다는 조사 결과로 한반도는 다시 냉전의 중심에 서게 되었고, 최전방에 서 있는 장병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지금 이 시점을 더욱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입대를 기다리고 있는 청년들이다. 북한의 위협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천암함 같은 참사가 자신에게도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는 걱정으로 입대를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군대에 간다는 것은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는 발전이 없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현실에서, 천암함 사건은 청년들의 군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군대에 자진 입대하여 국방의 의무를 다하려는 이들이 있다. 나는 레지던트를 마치고 2010년 3월 징병전담의사로 분류되어 논산 훈련소에서 군사훈련을 받았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지루한 군사 훈련과 훈련소 시설의 불평을 일삼는 나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소아마비로 인하여 한쪽 발이 불편하고, 온 몸을 괴롭히는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불편을 겪는 한 젊은 친구가 보충역으로 군사훈련을 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원래는 소아마비로 5급 군대면제이지만, 본인이 자진 입대하여 현역병은 아니더라도 보충역 공익요원으로서 본인의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훈련소 입소를 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인도 힘든 행군과 유격훈련을 견딜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 친구는 훈련을 쉽게 받아보려는 얄팍한 잔꾀를 쓰는 우리보다 더욱 성실하게 모든 훈련을 끝마쳤다.
군사 훈련을 마치고 필자는 병무청에서 수검자를 검사하면서도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외국 국적을 포기하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이들은 병역의 의무를 마침으로써 대한민국의 남아로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전혀 불편이 없는데도 어떻게 해서든지 신체적인 문제를 만들어 군대를 회피하려는 이들과 그와는 반대로 몸은 불편하지만 정상인과 같이 군대를 입대하여 국민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으려는 이들이 같은 사회에 공존하는 아이러닉한 상황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존재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군대를 면탈하려는 사람들을 비판하지만, 막상 자신의 자식은 군대에 보내기 싫어서 많은 방법을 동원하는 이중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군대에서 군인으로 죽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사회 속에서는 군인의 명예와 권위가 존재하기 힘들고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국가의 안보는 국민들의 신뢰와 자발적인 참여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스라엘과 같은 나라는 항상 인접 중동 국가들과 마찰이 있어 왔고, 현재도 국가 안보의 위협 속에서 국민들이 살고 있지만,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강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국가적 위기 때마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의 자발적인 군대 입대와 경제적 지원이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의 심각성은 이번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더욱 분명해졌지만 아직 희망적인 것은 젊은이들의 국방의 의무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가 걱정과는 달리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안보의식의 고취와 국방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과거에 비해 견고해진 것도 안심할 만한 점이다.
오늘도 내 앞에는 빛나는 눈과 굳게 다문 입술로 많은 젊은이들이 줄 서 있다. 각자의 미래에 대한 꿈과 야망을 가지고 있을 이 젊은이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느끼며 찬사를 보낸다.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내 앞에 설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그들은 이 땅의 아들들이며 모두가 피 끓는 청춘을 결코 낭비하지 않을 것 임을. 그리고 조국은 절대로 나라를 지켜온 청춘들을 잊은 적이 없었고 결코 잊지 않을 것임을.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오늘도 외친다. 그대들의 청춘에 이상무!
이용권
서울치대·대학원 졸업
전남지방병무청 징병전담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