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종단 537㎞ 대회를 마치며
7월 11일(일) 오전 6시부터 16일(금)오후 1시까지 127시간의 제한시간 내 부산태종대에서 대구, 문경새재, 괴산, 이천, 서울역, 임진각까지의 코스를 완주해야 하는 2010년 대한민국종단 537km 대회에 참가했다. 2년 전 대회 때는 412km 지점에서 발바닥 물집으로 인한 부상으로 중도기권 한 기억이 있어 약간의 부담은 있었지만 많은 준비를 했기에 내 자신을 믿고 다시 도전했다. 꾸준히 훈련을 해 왔고 6주전에 태화강 100km와 3주 전의 5산종주를 마지막으로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태종대로 향했다. 내내 억수같은 비가 쏟아졌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84명의 선수들이 빗속을 뚫고 임진각을 향하여 힘차게 출발했다. 중반까진 무리하지 않기로 했고 비가 오지만 자주 발을 닦아주며 바세린과 테이핑도 교환해주고 양말도 갈아 신으며 레이스를 펼쳤다. 나중에 돌이켜 보니 발에 투자한 시간이 꽤 컸지만 대회 끝까지 물집이 안 생겨서 편한 후반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약 20km 가량의 부산시내를 통과한 후 낙동강을 따라 달려 25번국도의 직선화도로를 지나고 한참을 가니 반가운 100km cp인 상동역. 옷과 신발을 갈아 신고 국밥을 먹고 바로 다시 출발했다. 계속 이어지는 25번국도를 타고 경상북도에 접어들었다. 비는 그쳤고 가끔씩은 시원하다. 대구의 무열대(군부대)근처에 있는 150cp에서 준 컵라면을 먹고 다시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발에 신경을 쓴다. 4번국도의 지루한 약 17km의 직선화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차들이 빨리 달리는 구간이라 정신을 집중하고 달려야 했다. 중간에 만난 선수들과 같이 삼겹살에 공기를 비운다. 달리는 중간중간에 먹는 밥맛은 꿀맛이다.
구미시내에 접어들어 반가운 200km cp에 도착했다. 시각은 23시58분(제한 02시). 같이 뛰는 일행의 물집으로 인한 상처가 꽤 크다. 물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장거리에서의 물집은 화농성으로 이어지고 달리는 자세를 흩트려놔서 관절부위나 근육통이 오게 하고, 이렇게 달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휴식시간이 부족하게 돼서 결국 실패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시골집 마당의 지하수로 발을 자주 식히며 25번국도를 따가운 햇볕을 맞으며 한 참을 달린 후 250cp근처에서 매운 낚지볶음 식사를 하니 다시 힘이 났다.
문경새재의 어둡고 긴 길을 혼자 달리다 길을 잃어 알바(정해진 일이외의 추가로 하는 일-더 뛰었다는 말)를 한 시간 하면서 마음이 급해 속도를 내서 뛰었더니 힘이 다 빠졌다. 알바하면서 힘을 쓴 게 긴장이 어느 정도 풀리면서 힘이 많이 들고 잠도 쏟아졌다. 지금까지 거의 10여분 잔 게 다지만 이제부턴 더 많은 시간을 자야한다. 이러한 장거리 마라톤에서 자는 시간은 양보단 질이 훨씬 중요하고 약 20~30분만 자도 몸이 가볍다. 우여곡절 끝에 300km cp에 제한시간 50분을 남겨놓고 들어갔다. 닭죽으로 배를 채우고 눈을 부쳤다.
400cp까지는 약 7km의 오르막 구간을 졸면서 걸었다. 제1,2,3관문을 통과해서 정상까지 가는데 두 번씩이나 자면서 겨우 올라갔고, 정상부터 내리막은 계속 뛰었는데 ‘여행이요, 소풍이다’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달렸다. 많은 선수의 기권소식이 들려왔다. 시골길의 묵밥집에 들러 양도 많고 맛있는 밥을 먹고 나니 배가 많이 불러 천천히 걸었다. 뜨거운 햇볕을 받으면서도 발을 자주 식혀주는 것만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정말 지겹고 힘들지만 제한시간 때문에 계속 달리다 걷다를 반복한다.
신천3거리에서 좌회전해야 하는데 졸면서 걷다가 1500m를 더 가서 정신 차린 후 다시 돌아오는 두 번째 알바로 약 1시간정도 헛걸음을 했더니 맥이 탁 풀린다. 3번 국도에 접어들자마자 엄청나게 비가 내려 발을 돌 볼 겨를이 없어서 그냥 신발만 자주 벗었다. 겨우 50분 남기고 400cp에 도착하여 20분을 자고 4,5명이 함께 달리니 차들로부터도 안전하고 마음도 편하다.
아~ 이번엔 소머리국밥! 뚝딱 해치우고 5명이 20분간 자기로 하고 누웠는데 모두 1분도 안되어 다 코를 골았다고 한다. ‘나도 이젠 잘 자는구나. 기특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겨운 3번 국도를 벗어나 하남 450cp에 여유있게 도착했다. 지금까진 전화나 문자를 힘들어서 받지 않았지만 이젠 여유가 생겨서 받기 시작했다. 서울초입에서 추어탕을 먹고 천호대교까지 뛰어 한강자전거도로를 타고 잠수교를 향한다. 틈틈이 발을 손보면서 가느라 시간이 걸리지만 이 순간 멀쩡한게 그 수고덕분이라 생각하니 아깝질 않다. 많은 파이팅을 받으며 속도를 조금씩 올리기로 하고 서울역을 거쳐 500cp까지 뛰다 걷다를 반복했다. 500cp(504km지점)에 새벽 3시 13분에 골인(제한시간 06시). 여유가 있어서 40분의 달콤한 잠을 청한다. 일어나보니 많은 선수가 잠을 안자고 그냥 출발한 것 같았다. 시간은 충분했고 몸도 가벼웠지만 부은 오른 발목이 신경쓰였다. 남은 거리는 약 29km정도여서 속도를 냈고 걷거나 정류장에서 졸거나 하는 분들을 제치고 열심히 달려 10여명을 추월했고 3번째 알바를 30분하며 해메다가 정신차려 다시 뛰는데 그 때의 망원렌즈로 찍은 달리는 내 모습이 중앙일보에 실리는 기쁨도 함께 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 드디어 임진각 망배단앞으로 골인(532.8km), 부산태종대를 출발한지 5일하고 2시간 32분. 시간으로는 122시간 32분. 84명중 43명 완주에 나는 18번째로 무사히 결승점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나서 축하막걸리를 마셨더니 긴장이 풀렸다. 전반에 오버 안하고 체력을 아껴 후반에 잘 뛸 수 있었던 것 같다. 문경새재에서 가장 힘이 들었고 고비를 넘기니 즐거운 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준비하면 못 이룰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원봉사를 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 전하며 부상없이 완주해서 기쁘지만 중간에 접은 동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12년 전 맨 처음 1km도 못 뛰었지만 조금씩 늘려갔고 10km,하프, 마라톤 완주까지 하게 됐다.
많은 치과인 가족들이 오는 10월 3일 구강암환우돕기마라톤에 관심을 가져 건강도 보람도 같이 느꼈으면 한다. 저 또한 풀코스에 참가해서 뜻 깊은 개천절을 지내려 한다.
마지막으로 튼튼하게 이 세상 만나게 해 준 아버지와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어머니, 많은 응원을 보내준 사랑스런 아내와 너구리, 유리공주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
김영진
서울 마장 현대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