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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7번째) 행복이 무엇인가? (상)

제1577번

행복이 무엇인가? (상)


한 줄기 여름 소나기가 지나가더니 화단에 풀어진 녹색 나뭇잎들이 한결 더 푸르고 싱싱하다. 대자연의 위대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꽃잎마다 품어내는 여린 얼굴들은 어떻게 저렇게 고운 빛깔을 내는 것일까?


가만히 다가가 꽃잎을 만져본다. 어디나 꽃잎은 같은 색깔인데, 멀찌감치서 보면 색깔이 다 다르다. 노랑, 연록, 초록, 에메랄드빛, 정말 아름답게 보인다. 저 하늘에서 비치는 태양의 위대한 힘인 것이다. 인상파 화가들이 자연을 노래하는 신비의 합창인 것이다.


내 진료실 한모퉁이에 3~4평 남짓한 화단이 있다. 내가 치과의사가 되기 전, 진료실 옆에 녹색의 공간을 갖고자 함은 나의 꿈이었다. 바람과 비와 태양이 비치는 대지 위의 공간이다. 남천, 공작단풍, 관음죽 등의 나무들과, 장미, 제라늄, 연꽃, 달맞이꽃 등의 여러 가지 꽃이 있다. 크고 작은 화분, 절구통, 갓등, 돌함지박, 항아리, 단지 등의 여러 가지 모양의 분재가 있다. 주먹보다 더 작은 앙증맞은 화분에서 자라는 룬델리, 디스커디아가 날마다 나한테 인사를 한다. 실내 조경사가 관리해 준다.


내가 갖고 있는 이 녹색공간은 나에게 위안, 휴식 그리고 신선한 에너지를 준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내 가슴은 설렘이 있다. 풋풋하고 싱싱한 아침이슬이 있음직한 나무와 꽃들과의 대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햇빛을 보면 꽃잎이 활짝 피고 해가 떨어지면 오므리고 잠을 잔다는 수련은, 내가 출근하면 활짝 웃고 나를 반긴다. 그래서 水蓮이 아니고 睡蓮인가 보다.


나는 이렇게 나무와 꽃들과의 대화를 하고 나면 하루의 출발이 산뜻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잠깐 머물러 쉬거나 피곤할 때 그냥 내 방에 앉아 그들을 바라만보아도 행복한 마음이다.


행복, 그것이 무엇인가?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를 행복이라고 한다.


사전적 의미다. 욕구와 욕망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그리는 상태, 불안으로부터 해방, 목표달성에 대한 성취감 등 만족과 기쁨은 도처에 있는 것이다. 희망과 기대가 없는 사람에게도 행복은 있는 것일까?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거지에게도 양지바른 담벼락에 앉아 포만감을 느끼며 먼 하늘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걱정 없이 앉아 있음이 행복이 아니랄 수 있을까?


기대와 욕망이 크면, 집착이 크면 그만큼 만족하기 또한 어려울 것이다.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나 애절함이 많다 보면 스트레스로 남아 있게 마련인 것이다. 스트레스 그것이 문제다.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일관된 질서의 연속이나 똑같은 생활의 반복 또한 스트레스를 만든다.


이번 여름 일주일 휴가를 가졌다. 지금부터 30년 전, 개업 초년병 시절 경주로 휴가를 갔었다. 어느 식당에서 선배 한 분을 만났다. 나는 겨우 3일 휴가를 냈는데 그 선배님은 일주일 휴가라고 해서 나는 언제쯤 저렇게 여유롭게 휴가를 할 수 있나 하고 무척 부러워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때 부러움은 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나온 것일 뿐, 그 실체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금년 휴가 일주일이 너무 길었다. 쉬는 날이 많아서가 아니고 할 일 없이 놀기만 한다는 것이 정말 지루하고 피곤한 일이었다. 내 나이 60대 중반을 넘어서 정년퇴직이 없는 전문직이라 직장에서 물러나서 노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나도 직업에서 해방되어 마음껏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 자유인을 그리워했던 것이다. 그러면 지금 당장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친구도 있지만 눈앞에 돈벌이가 있는데 그만 두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여름휴가 일주일이 정말 길고 긴 시간이었다. 마누라하고 함께 하는 여행이었지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TV를 보다 잠을 자고, 또 자고 개운한 기분이 없다. 곱창에 곱이 끼는 것처럼 온몸이 찌뿌둥하고 탄력이 없다. 직장을 갖고 자기일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좋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유태영 (유태영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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