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6번째
더딘 삶을 살지라도…
저희 첫째를 보면 저의 어린시절을 보는 것 같습니다.
종종 멍한 표정을 지어서 힘이 빠져있고 해서 어떤 당근을 내밀어도 절대로 달리지 않는 말과 같은 아이…
상을 주겠노라고 제시하면 항상 관심없다는 투로 자기 세상에 빠져있는 아이입니다. 덕분에 아내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선생님으로부터 “이것 저것이 부족합니다. 많이요…"라는 말을 들었고 주위 어머니들로 부터 너무 많은 훈수를 듣다보니 어머니들 모임에는 안나가게 됩니다.
‘누구는 가르치고 싶지 않아서 안 가르치나…"
저도 그랬습니다.
고등학교때까지 들은 이야기는 뚝심이 없다, 애살이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저도 걱정을 했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사회에 나와서도 애살이 없는 것은 여전했습니다.
그러니 집중적으로 해서 이루어놓은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해서 많이 자학도 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저에게 이야기하신 것은 “즐겁게 공부하라"는 말이었습니다.
남들은 금새 다 공부하고 다 끝내서 두번 세번 보고 있는데 집중력이 떨어지다 보니 한번 보다가 다른 것 하고 있고 그러다 다시 진도나가는가 싶으면 또 삼천포로 빠지는 자신을 보곤 합니다.
그래서 졸업하고 오랜 시간동안 싱글크라운 치아삭제도 잘 못해서 쩔쩔 맸습니다.
상당히 오래동안… 어찌나 손에 힘을 주었는지 어떻게 하다보면 영 엉뚱한 모양으로 삭제된 치아를 보고 깜짝놀라기도 하고 그것도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다음에 힘을 빼다보면 핸드피스를 놓쳐버리고….
연습은 하지 않으면서 남들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여러번 사랑니를 발치하다 못빼고 덮거나 원장님께 리퍼를 했습니다.
역시 피보는 일은 저에게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페이를 돌게 되었고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그때 연습이라도 열심히 했으면 빨리 늘었을텐데 그런 열심도 없었습니다.
올해 나이 42이 되어서도 못하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종종 예전에 못했던 것을 도전합니다.
어제는 상악대구치의 매복치의 발치에 도전했습니다.
예전에 비슷한 케이스의 환자를 발치하다 덮은 적이 있습니다. 어제도 헛다리 집다 겨우 1시간 만에 뽑았습니다.
42살의 나이로 발치하고 이렇게 좋아할 사람은 또 없을 겁니다.
그리고 상악동에 들어가있는 골유착된 견치를 발치하여 최근에 발치한 제1대구치 자리에 자가치아 이식하였습니다.
치료계획에 무리가 있었고 발치시에 처음이로 이렇게 긴 견치뿌리 양끝단은 결국 협측에 위치할 수 밖에 없겠다는 것을 엉뚱한 곳을 헤집다가 깨달았습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하나씩 배워가고 알아가는 즐거움이 크다는 것을 느낍니다.
의욕도 없고 열심도 아니고 거기다 손도 느리고 계산도 느리고….
주위의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들과는 확연한 자신의 모습에 그래도 적응을 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낌니다.
거디다 즐기기도 하니… 정말 고맙고 감사할 일입니다.
김성수
부산 희망을 주는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