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꼭 해볼만한 일
젊어서 꼭 해볼만한 일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한반도를 뒤엎은 뜨거웠던 다음해인 2003년도 예과 2학년 때의 일이다. 아직 예과생의 낭만에 젖어 뭔가 열정적이고, 자신이 열정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피 끓는 22살의 나는 방학이 되자 어김없이 귀동정 눈동정을 하며 계획을 잡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친한 친구에게 들어온 전화 한 통, “너 국토대장정 가볼래?” TV CF에서만 보던 국토대장정이라 딱히 대안도 없었고 이거야 말로 젊었을 때 아니고는 못한다는 생각 하에 친구와 함께 국토대장정을 신청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박카스 국토대장정 말고도 작은 단체에서 주최하는 여러 프로그램이 있어서 쉽게 신청이 가능했다. 21박에 20만원이 회비였다. 하루에 만원도 채 안 드는 일정이었다. 방학 때 집에서 쉬고 놀았으면 훨씬 많은 돈을 썼으리라 생각하여 돈도 절약하고 살도 빼고 일석이조라고 생각하며 뿌듯해 했다.
출발지는 경남 진주였다. 조 편성을 하여 진행하는 것이라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인사하며 앞으로의 여정을 기약하였다. 계산해보니 하루에 약 20km를 걷는 말 그대로 대장정이었고, 아침 9시에 출발하여 오후 5시까지, 1시간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걷는 일정이었다. 그리고 점심을 제외한 식사는 식재료를 배급받아서 조별로 조리하고 이동시마다 텐트를 치면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3끼 식사를 제외한 간식 및 개별 식품 구매도 제한하기로 약속했다. 정말 배불리 먹고 편한 집을 놔두고 이 생고생을 왜 하나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첫날이 밝아왔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작했다. 말이 그렇지 8시간 동안 걷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하루 이틀밖에 안 지났는데 카운트다운을 시작하였고, 속속 이탈자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걸으면서 그동안 심도 있게 생각해보지 못한 여러 고민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조원들과 속 깊은 얘기도 하며 친해지게 되고, 게임도 하게 되고 그리 지루하지는 않았다. 동고동락을 같이 하는 사이가 되다 보니 그 중에는 핑크빛 관계로 발전하는 사람도 생겨났으며, 밤에는 노래와 게임도 하며 서로의 마음도 알아가는, 허물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로 발전해갔다.
경상도에서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서울, 경기도로 계속 북진해가며 어느 순간에 정말 카운트다운을 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 왔다. 우리는 정말 매일 24시간동안 붙어 있다보니, 헤어지는 순간에는 정말 아쉬워서 서로 붙잡고 우는 상황도 연출되었으며, 다시 한번 해보자는 지키질 못할 약속을 하고 대장정을 마무리 하였다.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우리나라 곳곳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고, 정말 안 해도 되는 고생이라면 고생까지 하게 되었다. 원래 목표였던 살은 별로 안 빠지고 다리가 두꺼워지는 부작용도 있었으며, 살은 까맣게 탔지만, 지금까지 국토대장정을 했다는 사실이 두고두고 자랑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치과대학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물론 학기 중에 힘들어서 방학 때는 집에서 푹 쉬며 보내는 것도 좋은 생각이지만, 젊을 때 아니고는 못할 국토대장정을 추천하고 싶다. 걸으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인내심을 키우고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면 우리나라 이곳저곳을 밟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윤준용
서울시립보라매병원 치과 레지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