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 즐겁습니다
지난 10월 3일에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앞을 출발하여 한강변을 따라서 달리는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주관하는 스마일 마라톤 대회가 있었다. 21km를 달리는 하프마라톤에 참가하여 힘들게 달리는데도 즐겁다. 원래 필자가 철인3종을 1999년부터 해왔으니, 남들은 운동에 미친 사람이라 달리면서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강변의 바람을 가르며 달리니 기분이 좋고 달리기 운동으로 나이 들어 병원에 낼 돈을 절약한다는 생각에 더 가슴이 뿌듯하고 행복해진다.
당연한 얘기지만, 달리기를 하면 달리는데 필요한 근육이 튼튼해진다. 근육이 튼튼해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근육이 튼튼해진다는 말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근육이 튼튼해진다는 것은 근육의 크기가 증가한다는 말이다. 근육을 구성하는 근 세포 하나하나의 크기가 커진다는 것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어 근육을 감싸고 있는 피하지방은 얇아지고, 근육은 크기가 커지므로, 커진 근육을 덮고 있는 덮개도 얇아져서 안에 있는 커진 근육이 잘 드러나 보이므로 멋진 다리 알통이 나오게 된다. 나이가 들었거나 승용차를 타고 걷기도 잘 안하는 사람들을 사우나에서 보면 배는 나오고 넓적다리와 종아리 근육이 가느다란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헬스클럽에 다녀서 상체 가슴 근육과 팔의 알통이 나온 사람들도 넓적다리 근육이 빈약한 사람이 가끔 있다.
지금 다리를 얘기하지만, 요즈음에 말하는 멋진 근육질 몸짱은 우선 툭 튀어나온 가슴, 팔의 알통, 식스팩 복근이 우선이고 넓적다리와 종아리 근육의 발달은 조금 외면당하고 있다.
운동으로 근육이 튼튼해지는 과정에 대하여 조금 더 알아보자. 우리 몸이 움직이려면 즉 운동을 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가 먹는 탄수화물, 지방은 모두 에너지원이 될 수 있으나, 직접 몸을 움직이는데 쓸 수는 없고, 분해되어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속에 들어가서 ATP(Adenosine Triphoshate)로 만들어져야 한다. 생물 교과서에는 편의상 한 개의 세포에 한 개의 미토콘드리아를 그려 넣는 경우가 많지만 한 개의 세포에는 여러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다. 꾸준히 운동하면 운동에 필요한 ATP의 소요량이 많아지는데 우리 몸은 미토콘드리아 수를 증가시키면서 변화된 환경(수요)에 적응한다. 즉 달리기를 많이 하면 다리 근육 속의 미토콘드리아 수가 많아진다. 운동 능력이 뛰어난 정자는 미토콘드리아를 많이 가지고 있고, 불임 정자는 미토콘드리아를 조금 가지고 있다고 한다.
꾸준히 달려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되면 근육 세포(muscle cells)속에서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의 수가 점점 더 많아질 뿐만 아니라, 운동하지 않는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보다 ATP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커진다. 한 마디로 미토콘드리아도 ATP를 만드는 달인이 되는 것이다.
결국 튼튼한 근육이 되면 근육의 부피가 커지고, 근육 속의 미토콘드리아가 많아지고 각각의 미토콘드리아도 ATP를 더 잘 만들어 달인의 경지가 된다. 미토콘드리아는 ATP를 많이 만들어서 저장하지 않고 조금만 미리 만들어 저장하여 놓고, 필요할 때마다 필요량에 맞추어 즉시 만들어 낸다. 그러므로 꾸준히 운동하면 미토콘드리가 많아지고 효율이 높은 미토콘드리아가 되므로, 처음에는 조금만 달려도 에너지가 모자라서 지치고, 힘들고, 잘 달리지 못하였는데, 꾸준히 달리기 훈련을 하면 지치지도 않고 계속해서 잘 달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꾸준한 운동에 의해 우리 근육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의 일부를 알았다. 이제 당뇨병과의 관계도 한번 살펴보자. 우리는 성인병, 당뇨병 이라는 말을 너무나도 귀가 따갑게 들었다. 그리고 당뇨의 수많은 원인과 아주 많은 치료 방법 등을 배우고 들어서 누구나 당뇨병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Type II: 성인형 당뇨)에게 눈으로 확인되는 공통점은 운동을 안하거나, 잘 안하거나, 뚱뚱하거나, 뚱뚱했었거나, 나이를 먹었다(움직임도 줄어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당뇨환자의 근육 속에서 의학적으로 발견되는 공통점은 근육 속의 미토콘드리아 수가 정상인보다 적고, 미토콘드리아가 ATP를 생성하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왜 당뇨병 환자들이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운동을 하면 당뇨병의 증상이 완화되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낸 허갑범 박사는 당뇨의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당뇨 환자의 허벅지에 관심을 두고 진단을 한다고 한다. 허벅지가 빈약한 환자들에겐 당뇨 합병증이 올 가능성이 더 많음을 예고하고 더 많은 약 처방과 엄격한 생활습관 변화 처방을 하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다소 혈당 수치가 올라가도 우리 몸 근육의 2/3를 차지하는 허벅지가 굵으면 치료가 잘 되기 때문이다.
달리면 다리 근육이 많이 발달한다. 달리면 당뇨병도 잘 예방된다. 병원에 가고, 약 먹는 시간과 돈이 절약된다. 마음속 스트레스도 해소된다. 그래서 달리면 즐겁다.
강병철
전남대 치전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