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제1588번째) 할아버지와의 만남…진료

할아버지와의 만남…진료


1006호 할아버지는 우리 둘째가 아주 좋아하는 할아버지 입니다.


그동안 유치원에 들어간 둘째는 상당히 컸습니다.


어쩌면 그 할아버지는 조만간 상대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자기와 잘 놀아주는 할아버지 입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올해초 뇌출혈로 거동이 부자연스러워졌고 무엇보다도 시신경에 손상이 왔는지 흐릿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둘째가 아파트계단에 공을 차서 맞추고 있으면 할아버지께서 현관입구의 의자에 앉아서 맞장구를 쳐주십니다.


조그만 놈이 요즈음은 제법 야물딱지게 고무공을 빵빵찹니다.


지난주 저에게 임플랜트 시술을 받으셨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치과의사인 것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치료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할아버지께서 치과를 2달동안 다니시다 중단을 하신 것입니다. 상악의 전치부 보철과 국소의치를 만드시고 하악의 국소의치가 계획된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는 자연치가 상악은 좌측에 하악은 우측에 남아있는 엇갈린 교합이었습니다. 전치부는 모두 있었으므로 밥을 못드실 것이라 생각을 못했습니다.


아내가 떡과 가벼운 음식을 전해드렸는데 전혀 드시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당신이 조금 해결해주면 안될까요? 사실은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워요. 그래서 아직 말씀을 못드렸어요."


“치과에서 치료하고 계시니까 잘 될거야."


“며칠있다가 치료를 중단하셨대요."


“이를 뽑고 틀니하자고 했는데 할아버지께서 더이상 뽑기 싫다고 중단하신 것 같아요. 어쩌면 좋지요?" “그러면 내가 알아보겠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현관을 나와보니 현관앞 학교 운동장 벤치에 흐릿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점점 기력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아내가 안타까워했습니다.


운동장으로 가서 할아버지 입안을 보고 “내일 저와 저희 치과에 가시지요. 제가 할아버지께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2일동안 할아버지를 출근하면서 모시고 가는 것을 잊어 버렸습니다.


퇴근할 때면 아내에게 “아차"를 연발하다 3일째 지난주 토요일에 출근하면서 1006호에 가서 할아버지를 모시고 갔습니다.


아파트 문은 그냥 열렸고 할아버지의 내복바람을 보았습니다. 그다음 옷을 입으시기를 기다리다가 차를 몰고 출근을 하였습니다.


마침 환자분이 별로 없었습니다.


아드님이 운영하시는 내과에 전화를 걸어서 할아버지께서 임플랜트 시술을 받아도 될지 문의를 하였습니다.


“CVA(뇌출혈인 것 같습니다.)가 있어서 곤란합니다. 그리고 항응고제외에 7알의 약을 드시 계서서…."
“절개없이 진행하려 합니다. 그래도 안될까요?"
“이웃인데 할아버지께서 전혀 드시지 못하는 것 같아서 입니다."
“치료비는 받지 않겠습니다."
“치료비는 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수술해 주십시오."


임플랜트 실패하면 다른 곳에 또 심을 각오하고 우선 밥을 드실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환자분이 집에 무엇을 가지러간 틈에 차를 몰고 할아버지를 모셔다 드렸습니다.


수술시 출혈은 거의 되지 않아서 아스피린을 계속 드시고 계셨지만 별문제는 없었습니다.


주말이 지나서 다시 할아버지를 모시고 치과에 와서 반대편의 치수절단술후 아말감 충전되었지만 교합이 되지 않는 치아를 재치료 하려다가 마음을 바꾸어 GI로 충전하고 틀니와 교합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치료전의 구치부 교합점은 대합치 틀니의 #14,15와 하악 #45,44인 2점교합에서 지금은 #34-36,#24-26, #14-16, #44-46으로 6점으로 교합점이 늘었습니다.


아침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는데 아직 임플랜트 쪽으로는 씹지 못하게 했지만 틀니도 안정되어 조금 좋아졌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이 치료도 수개월 후 실패했습니다. 초기에 자연치와 연결된 임플랜트에 너무 많은 힘이 간 것이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마쳤습니다만 그다지 도움을 못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김성수
부산 희망을주는치과의원 원장

관련기사 PDF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