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활력소
2001년 6월. 드디어 큰 포부를 갖고 개원준비에 들어갔다. 여러 가지 준비 끝에 개원은 성공적으로 시작했지만, 개원직후에 남아있는 건 다양한 부채뿐… 천천히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었지만, 개원초기엔 상당한 부담감이 있는 건 사실이지 않은가. 그러한 부담감으로 목 부위와 허리 쪽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었다. 머리도 돌리기 힘들었고 허리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이러다간 조기사망 하겠구나’ 하는 또 다른 불안감이 다가왔고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운동이었다.
개원이후 처음 시작한 운동은 수영이었다. 수영강습의 단계는 기초반,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 그리고 연수반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수영복 하나만 챙겨서 수영장으로 향했다. 강습 첫날 수영모자를 지참하지 못하고 가서 코치님께 꾸중들었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50cm 깊이의 유아풀에서 시작된 기초반에서는 호흡법을 배웠고, 초급반으로 올라가서는 발차기를 배웠다. 중급반으로 올라가서는 영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고급반에서는 4가지 영법으로 운동량을 올렸으며, 연수반에서는 강습시간 내내 25미터풀을 쉴새없이 돌린다. 수영시작 당시엔 치과에 출근하면 원장실에 눕는 일부터 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건강하게 살려다가 오히려 건강을 더 악화시키는 건 아닌가하는 후회도 들었다. 환자를 보기위해 출근한 건지 의문이 들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매일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운동하다보니, 수영호흡법으로 목 근육이 단련되어짐을 느꼈고, 고질적인 허리통증도 척추주변근육이 발달하면서 통증없이 호전됨을 느꼈다.
7년 정도 꾸준히 수영을 하다보니 연수반 1번 주자까지 하게 되었다. 2006년에는 여름마다 있는 한강건너기(1600M) 대회에 참가하여 한강도 건넜으며, 이듬해인 2007년에는 미사리 조정경기장 3000M 도영에도 참가하여 50여분에 걸치는 기나긴 나와의 싸움에서도 이기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고등학생시절에 체력장 1000M 달리기도 완주 못했던 나인데 말이다.
3년 전부터는 주거지 이동으로 인해 다닐만한 수영장이 없어서 테니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테니스는 수영과 참 많이 다른 것 같다. 수영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면, 테니스는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운동이라는 점. 고로 사람들과 어울려야하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테니스는 실력이 없으면 상대편이 같이 운동을 해주려하지 않는다.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기도 하다. ‘나중에 내가 실력 올라가면 너 가만 안 둔다’ 이런 오기도 발동하긴 하는데 테니스가 그리 쉽게 실력이 느는 운동이 아니라서 더 악이 바치고 승부욕이 발동하기도 한다.
테니스는 손으로 라켓을 잡고 공을 치는 운동이라서 손으로 하는 운동이라 생각할지 모르나, 실은 발로하는 운동이라고 한다. 발이 빨라야, 아니 빠르게 움직여야 공을 칠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은 아침에 출근할 때, 퇴근 후에 테니스 칠 흥분에 설레이며 출근한다. 퇴근 후 레슨을 받고 같은 코트내에 있는 클럽에 가입해서 게임을 하며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량은 수영도 만만치 않지만, 테니스에서 더 많이 요구되는 것 같다.
테니스 처음 입문시에 같은 클럽의 여성회원과 게임을 자주 했었다. 근데 매번졌다. 여성회원이라고 얕잡아보고 했다가 큰 코를 많이 다쳤다. 자만(?)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 테니스를 치면서 절실히 깨닫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볼을 다룰 줄 아는 단계가 되어서, 내년부터는 클럽형님과 함께 전국대회에 참가해 보려한다. 금방은 안 되겠지만 꾸준히 노력해서 전국대회 우승도 한번 이루어보고 싶다.
진료하면서 생기는 직업병을 이겨내고자 시작한 운동이 이젠 나의 삶에 커다란 활력소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진료실에서 발생되는 여러 가지 일로 지친 하루를 운동장에 나가서 입에 단내가 나도록 땀을 흘리고 나면 그날의 고단함과 스트레스는 모두 없어지고 새로운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충전 역할을 해 주는 것 같다. 내년이면 내 나이 만 40세다. 어찌보면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을 수 있는 시기라서 숙연해지는 부분도 있지만, 가능하면 죽는 날까지 잔 고장없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꾸준히 운동하면서 살아가련다. 모두 함께 진료실을 박차고 움직여보자.
김규태
인천 현치과의원 원장
강릉원주치대 동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