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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2번째) 입원실 隨想 (상)

제1602번째

입원실 隨想 (상)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다. 벌써 가을이다.
입원실 창가에서도 가을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산과 하늘, 흘러가는 구름, 아파트, 고층빌딩, 타워 크레인 같은 건축 장비들, 그리고 도심을 가로 지르는 순환도로….


서울의 살아있는 모습이다. 무엇인가 생명의 흐름이 있는, 활기찬 움직임이 보이는 시가지를 바라보면서 마음 한쪽 허전함을 지울 수 없다. 어찌할가? 이 광명이 암흑으로 변한다? 바로 삶과 죽음에 대한 번뜩이는 생각이다. 종합병원을 방문하다보면 환자대기실, 입원실, 복도, 모두가 붐빈다.
웬 환자가 이렇게 많은가? 그때는 남의 일이니까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갔다. 입원실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말 그대로 쓸쓸하다. 특정 상황밖에서 그 상황을 바라다보면 그저 그렇겠지 하는 관망의 정도지만 그 상황 안에 있는 사람은 절실한 자기의 현실 인 것이다.


무엇을 하고 살아왔는가? 생과 사의 갈림길, 저만치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마음, 지나간 세월에 대한 회한, 욕망과 집착을 갖고 열심히 살았던 지난 시간들, 마시고 또 마시며 방황하고 낭비한 시간들, 가슴에 꽂힌 그리움 때문에 저미는 가슴을 어루만지던 시간들, 모두가 허무의 뒤안으로 멀어져간다.


여름 휴가 때 양양 솔비치에서 먼 바다를 보았던 일이 생각난다.
망망한 바다 끝을 바라보며 속세에 묻어있는 세상일들이 한순간 잊혀졌다. 위대한 대 자연의 모습을 보면 인간의 일은 일말의 물결이거나 떠가는 한조각 구름만도 못한 것 같다.


설악 오색에서 주전골을 올랐다. 설악 계곡을 따라 자연탐방로를 잘 만들어 놓아서 아름답고 장엄한 설악 계곡을 감상하기 좋았다. 저만큼 먼저 가버린 마누라를 보며 이제 체력이 옛날 같지 않음을 실감했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 그러면 내 직장은 언제까지 더 계속해야 하는가? 수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불현듯 이미 타계한 친구들이 떠오른다. 근래에 큰 병을 얻어 병상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친구들 소식도 있다.


십 여년전 친구 J가 간암 투병할 때다. 그 친구는 치료가 끝나면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진 못하더라도 뒷동산 산책 정도는 하게 되겠지”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옆에서 듣기가 민망했다. 간암진행이 심각하여 회복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위로할 말이 없었다. “한 세상 사는 것은 잠깐이다. 진실로 영원히 사는 것을 배워라. 신앙을 가져라. 예수님을 믿으면 세상근심걱정이 없어지고 평화와 행복과 영원한 건강을 얻는다.” 내 말뜻을 알아들었는지 그 다음 문병 때는 두꺼운 성경책이 병실침대 머리맡에 있었다. 그 친구가 고인이 된지 벌써 십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정말 꿈같은 세월이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많이 연장되었다고 한다. 그중 치의학의 발달이 제일 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치과진료로 일조를 하고 있음을 자긍으로 생각한다. 세상을 대충대충 적당히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자기 건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많다. 그 중에는 유별나게 지나치게 보일정도로 신경을 써 가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버스나 지하철의 손잡이도 손수건으로 싸서 잡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결벽증환자라고 한다. 자기 건강을 위해서 술을 먹을 수 있는데도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 한잔도 안 먹는 친구도 있다. 얄밉도록 건강을 챙긴다. 그런다고 오래 사는 것도 아니다. 건강에 유독 신경을 쓰는 사람한테 “오래 살고 싶냐?”고 질문하면 그렇지 않다. 죽을 때 고생 않고 가고 싶다고 한다. 이처럼 밝고 좋은 세상에 오래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문득 건강은 자신에 대한 반성, 점검과 절제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음호에 계속>

  

유태영

서울 유태영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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