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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4번째) 많다는 것이 행복할까

많다는 것이 행복할까

 

요즘에는 모든 것이 풍부하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살 수 있다. 백화점에 한번 가보라. 정말로 좋은 물건들이 넘쳐나고, 어디서 보지도 못한 물건들이 정말로 많다. 별 희안한 것을 만들어서 판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데 그렇게 좋고 희귀한 물건들이 돈만 있으면 내 것이 된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돈을 지불하고 쉽게 얻을 수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행복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니 잠시 동안은 행복하다. 잠깐 동안 그것을 가지고 정신적인 만족감을 느끼고 소중하게 여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시들해지면서 다른  더 좋은 것을 찾게 된다.


물질적인 것이 정신적인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물질적인 것을 얻었을 때 느끼는 단기적인 만족감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에 얽매이게 된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면 그 단기적인 만족감을 맛보기 위해서 계속적인 소비를 하게 된다. 마치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요즘 사람들은 컴퓨터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필기구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겠지만 나는 만년필에 대한 욕심이 많다. 볼펜에 비해 부드럽게 써지면서 약간 종이를 긁는 맛이 나를 매료시킨다. 그래서 예전에 거금을 주고 몽블랑 만년필을 샀다. 처음에 그것을 사서 쓸 때는 정말 행복했다. 부드럽게 써지는 맛이 아주 좋고, 몸체가 굵어서 잡는 느낌이 묵직했다. 그런데 그 만년필은 외국에서 만들어서인지 글씨 굵기가 굵은 편이었다. 그래서 사인을 할 때는 정말로 좋은데 작은 칸으로 이루어진 일기장에 쓰기에는 다소 불편했다. 그래서 조금 가는 촉을 가진 워터맨 만년필을 샀다. 처음에 쓸 때는 몽블랑에 비해 촉이 가늘기 때문에 나름대로 만족을 했는데 여전히 내가 원하는 만큼 글씨 굵기가 가늘지 않았고, 펜이 조금 무거운 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가는 만년필을 사야겠다고 생각해서 값이 싼 편인 라미 만년필을 샀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정말 가늘게 나와서 좋았는데 필감이 약간 거칠었다. 아무래도 부드러운 맛이 없다 보니 가늘게 나오면서 부드럽게 나오는 것을 사고 싶었다. 그러면서 순간 돌아보니 내 만년필이 벌써 세 개가 되어서 한두 개를 쓰게 되면 나머지 하나는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산 것에 비해 처음에 산 것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여기서 하나를 더 사게 되면 맨 처음에 산 만년필은 이제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아서 구입을 중단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앞으로 더 산다고 해도 완전히 만족하기 쉽지 않고, 필요없는 쓰레기만 늘어날 것만 같았다.


소유란 이런 것이다. 하나가 필요할 때 하나만 가지고 있어야지 여러 개를 가지게 되면 하나를 가졌을 때 느낄 수 있는 살뜰한 맛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냥 처음에 몽블랑 만년필로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그 만년필로 쓰기 힘든 경우에는 일반 수성펜을 사용하면 되는 것이었다. 욕심을 부리면서 여러 개를 샀지만 나를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


넥타이도 마찬가지다. 색깔별로 몇 가지만 구비하면 되는데 자꾸 다른 것을 사서 결국에는 아침마다 넥타이를 선택하느라 고민을 하게 된다. 사실 거기서 거긴데 여러 개가 있다보니 쓸데 없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새로 넥타이를 사면 예전에 있는 것은 잘 하지 않게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예전에 산 것은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괜히 유행이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버리게 된다. 새로운 것을 사지 않았으면 여전히 쓸 수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물론 이런 나의 의견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옷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사실 그런 사람들은 항상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별로 없다’는 불평을 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옷을 구입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예전에 제가 대원 외고를 다닐 때 독일어 회화를 가르치던 독일인이 있었다. 그는 봄가을에 양복과 넥타이를 하면 같은 것만 하고 다녔다. 거의 3년 내내 그것만 입고 다니기에 한번 물어보았다. 왜 당신은 항상 그 양복에 그 넥타이만 하고 다니냐고. 그랬더니 그 사람의 대답이 충격적이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넥타이와 양복은 그것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처가 결혼 선물로 사준 것이란다. 독일인이 검소하다는 얘기는 들어보았지만 그 정도인 줄은 몰랐다. 그 당시에는 그 사람의 검소함에 놀랐지만 지금은 그 사람의 단순한 삶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단순하지만 마음이 편한 삶. 얼마나 멋진가?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 선택의 패러독스에 빠지게 된다. 보다 더 간소하게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더 편하다. 어떤 스님의 방에 가보니까 옷 두세 벌, 헤어진 방석, 공양할 때 쓰는 그릇 몇 개, 죽비 하나와 다기 세트 하나만 달랑 있지만 그 방에서 풍겨져 나오는 풍만함과 넉넉함은 무엇일까? 온갖 화려한 것으로 장식되어 있으면서 없는 것이 없는 부자의 거실보다 소박한 그 스님의 두 평짜리 방이 정신적으로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하면서 더 적게 소유하는 것. 어떻게 보면 궁색하게 보이지만 정신적으로 더 넉넉하게 느껴지는 그런 삶을 살려고 노력해본다. 주변에서는 돈 벌어서 무엇하냐고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소비를 할수록 속이 허전해진다는 것을 안다면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 간소하고 단순하면 정신적으로 편하다. 걱정과 근심이 없다. 그래서 행복해진다. 사실 우리 인생의 최대 목표가 행복이라면 더 단순하고 간소해져야 한다.

  

장성원
이잘난 치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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