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일번지 ‘강진’
강진!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유홍준 교수가 일컬었던 한국 최남단의 땅.
20여년의 세월 속에 내 삶의 희노애락이 한데 어우러져 섞여 있는 곳이다. 내겐 어머니의 품속 같은 제2의 고향이 되어 버린 셈이다. 말로 표현하기 부족할 정도로 세상은 급변하고 있지만 이 곳은 아직도 느린 거북이처럼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는 남도의 여유로움과 포근함이 남아 있어 좋다.
치료가 끝나면 홍시나 바지락 같은 해산물을 갖다 주는 친정 엄마와 같은 환자들을 대할 수 있어 마음이 훈훈해진다. 매일 진료실에서 반복적인 진료에 임하는 회원님들께 잠시 쉬어가도 후회하지 않을 이 곳 강진을 소개하고 싶다.
전국 어디를 다녀봐도 군단위에서 산과 강과 바다가 하나로 조화를 이룬 곳은 그리 쉽게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보은산 우두봉에 올라가 보자.
월출산과 유치계곡으로부터 흘러오는 탐진 강물 자락이 굽이굽이 한눈에 펼쳐진다. 뿐만 아니라 태풍이 와도 미동도 않을 것 같은 기다란 강진만과 저 멀리 완도의 섬 남해 바다까지 확 트인 전경은 속까지 후련해진다. 밟으면 깨져버릴 듯한 날카로운 암성 봉우리로 유명한 월출산은 수천년 동안 강진을 뒤에서 든든하게 품어주고 있다.
북에 소월이 있다면, 남에는 영랑이 있다고 했던가. 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를 낭송해보자. 그의 시어는 참으로 부드럽고 감미로워서 우리 가슴을 미화시키기에 충분하다. 모란은 여기 강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데 그분의 생가에서도 모란을 배경으로 사진을 담아갈 수 있다.
학문의 저수지라 일컫는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년 동안 유배하면서 대부분의 저술을 했던 다산 초당에 올라보면, 제주까지 보일 듯한 남도의 바다, 초당에서 백련사로 이어지는 오솔길, 멋스럽게 어루러진 울창한 천연 동백숲도 볼 수 있다.
오백년 동안 이곳에서 국보인 고려청자를 만들었고, 현재도 고려시대의 작품을 재현하고 있는 청자도요지에서 인간문화재인 도공들의 작업 현장과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작품 한점 소장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곳의 음식, 특히 한정식은 빼놓을 수 없는 일품이다. 그 외에 하멜표류기를 쓴 하멜이 살았던(그 연유로 강진이 네덜란드와 자매결연이 됨), 국보 벽화를 소장한 무위사 등이 있다.
강진에서 황금같은 세월을 보냈고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모든 것들이 다 소중하고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다. 청자문화축제도 열린다. 혹 진료실을 떠나 강진에 바람 쐬러 오신다면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 드릴 것이다.
김명희
전남 강진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