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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9번째) 새로운 시작

새로운 시작

  

‘새롭다"라는 단어와 ‘시작"이라는 단어 사이에는 미묘한 궁합이 있다.
‘새롭다"라는 말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의미하며 ‘시작"은 어떠한 일의 처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당연히 시작은 새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송구영신,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이한다.
매년 되풀이 되며, 고루한 단어이지만 다사다난했던 2010년 나의 29세 한해도 보내어 버렸다.
레지던트 2년차라는 중압감있는(?) 교정과 의사라는 위치에서 2010년은 뜻깊은 한해였다.
내가 보기와는 달리 환자를 보면서 많이 긴장한다는 것.
그리고 배웠던 것과는 달리 환자들은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 한다는 것.
정말 아는 것이 없어서 진료하는 환자들에게 미안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였다.
진료 후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돌아가는 환자들에게 짧은 지식으로 치료를 해준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책을 다시 찾고, 다시 읽고, 선배에게 묻고 하는 레지던트 생활이었다.
여담이지만 오히려 1년차 때보다 음주량도 줄어든 것 같다.
치주과에 인턴으로 돌고 있을때 일이다.
매번 하는 윗턱 어금니 발치이지만 항상 신기하게 세 갈래의 치아 뿌리중 하나가 끊어져 나가는 것이다.
빼는 족족마다 뿌러지니 이거 참…
내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치주질환으로 인해서 녹을대로 녹은 치조골에 박힌 치아를 발거하는 것은 쉬운 진료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력을 탓 할것인가, 환자를 탓 할것인가?
내 진료에 잘못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 볼 겸, 학생때 배운 구강외과 교과서의 발치학 편을 펴놓고 차근차근 읽고 있었다.
이때 치주질환을 치료 받고 지나가는 환자로 오신 한 스님께서 나를 보고 말씀을 꺼내셨다.
“선생님께서는 평생 책하고 씨름하시겠군요?"
“네?"
온화한 얼굴에 평안한 말씨로 나에게 말씀을 전하셨다.
“아니, 선생님께서는 환자진료를 하시려면 평생 씨름을 하셔야 겠다구요. 우리들은 평생 마음과 씨름을 해야 하는데…."
하시며 합장을 하고 미소를 지으며 떠난다.
‘그래! 올바른 치료를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지" 라는 생각이 대뜸 떠오른다.
배움은 끝이 없고, 내 손끝의 기술은 한계가 있다.
조금 더 나은 진료와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평생 책과 씨름을 해야되겠다는 생각이 가슴속 깊이 남았다.
 이제는 의사가 되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러한 안일한 나의 마음이 들킨 듯 해서 부끄러웠다.
궁금하고 모르면 배워야겠다.
아는 것도 두들기고, 한 번 더, 한 번 더 생각하는 내가 되어야겠다.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이하는 한해가 되었다.
이제는 나도 교정과라는 울타리안에서 배우고 닦은지 두 해가 지나갔다.
여태껏 조금은 타성에 젖고 귀찮음에 빠져 허덕인 나를 건져내어, 성실이라는 햇볕으로 말려야겠다.
2011년은 나에게 분수령이 되는 해가 되도록, 그리고 부끄럽지 않은 치과의사로서 교정과의사로서 거듭나기 위하여 마음을 다듬어야겠다.
새싹은 피어날때 싱그럽다.
이는 곧 올 여름의 초록을 담고 있어서 아름답다.
아직은 겨울이지만 곧 올 봄, 그리고 여름을 위해서 마음과 몸의 영양분을 저장해야겠다.
콧망울을 시큰하게 만드는 겨울바람도 나에게는 희망이다.

  

김춘추
전북대 치전원 교정학교실 레지던트 2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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