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配慮)
아침 출근시간, 우리치과 엘리베이터 앞은 항상 만원이다. 15층 대형 클리닉 건물이다 보니 출근시간이면 먼저 타기 위해서 전쟁을 치른다.
엘리베이터 한 대를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 다들 하나 둘씩 엘리베이터 문 앞으로 바짝 다가선다. 그러면 나는 뒤로 물러나서 다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곤 한다. 내가 조금 지각해도 나의 출근시간을 따지는 사람이 없으니 작은 배려를 할 수 있어서 즐겁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두리번거리는 어르신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엘리베이터 걸(?)이 된다.
층을 누르는 스위치 자리에 바짝 다가서서 자연스럽게 외친다.
“몇 층 가세요? 어르신! ^^”
“5층요!… 7층요!”
“4층 가시는 분은 안계신가요?”라고 하면 엘리베이터 저 구석에서 외마디 외침이 들려온다.
“11층요!!!”
“네” 대답하고 나면 층마다 내리는 분들이 안전하게 내리기까지 열림 버튼을 누른다.
7층 문이 열리면 아름다운이 치과 우리 직원들이 먼저 내리게 배려한다. 빨리 가서 출근카드를 찍으라는 배려다. 지각할까봐 엘리베이터 앞에서 뛰는 직원들을 자주 보기 때문이다.
진료가 끝나고 환자들이 입을 헹구고 나면 “티슈”라고 종종 외친다. 환자분들은 입술에 묻은 물기를 손등이나 에이프런으로 닦으려 하는데 직원들은 기구 정리하느라 바빠서 놓칠 때 가 있기 때문이다. 진료 체어에서 내린 환자분들이 물기를 닦은 티슈 뭉치를 어디에 버려야 할 지 알지 못해서 두리번거릴 땐 “제게 주시면 됩니다!”라고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대기실에 대여섯 살 되는 꼬마들이 보이면 나는 바빠진다. 치료를 빨리 끝내고 병원 구석으로 가서 다양한 색깔의 풍선을 불어서 화려한 꽃모양을 만든다. 등 뒤로 숨기고 대기실에 보이던 꼬마를 찾아 나선다. 내미는 풍선 꾸러미를 보고 기뻐하는 꼬마들의 눈을 보면 즐겁다. 작은 배려가 그들에게 치과에 대한 공포를 잊고 좋은 인상을 심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캄보디아 의료봉사를 다녀온 것이 계기가 되어서 국제구호 NGO ‘나눔재단 월드채널’의 부산지부를 맡아 헌옷, 학용품, 컴퓨터, 슬리퍼 등을 모아 올해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컨테이너 하나를 보냈다. 우리나라 60년대를 연상시키는 캄보디아와 현지 아이들의 눈을 보고나서 후원하게 되었다. 사랑과 배려의 손길을 간절히 찾던 애들을 생각하며 후원모집 중이다.
5월 29일 울산지부 자선 골프대회에 초청 받아 갔을 때 김수웅 원장님의 배려로 즐거운 라운딩을 하였다. 스코어는 기억에도 없고 울산지부 임원들의 세심한 배려가 고마웠다는 생각이 남아있다.
나도 날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이 되길 바란다. 아름다운이 치과에서도 할인이라는 말보다 배려라는 말을 사용하도록 직원들을 교육한다.
불법네트워크 치과 문제가 심각해지는 요즈음, 동료 치과의사들에 대한 배려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이형모
아름다운이 치과의원 원장